모든 시민은 기자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처우 개선 나선 지방의원

[인터뷰] 석영철 민노당 경남도의원 "공무원들 같이 일하는 동료 '하수인' 정도로 봐"

등록|2011.02.23 13:52 수정|2011.02.23 13:52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경남도의원이 있다. 민주노동당 석영철 경남도의원(창원)이 바로 그 주인공. 그는 "무기계약직들은 공무원과 같은 공공업무를 하면서도 임금·근로 조건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석영철 의원은 지난해 말 경남도의회와 경남도청에서 열린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 관련 공청회' 때 발제를 하기도 했다. 또 그는 지난해 경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뿐만 아니라 5분발언을 통해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을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사천과 합천에서 무기계약직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함안, 창녕, 고성 등지에서는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 민주노동당 석영철 경상남도의원. ⓒ 경상남도의회


무기계약직은 환경미화원을 비롯해 소각장감시원, 광고물정비원, 사무(행정)보조원, 청사관리원, 주차단속원, 보건업무직, 도로보수원 등을 말한다. 경남도청과 시·군청을 모두 합치면 무기계약직은 3000명이 넘는다.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이며, 1년 근무자나 20년 근무자의 임금이 거의 같다.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조만간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 문제를 다루기 위해 관련자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간담회가 이루어지기까지 석영철 의원의 역할이 컸다.

그는 "도로보수원의 경우 밖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씻을 곳도 없는 처지"라면서 "민간업체 무기계약직은 말을 하면 언제 잘릴지 모르니까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직기관의 무기계약직도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사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석영철 의원은 "학교비정규직 등을 포함하면 경남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만명이 넘는다"면서 "공공부문에서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을 한다면, 민간부문 비정규직 차별 해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경남도의 첫걸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금과 근로조건 열악하다 ... 인권 사각지대 놓여"

석영철 의원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 출신이다. 다음은 22일 오후 석영철 의원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현재 실태는 어떤가.
"사회적으로 보면 소리 소문 없이 공공부문을 담당해 오고 있는 분들이다. 그동안 우리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에서 열심히 일하는 비정규직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잘 몰랐다. 이번에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하다. 어떤 곳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무기계약직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는데.
"그들은 공직사회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 있어도 말을 못한다. 자기 표현을 못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령 도로보수원의 경우 밖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씻을 곳도 없는 처지다. 실태를 좀 더 조사해 봐야 한다. 민간업체 무기계약직이 말을 하면 언제 잘릴지 모르니까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직기관의 무기계약직도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사안들이 많다."

- 경남의 무기계약직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
"경남도청과 18개 시·군청 소속 무기계약직 숫자는 3000명이 넘는다. 경남도청의 경우 산하기관까지 포함하면 250여명이다. 여기에다 공공업무를 맡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와 학교비정규직, 공공기관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경남에서만 2만명이 넘는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최저임금 기준으로 일해 오고 있다."

- 무기계약직의 실태는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이 비슷할 것 같은데.
"무기계약직 가운데 열악한 임금·근로 조건을 뚫고 나간 사람들이 환경미화원이다. 그들은 노동조합이나 조직을 통해 사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정하게 인권문제들이 반영됐다. 환경미화원을 제외한 무기계직은 현재 언로가 차단돼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경남도청의 경우 여러 부서별로 한두 명씩 흩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말도 못하고 있다. 전국 무기계약직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 공무원들은 무기계약직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공직사회에서 함께 일하는 동반자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쉽게 말해 '하수인' 내지 '보조' 정도로 본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여기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보지 않는 공무원도 있겠지만 말이다. 무기계약직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공직사회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무기계약직과 관련한 활동을 한 뒤부터 어떤 반응을 얻고 있나?
"경남도청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들은 그동안 활동을 지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남도청과 도의회에서 공청회가 열릴 때 가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해코지를 당할까 싶어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한나라당 도의원들도 전혀 몰랐다는 반응"

-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전화를 해온 시민도 있었다. 방송에서 소식을 듣고 전화를 했던 것인데, 자기 친구의 딸이 행정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아무도 무기계약직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적극 나서는 것을 보고 고맙다고 했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무기계약직은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고 했다."

- 경남도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반응은 어떤가.
"무기계약직 임금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최저임금에서 조금 더 받는 수준이다. 공무원들은 그들의 임금을 올려주어야 한다고 대부분 인정한다. 지난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때도 지적했더니, 한나라당 도의원들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고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론은 형성돼 있다. 반면 공무원들은 딜레마다. 임금을 올리고 처우 개선을 하면 공무원한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고 여길 수 있다. 사실 알게 모르게 '안티'를 거는 측면도 있다."

▲ 석영철 경남도의원이 2010년 12월 10일 저녁 경남도청 강당에서 열린 무기계약직 임금.근로조건 개선 공청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윤성효


- 공무원과 무기계약직을 비교하면 어떤지.
"지난해 말 도의회 예산결산심의를 하면서 올라온 공무원 관련 예산을 봤다. 공무원 처우 개선과 관련한 항목이 있었다. 콘도 이용권이나 자녀 학자금 지원, 파견근무자 임대차 보증금 등은 계속 상향 조정되었다. 도의회에서는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일단 올려 주었던 것이다. 무기계약직은 콘도 이용권이나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의 혜택이 없다. 공무원도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고 있는 것 같다."

- 경남도지사나 시장, 군수들의 반응은?
"지난해 말 행정사무감사 때 문제제기를 하고, 이후 본회의 5분 발언에서도 지적했다. 회의가 끝난 뒤 김두관 지사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김 지사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문제다'는 입장이었다. 상당수 사람들이 공감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시장, 군수들은 아직 반응이 없다."

- 무기계약직 노조를 조직하는 일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경남 무기계약직 노동자 협의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거기에는 경남도청과 18개 시·군 가운데 몇 군데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시·군청 소속 무기계약직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천과 합천에서는 노동조합을 비롯한 조직이 만들어 지고 있다. 다른 시·군에서도 속속 조직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경남도에서 기준 마련해야, 시군청에 영향"

- 경남도청과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을 위해 논의를 하고 있는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 실무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조만간 김두관 지사와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경남도가 간담회 등을 통해 무기계약직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다면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경남도에서 기준을 마련하면 각 시·군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어떤가?
"인천광역시는 노동조합과 협약서를 체결하고 호봉제를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선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자치단체 가운데는 개별적으로 협약을 맺기도 한다.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있어 노동조합 결성이 도움이 된다."

- 노동조합 결성이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경남지역 도로보수원만 놓고 보면 알 수 있다. 노동조합이 결성된 시·군이 있는가 하면, 아직 결성되지 않은 곳이 있다. 노조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임금 격차가 심하다. 많이 차이가 나면 연 1000만 원 정도다. 노조가 없으면 관에서 주는 대로 받는 게 자기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청회에 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서로 비교를 해보게 되었는데, 와서 보니까 임금이 높은 지역이 있고 낮은 지역이 있었던 것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 차이가 났던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그런 비교를 하지 않고, 일만 해왔다고 보면 된다. 같은 일을 해도 자치단체에 따라 격차가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무기계약직은 정부의 '총액인건비' 적용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경남 A군의 경우 올해 무기계약직 96명에 총 예산은 23억 원이더라. 연말에 그 예산을 다 소진하는 게 맞다. 무기계약직은 가뜩이나 낮은 임금인데, 연말에 보면 일부 예산이 남는다. 임금을 다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산을 남기는 이유는 공무원들이 임금 조건 개선에 대한 마인드가 없기 때문이다."

"경남만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이 2만 명"

-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경남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은 2만명이 넘는다. 전국적으로 그 숫자는 엄청나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고, 특히 민간분야는 더 심하다. 공공부문에서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을 한다면, 민간부문 비정규직 차별 해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경남도의 첫걸음이 중요하다."

-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면?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은 공무원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차별을 받고 있다. 현재 무기계약직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이다. 이것을 혁파하고 호봉제로 해야 한다. 임금체계를 바꾸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정년도 중요한데, 시·군청은 57~58세도 있다. 공무원 정년과 맞추어야 한다. 체력단련실과 복지카드, 학자금 등에 있어, 공무원과 같은 복지 혜택을 다 누릴 수는 없지만, 전향적으로 복지 조건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자치단체마다 무기계약직 담당 부서가 없다. 각 부서에서 부려먹고 있다. 그래서 '사역인부'라 말한다. 무기계약직 담당 부서를 만들어 애로사항을 토로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을 담아 무기계약직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