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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쇼핑은 반값입니까?

소셜 커머스, 대세이나 성공여부는 불투명

등록|2011.03.01 11:03 수정|2011.03.01 11:03
어느 날 K군에게 트위터로 친구가 '21만 원 상당의 피부 관리를 77%할인된 가격 4만9900 원에', '한 끼에 6만3천 원 상당의 고급 레스토랑 만찬을 54% 할인된 가격 2만9천 원'에 팔고 있으니 지금 당장 구입하라며 성화다. 가격이 너무 싸니 3만3900원인 신사바지 3종 세트를 10만 원에 구입하라는 말보다 놀랍다. 최소 50%에서 70%의 할인율이라니 사기가 아닌가 싶다. 가격이야 그렇다 쳐도 친구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상품을 권하는 걸까? 알바를 시작했나? 아니면 혹시, 다단계의 늪에?

쇼핑 트렌드에 살짝 뒤떨어진 K군에게

떨이처리를 할 때나 나오는 할인율 50%. 재고정리도 아니라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수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몇몇 사람들은 눈치 챘을지 모르지만 K군에게 친구가 보낸 메시지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다. 이는 현재 온라인 쇼핑의 새로운 강자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소셜 커머스'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니 K군은 혹시 친구가 다단계에 빠진 건 아닐까 하는 무의미한 고민은 고이 접어 멀리 날리길 바란다.

그렇다면 소셜 커머스란 무엇인가?

소셜 커머스는 쉽게 말해서 트위터나 싸이월드 같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활용해 전자 상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소셜 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가장 먼저 가능성과 성공을 보여준 곳은 미국의 그루폰(group phone)이다. 그루폰은 설립 2년 만에 연 매출 5억 달러를 달성하며 소셜 커머스라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새로운 강자 탄생을 선포했다.

소셜커머스의 종류는 4가지로 나눠진다. 그중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형태는 공동구매형이다. 공동구매형에서 판매자는 50%이상의 파격적 할인을 구매자에게 제공한다. 대신 판매자는 조건을 하나 거는데, 그 조건은 판매자가 미리 정해둔 구매자의 수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매자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스스로 물건을 친구들에게 홍보한다. 그리고 판매자의 상품을 소개하는 소셜 커머스업체는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왜 소셜 커머스인가?

소셜 커머스가 한국에 소개되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다. 불과 1년 전 만하더라도 소셜 커머스를 초록색 검색창에 치면 하얀색 배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온라인 쇼핑몰의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 도대체 판매자와 구매자를 끌어들이는 소셜 커머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먼저 구매자들이 소셜 커머스에 끌리는 가장 결정적이고 유일한 이유는 파격적인 할인가 때문이다. 보통 판매자들이 본인들의 제품에 붙이는 할인율은 50%에서 많게는 80%정도가 된다. 가격 할인 폭이 사람이 북적대는 '사장님이 미쳤다'는 가게들 보다 크거나 비슷하다. 소셜 커머스 업체에 소개된 가게들은 할인율은 미쳤을지 몰라도 사장님은 미치지 않았으니 구매자들이 몰리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이렇듯 재고처리나 망해가는 회사가 아닌 번듯한 회사에서 제공하는 파격적인 할인은 구매자들에게 매력적이다. 따라서 공동 구매자 수를 채우기 위해 잠시 동안 그 회사의 판매원으로 일을 한다 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렇다면 판매자들은 왜 소셜 커머스에 끌리는 걸까? 파격적인 할인율 때문에 이윤은 커녕 손해를 걱정해야 할 것만 같은 판매자들이 소셜커머스에 끌리는 것은 그들에게 또 다른 꿍꿍이속이 있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소셜 커머스를 통해 금전적 이윤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봉사활동이라 불려도 무방한 할인율은 사실은 판매자에게는 홍보비나 마찬가지다. 공동구매 형식을 띠는 이유 역시 최소한의 이윤을 달성하기 위함이 아닌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회사의 판매원으로 고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정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구매가 불가능해지는 구조 때문에 구매를 원하는 구매자라면 친구들에게 물건을 홍보를 해야만 한다. 여기에서 홍보를 하는 주된 수단은 SNS인데, 이때 SNS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SNS를 통한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을뿐더러, 얼굴을 맞대지 않고 문자로 홍보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무엇을 홍보하는데서 오는 부담감도 적다.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확산속도이다.

광고를 위해 판매자가 전단지를 돌리는 것은 장소의 제한이 있고 설령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인터넷에 광고를 올려도 이는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정보이다. 그러나 SNS를 통한 홍보라면 인터넷이라는 같은 토양위에서도 전혀 다른 열매가 맺어진다. 만약 SNS를 통하여 정보를 2명에게 전달하고 그 2명이 다시 2명에게 전달을 한다면 홍보를 하는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속도 역시 초고속이다.

또한 홍보의 주체가 자신이 모르는 특정집단이 아닌 자신의 친구라는 점은 광고에 대한 신뢰성까지 높여주니 판매자들이 일정수준의 지출을 감안하더라도 새로운 방식의 홍보에 자신들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소셜 커머스의 달콤한 뒤 씁쓸함

소셜 커머스는 달콤하다. 조금의 노력이면 무척이나 싼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구매방법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소셜 커머스에 관심을 갖고 구매에 참여하고 있다. 소셜 커머스에 관심을 갖고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관련 업체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초기비용이 그리 크지 않은 소셜 커머스 사업의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검증되지 못한 회사에 의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받는 피해는 이뿐이 아니다. 70%의 할인율에 잽싸게 음식을 구매하고 찾아가지만 할인율 70%를 고려해서 30%만큼의 음식을 전달하며 억지로 제값을 치르게 하는 식당도 있고, 높은 할인율에 일단 샀다가 나중에 찾아가보니 식당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일부 식당에서는 할인쿠폰으로 밥을 먹는 손님들에게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소셜 커머스에 참여하는 판매자들의 피해 역시 없는 것은 아니다. 소셜 커머스 업체와의 계약문제로 피해를 보는 경우 외에도 판매자가 '성공한 CEO'를 꿈꾸며 야심차게 소셜 커머스에 뛰어들었다가 사후고객관리가 잘되지 않아 '음식을 싸게 대접했던 자원봉사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소셜 커머스를 통해 받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콤함 뒤의 씁쓸함을 조심해야한다. 이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소셜 커머스 업체를 통해 판매를 하는 판매자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특히 가장 피해의 대상이 되기 쉬운 소비자들은 소셜 커머스 사업자와 서비스 제공업체가 모두 믿을 수 있는 사업자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상적인 판매가격을 부풀려 할인율을 과장하여 광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높은 할인율에 현혹되어 충동적인 구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소셜 커머스는 어디로 가야하나?

돈을 벌기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매일매일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 아이디어들 중에서도 몇 가지는 실제적으로 실행이 되고 또 몇 가지는 실행되지 못하고 사라진다. 실행된 아이디어들의 운명도 다시 나누어진다. 세상을 바꾸는 짜릿한 아이디어가 될 것인가? 기발했지만 사라지는 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가 될 것인가?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많은 것들을 바꾼다.

그 짜릿한 생각들 중 하나가 바로 소셜 네트워크다. 소셜 네트워크는 소통의 방식을 변화시켰고, 대통령을 만들기도 했고, 가끔은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좋은 아이템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이미 쇼핑에까지 힘을 뻗쳐 소셜 커머스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건 누구나 쉽고 빠르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의 장점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소셜 커머스 역시 세상을 바꾸는 짜릿한 아이디어 일 것이다.

그루폰(group phone)이 대 성공을 거둔 후로 미국에는 수많은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난립했다. 그리고 그들 중 다수가 사라졌다. 대한민국에서도 소셜 커머스가 몇몇 기업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많은 업체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들 역시 과거의 사례처럼 다수가 사라지게 될지, 아니면 튼튼한 기반을 다져 많은 기업들이 커나갈 수 있을지는 상품 판매자와 상품 구매자들간에 win-win이 될 수 있는가 에 달려있다.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추천 받고 판매자들은 제품이 맘에 든 손님들을 끌어 서로가 win-win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소셜 커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는 이때 신뢰 구축에 실패한다면 수많은 회사들이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소셜커머스가 똑똑하고 알뜰한 쇼핑의 선구자가 될지, 친구 따라 강남 갔다 다리 부러진 제비가 될지는 디지털 시대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신뢰'라는 단어의 유무가 결정할 것이다. 과연 소셜 커머스는 어디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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