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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진실과 삶의 진실을 향하여

[책과 작가와의 만남⑤] 김광자 시집 <다종(茶鐘)>

등록|2011.02.25 15:55 수정|2011.02.25 15:55
찻잎을 보면 오롯이 피는 땅기운과 동천(冬天)   찻잎을 따면 사푼히 뛰어내리는 연초록 햇살 <찻잎을 따며>일부 - 김광자  

▲ 김광자 시집 ⓒ 송유미


  "삶의 향수란 자연이라 생각됩니다. 자연에 이는 맑은 바람을 뱉어 마시며 살고 싶어 하는 것도 자연에 잠재한 회귀본능이 있기에 끊임없이 예술문화를 추구하는가 봅니다"라고 '계수나무 문학 축제(07)'의 행사를 통해 얘기한 바 있는 김광자(67) 시인은, 대한민국 향토문학상(03), 해운대 애향대상(06 문학분야) 등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에는 풋풋한 흙냄새, 부산 바다냄새가 난다. 20여년의 탄탄한 시력과 함께 김 시인은, 한국시단에서 시적 진실 속에 삶의 진실을 진중하게 탐구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그가 지난 19일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대강당에서 진행된 제 12대 부산시인협회 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됐다. 부산시인협회가 탄생한 이후  여성회장은 처음이다. 기자는 제 12대 부산시인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 된 김광자 시인을 만나, 최근 그가 출간한 시집 <다종>과 부산시인협회를 이끌어나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마이뉴스: "시집 <다종(茶鐘)> 출간과 부산시인협회 제 12대 회장에 당선된 것을 겸사겸사 축하드립니다. 평소 선생님께서의 시세계는 모성적 상상력이 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발간한 시집 <다종>은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신임회장으로서의 계획도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김광자 시인(부산시협회장):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근간에 출간한 시집<다종(茶鐘)>은 제목 그대로 차향기와 흙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고향 같은 시집이라 하겠습니다. 점점 시를 외면하는 요즘 세태에 모쪼록 많은 독자들이 제 시집을 읽고 고향이나 어머니, 그리고 흙에 대한 자연의 소중함 등을 환기시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임회장으로서 부산 시단의 기풍을 새롭게 진작시키고 회원 시인들이 좋은 시를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산시인 협회의 기관지 '부산시인' 고료 현실화, 부산시협상과 공로상의 엄정한 시행, 부산시협 35년사 발간 등 공약사업을 착실히 이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문학활동 참여를 증진시키기 위해 시민과 함께 하는 여름시인학교와 다양한 테마행사를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 부산시인협회, 제 12대 회장 김광자 시인 ⓒ 송유미



김광자 시인은 월간문학(92)으로 문단에 정식 데뷔했다. 시력 20여년 동안 9권의 작품집을 냈다. 2년 마다 작품집을 한 권씩 낸 셈. 그의 <그 하늘 아래>의 작품집 해설을 통해, 문학평론가 남송우 교수(부경대학교)는 김광자 시세계를 이렇게 요약한다.

"한 인간으로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의 길을 내는 일이다. 그런데 시인이 보여 주는 그 길 내기는 사막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나 고단한 삶의 길인가. 그래서 시인은 이러한 삶의 과정을 동한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노래한다.   나목이 동한을 지나는 것과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일을 등치시킴으로써 시인의 존재를 나목으로 명명한 선에서 삶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나목이 수직적 이미지를 통해 견딤을 보여준다고 하면, 사막을 건너는 낙타는 수평적 이미지를 통해 견인하는 삶의 태도를 보인다.   수직과 수평의 이미지를 통해 시적 진실의 추구와 삶의 진실 추구를 하나로 일치시키고 있다. 또한 특이한 것은 그 삶의 자세가 나무목으로 단순히 동한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 김광자 시인 ⓒ 송유미


  그리고 김 시인의 <바느질 연가>의 '작품 해설'을 통해 김유선(문학박사, 장안대학 디지털문예창작교수)는 아래와 같이 김광자 시인의 시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김 시인은, 치유와 포용의 모성성의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바느질이나 차를 소재로 한 시편들에서 치유의 모성성을 보여주며 바다를 통해 화해와 포용의 미덕을 그려내고 있다. 화해의 포용의지가 없는 세계는 그 존재성의 위기에 부딪칠 수밖에 없게 된다.   문학의 효용성 역시 화해와 치유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가난하고 아프고 힘없는 편에서 문학은 화해와 치유성으로 삶을 풍요롭게 이끄는 역할을 그간 담당해 온 것이다."
 
길 아니면 가지말라는 이도 끝내 이 길을 간다 무덤가는 상여도 등에 풀꽃밭에 쉬어 짚신 코를 돋운다 산 것들의 닳은 맨발이 누워 맞바람만 마신다 야망에 불타던 나그네의 노래도 끝 간 데는 북쪽을 오르기 마련이다 헛디딘 낭떠러지도 벼랑길을 낸다 청년세월 발걸음이 돌부리에 채일 때 아픔을 앗은 줄조차 모르던 희망 구식사랑을 비관하여 목에 길을 맨 파란 만장(輓章) 돌아보면 행복한 운명도 비춰 살았다 지팡일 세우면 평발바닥에 셀 수없이 그어진 족금 길도 속이 있어 걷는 이의 마음을 짚어 길 봇짐 곳곳에 이정표는 자명등(自明燈) 날(日)밝혀 있다 너설길 지돌이길인들 타박 말자 발걸음 휘도록 신발끈을 조여도 길품 없이 내어주는 길 우리는 또 밟아 나서야 하느니.   *지돌이: 험한 산길 바위 같은 것에 등을 대고 돌아가게 되는 곳. *길품: 남의 갈 길을 대신 내어주는 것.  <길> -김광자   김광자 시인은 향토시인, 그리고 길 위의 시인이기도 하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이도 끝내 이 길을'가는 그 부단한 <길>을 통해, 시인이 가야 할 시의 길과 그 삶의 길 속에서 끊임 없이 시의 길을 모색하는 시인의 영혼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집 9권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주제는 '바다', '어머니', 그리고 '향토애'와 '모성애' 등이다. 그리고 그의 시세계를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지극한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다.   그래서 그녀의 시집에는 친절하게 각주가 많다. 각주의 풀이를 읽어야 우리의 고유어나 방언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그는 '민족어의 파수꾼이며 정원사'이다. 그리고 '고사되고 사장될 위기의 언어에 생명을 불어넣고 빛을' 불어 넣는 시인이라 하겠다.   

▲ 김광자 시인 ⓒ 송유미


김광자 시인은 누구?
일본 나가사키 출생. 현 부산시인협회 회장, 부산여자대학사회교육원 강사(문예창작), 월간문학 등단, 제 23회 윤동주 문학상, 제 17회 부산시인협회상, 제 4회 설송문학상, 제 3회 바다문학상, 제 1회 해운대 문학상, 제 1회 교단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으로는 <해운대 아리랑>, <스쿠르에 잘려나간 발가락 바다>, <바느질 연가> 외 총 9권 출간.

꽃샘바람 짧은 아쉼인가
작설 보다 청청한 목소리여

천둥소리 깨쳐 발아한 야문 눈꼬리
꽃샘을 시샘터니
종다리 하늘 찢는 연초록 종이여라

봄 하늘 구천 구만리 햇살 뻗은 명잎이여
새 울음 찢어낸 햇순에 종을 달고
내 마음에 청아한
쇠북을 치는 명창이여라

찻잎따는 손마다 명창을 뽑고
입술마다 초록 종달아
귀먼듯 다음(茶吟)을 울려대는 천체여
명잎이여
네 푸른 종소리 마음에 듣는 이
찻물 강 가슴흐르는 찻잎들 계절아 !
<다종>일부-김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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