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색이 우유 빛깔, 스테미너 말할 필요도 없제"
섬진강 물속에 핀 아름다운 한 떨기 꽃 '섬진강 강굴'
▲ 잠수경력 30년, 전국 바다와 강을 훤히 꿰고 있다는 다이버 김권환씨다. ⓒ 조찬현
"섬진강 물속에서 본 강굴(벚굴)은 한 떨기 꽃인 듯 아름답습니다. 석화, 그래서 돌에 핀 꽃이라고들 하는가 봐요."
잠수경력 30년, 전국 바다와 강을 훤히 꿰고 있다는 다이버 김권환(58)씨다. 그는 저승에 가서 돈 벌어 이승 자식들 먹여 살리는 직업이 다이버라고 했다. 알 수 없는 물속 세상에는 예기치 못한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 강굴 2~3개만 먹으면 오줌색이 우유 빛깔이여, 스테미너는 말할 필요도 없제." ⓒ 조찬현
소나무 숲이 우거진 배알도 앞 망덕포구다. 망덕산을 향해 절하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배알도. 마을 사람들은 배알도를 망덕산에 낳은 뱀 알이 굴러가서 생겨난 섬, 뱀섬이라고 부른다.
24일 오전 9시 40분, 강굴채취를 위해 떠나는 운영호(선장 이성면, 4.38t)에 몸을 실었다. 섬진강은 봄빛이다. 희부연 안개 숲을 헤치며 배는 연어보다 빠르게 강물을 거슬러 오른다. 얼굴을 스쳐가는 섬진강의 강바람에 기분마저 들뜬다. 하얀 부표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경남 하동 땅, 왼쪽은 전남 광양이다.
아마 30여분쯤 달렸을까. 운영호는 진월면 돈탁마을 앞에서 멈추는가 싶더니 그곳에 닻을 내렸다. 섬진강 배위에서 보는 풍경이 남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드라마 <허준>의 마지막 장례행렬 장면을 촬영했던 경남 하동의 소나무 숲이 바로 건너에 보인다.
▲ 다이버는 선장과 하이파이브를 한 후 섬진강 물속으로 뛰어든다. ⓒ 조찬현
2월 초에 시작한 섬진강 강굴채취 작업은 20여일 째 계속되고 있다. 잠수복을 갖춰 입은 다이버는 허리와 어깨에 34kg의 납덩이를 짊어졌다. 선장과 하이파이브를 한 후 다이버가 섬진강 물속으로 뛰어든다.
▲ 할머니가 그물망 아래에 있는 줄을 잡아당기자 강굴이 봇물처럼 선상에 쏟아져 내린다. ⓒ 조찬현
▲ 강굴껍데기에 붙어있는 따개비와 돌멩이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크기별로 선별한다. ⓒ 조찬현
25분여가 지나자 강굴을 가득담은 그물망태가 올라온다. 할머니가 그물망 아래에 있는 줄을 잡아당기자 강굴이 봇물처럼 선상에 쏟아져 내린다. 이렇게 채취한 강굴은 강굴껍데기에 붙어있는 따개비와 돌멩이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크기별로 선별한다.
2월 초에 시작한 강굴 채취는 4월 말까지 3개월간 이어진다. 이 선장은 2년 전만 해도 수확량이 많아 제주도 해녀를 2명이나 투입했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되는 기수지역에 사는 강굴은 섬진강의 염도가 높아져 서식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섬진강의 염분 농도가 높아져 안타깝게도 재첩과 강굴 등의 서식지가 상류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확량의 절반에도 못 미쳐요. 상류에 댐을 막아 수문을 열 때마다 다 쓸려가서 종패가 안와 부러요. 종패가 7~8월경에 오는데 홍수시기와도 맞아떨어져요."
이곳에서 채취한 섬진강 강굴은 현지에서 10kg에 3만 8천 원, 20kg에 5만 8천 원에 판매된다. 강굴 수확량이 현저하게 떨어져 지난해에 비해 단가가 올랐다.
"한개 줄까?"라며 할머니가 갓 잡아 올린 강굴을 까서 알맹이를 건네준다. 이 맛,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이 선장은 "강에서 바로 따서먹으면 강굴향이 기가 막히게 좋다"며 "힘들어도 이 맛에 산다"고 말했다.
섬진강 강굴은 일반굴과 그 크기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할머니와 이 선장의 권유에 의해 강굴을 날걸로 먹었더니 굴 향이 입안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강굴의 크기가 어찌나 큰지 알맹이하나만 먹어도 입안가득하다.
▲ 섬진강 강굴은 알맹이하나만 먹어도 입안가득하다. ⓒ 조찬현
이 선장은 강굴을 남자가 먹으면 스테미너가 좋아지고 여자가 먹으면 얼굴 화장이 잘 받는다며 섬진강 강굴 자랑이다.
하긴 완전식품에 가까운 강굴이 비타민과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건강식으로도 좋다고 하니 그도 그럴밖에. 또한 자연의 선물 강굴은 빈혈과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섬진강 한가운데 잔잔한 물결위에 떠있다. ⓒ 조찬현
섬진강 한가운데 잔잔한 물결위에 배가 떠있다. 다이버가 물속에서 본 강굴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 바위에 붙어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섬진강의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어느 결에 찾아왔을까. 봄기운이 섬진강을 에워싸고 있다. 섬진강 한가운데서 애송시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1>을 가만히 읊조려본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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