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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들의 텃밭이자 참 교회인 '시골집'

임락경 목사의 <시골집 이야기>

등록|2011.02.23 15:32 수정|2011.02.23 15:32

책겉그림임락경 목사의 〈시골집 이야기〉 ⓒ 홍성사

나도 개척교회를 하고 있지만 동네 주변에 교회간판이 많다. 뾰쪽탑에 현수막도 여기저기 나풀거린다. 밤이면 모텔 네온사인과 교회 네온사인이 불야청청이다. 더욱이 교회 행사 때면 더 진하고 빨간 불빛은 불야성을 이룬다. 철이 다소 지났지만, 성탄절의 교회는 결코 고요한 밤이거나 거룩한 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밤은 시끄러운 밤이요, 일년중 전기요금이 제일 많이 지출되는 밤, 가히 아기잠을 잘도 깨는 밤이다.

이런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이는 임락경 목사다. 대략 15년 전, 어느 책을 통해서, 그 분이 돌팔이 목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분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다. 그 분은 자칭 '대한예수팔아장사회' 소속의 시골집을 운영하고 계신다. 물론 그 소속교회라는 것도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고, 그 시골집이란 곧 장애우들과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자 교회를 뜻한다. 그 분은 그 시골집 장애우들의 복지시설을 '섞어 복지'라고 고집한다. 장애우들과 안장애우들의 구분을 없애자는 뜻에서다. 

임락경 목사의 <시골집 이야기>는 장애인과 안장애인들이 섞여 사는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교회가 어떤 가치를 드러내야 하는 지를 소상하게 밝혀준다. 더욱이 안장애인들이 장애인 시설을 방문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어떤 모습으로 대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그야말로 사람이 함께 섞여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일깨워준다.

사실 나도 몇 해 전에 자격증을 딸 요량으로 인근의 장애인시설에서 실습한 적이 있다.  그때 지적장애우들과 함께 살면서 느낀 건 그것이었다. 결코 그들이 어리석지 않다는 것, 오히려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누구의 지시나 조정도 없이, 그들 스스로도 얼마든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돌보는 시설 종사자들은 그들을 대부분 상대화하는 면이 많았다. 임락경 목사는 그런 부분을 꼬집고 있다.

"운영하는 이들도 두 부류다. 평생 모은 돈을 가지고 옳은 일에 쓰고자 재산 내 놓고 땅 사고 집 짓고 운영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돈은 있고 풍족하지만 경험이 없다. 또 한 부류는 젊었을 때 자원봉사 하다가 운영하는 이들의 잘못을 보고 참다 못해 자기가 직접 운영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경험은 있어도 돈이 없다. 이도 저도 모두 장단점이 있다."(142쪽)

요즘에는 복지시설과 함께 목회하는 분들이 참 많다. 재가복지를 겸한 교회도 많고,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목회자도 많다. 더욱이 장애우들의 재활사업을 목회의 장으로 삼는 담임전도사도 많다. 그를 두고 삐딱한 시선을 둘 필요는 없고, 모두가 성직으로 여기면 충분하다. 다만 임락경 목사는 그 일을 안빈낙도의 삶으로 자족하는 분이다. 그는 시골집에서 메주, 된장, 간장, 두부, 양봉 등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그야말로 자립을 위한 일들이다.

그곳 시골집과 인연을 맺은 의사 부부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그들 부부는 장기려 박사를 존경하는 의사 부부로서, 그 시골집에 매년 15만원씩 20년 동안을 지원한다고 한다. 헌데 그 부부는 저금통장도 백만원 미만으로 갖고 있고, 대도시에 집도 없고, 그 흔한 싱크대도 없는 집에 산다고 한다. 더욱이 자가용도 없이 중고 승합차를 끌고 다니는데, 그 이유가 언제나 사람들을 태우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물론 그 때문에 병원 수위가, 주차장 면적을 많이 차지한다고, 투덜대기도 한단다.

그에 비해 불광동 어느 교회의 여선교회의 모습은 정반대다. 그곳 여선교회가 시골집에 방문하여 헌 옷 몇 상자와 선교헌금을 주고 갔단다. 하지만 뒤통수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그것이었다. 시골교회에서 고맙다는 전화 한마디가 없었다고 불평했다는 것. 이는 당연한 것 같지만, 임락경 목사는 그것이 하늘에 쌓인 것이기에, 일체 전화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이 그 분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종종 사진을 찍자고 해도, 그 청을 태연하게 거절하며 산다고 한다.

교회 공동체기도 한  그곳 시골집은 간판도 없고, 네온사인도 없고, 뾰족탑도 없다. 재밌는 것은 그곳 장애우들끼리 돌아가면서 사회도 하고, 설교도 하고, 축도도 주기도문으로 한다고 한다. 임락경 목사가 '축도'를 하다가 안할 때면 쌀독의 쌀이 떨어진 날도 많지만, 그래도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주기도문'으로 그 축도를 대신한다고 한다. 그곳의 자칭 '왕바보'라고 하는 채봉수도 자기 순서 때, 설날 집에 가요, 목용탕 가요, 이발소 가요, 노래방 가요, 커피 마시고 시장 가고, 다음 추석 때 또 가요, 라고 설교했다고 한다. 꾸밈없는 그 설교에 그곳을 찾은 방문객들의 눈시울이 매번 뜨거워진다고 한다.

어떤가? 오늘날의 장애우들이 사는 집, 시설, 센터 등에서, 그리고 그곳을 운영하는 센터장과 목회자들도 깊이 고민해야 할 게 많을 것 같다. 더욱이 현대판 교회들이 마찬가지다. 언젠가 읽은 법학자 김두식 씨의 <교회속의 세상, 세상속의 교회>에서, 현대판 교회가 장애우 시설에 돈을 보내는 것으로 제 할 도리를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는데, 그가 지적했던 함께 사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교회란 건물이나 제도가 아니라 함께 섞여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그 가치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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