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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박근혜와 김문수, 비판할 만하니까 비판했다"

[난로출판사 이야기] 1. <정치의 발견>

등록|2011.03.04 15:26 수정|2011.03.04 15:27
※ [난로 출판사 이야기]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돕기에 참여한 출판사를 기념하며 작성된 것입니다. 55만원 상당의 상품이 걸린 페이스북 리뷰대회(링크)와 바이엔조이 구매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도울 수 있습니다.

애플의 인문학 유전자와 진보의 반정치주의 유전자


 

▲ <정치의 발견> 저자는 반정치주의를 극복하고 '정치'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 후마니타스

3월2일 아이패드2를 발표하며 스티브잡스는 애플 유전자의 차별성을 이렇게 소개했다.

애플의 DNA는 기술적인 부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인간 본성의 교차점에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이것은 기술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에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아직 이 DNA가 우리 정치에 반영되지 않았을 뿐이다.


<정치의 발견>(폴리테이아)를 읽고 나서 책을 읽은 사람들(소셜북스)과 함께 저자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심혈을 기울인 저자의 답변이 도착했는데, 답변서를 읽으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서문의 가장 첫 번째 화두를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첫머리에 나오는 다음의 한 구절을 주목해야 한다.

"쟁점의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논쟁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 - 알버트 A.허쉬만 <열정과 이해관계> 중에서

저자 박상훈은 진보가 인간을 핵심으로 하는 유전자 변화를 이루지 못했을 때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유전자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나는 진보적인 것보다 정치적인 것이, 또 정치적인 것보다 인간적인 것이 더 넓고 풍부한 세계이며 진보파가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이루려면 인간과 정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4쪽)

진보진영에서 가장 뛰어난 지식인 중 한 명이 조국 교수의 정치관에서 우리는 '정치'가 어떤 뉘앙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보게 된다.

한국 현실에서 정치인이 되려면 '지성'이나 '덕성'보다 '야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이 점이 취약합니다. 유시민은 정치인의 일상에는 '짐승의 비천함'과 '야수의 탐욕'이 있어야 한다고 예리하게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삶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죠. (<진보집권플랜> 297쪽, 조국 발언 부분)

얼마 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한 일이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만사형통 이상득 의원의 정계은퇴를 제안했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이상득 의원의 정계은퇴 결단을 이끌어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험한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국회의 한심스런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것을 이른바 '진보매체'가 받아쓰기를 한다. 때로는 인력구조 때문에 편협한 시각의 악순환에 빠져서, 때로는 SERI(삼성경제연구소)와 HERI(한겨레경제연구소)의 차이 없음(SERI의 연구원이 너무나 쉽게 HERI로 이직하는 게 현실이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 입사하는 기자의 가치관 차이없음에 스스로 빠져들면서(언론계 인사에 따르면 조선일보 떨어진 기자는 한겨레로, 한겨레 떨어진 기자들은 조선일보로 간다고 한다) 책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공개질의서 답변에 박상훈은 이런 우려를 강하게 드러낸다.

정치를 공격하고 야유하는 담론이 여론시장에서 넘쳐나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체계적으로 기획되고 재생산되어 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혜택을 보는 집단이 분명히 있고,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정치적으로 다뤄지지 않기를 절실히 바란다. 또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이 그런 일에 동원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왔다. 반정치주의와 비판적으로 대면하면서, 정치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일은 그 자체 하나의 거대한 싸움이다.(<정치의 발견>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서 일부)

박상훈 "박근혜, 김문수.. 비판할 만하니까 비판했다"

페이스북 책 커뮤니티 소셜북스(http://www.facebook.com/socialbooks)는 1월20일~2월16일까지 <정치의 발견>을 함께 읽고 저자에게 공개질의를 작성해 전달했다. 이에 대한 회신은 2월22일 도착했다. (회신 전문 보기)


저자가 불편할 것 같은 질문을 공개질의를 통해 다시 했다. 박상훈 대표는 <정치의 발견>에서 김문수 도지사를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으로, 박근혜 전 대표는 '실리주의로 투기이익을 노리는 정치 투기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표는 현직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책이 지향하는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제한 후 "사실 그렇게 비판되는 실명도 두 사람을 빼면 찾기 힘들다. 글쎄 누가 더 있을까? 과장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하며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다시 한번 강하게 비판했다.

내가 문제 삼은 건, 정치인 김문수의 자질이 아니다. 그가 보수정당으로 갔기 때문도 아니다. 책에서도 말했지만 보수파에서 좋은 정치가가 나올 수 있고 또 그걸 기대한다. 김문수 씨가 그런 역할을 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내가 문제 삼은 건 그의 선택이 아니라 그 이유에 대한 것이다. 1993년쯤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김문수 씨가 보낸 - 엄밀한 의미에서 편지의 형식으로 지인들에게 돌렸던 - 긴 편지를 말하는 것인데, 그 편지 속에서 그가 자신의 다른 선택을 설명했던 논리에 내가 동의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 논리는 솔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험했다. 만년 혁명만 추구하는 재야 생활로 자신의 인생을 끝내기보다 국회의원이 되어서 중요한 일을 하고 싶고, 보수 정당에서도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며, 민주화된 한국 사회에서 자신도 좀 더 안정된 일상을 갖고 싶다고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기에 그는 자신도 속이고 세상도 기만했다고 본다. (공개질의 답변서 일부)

한편 책을 읽는 독자들이 페이스북 상에서 생각을 모으고 저자에게 공개질의를 하는 방식의 책읽기에 대해서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신선한 반응이었다는 평가다. 주성현씨는 "글 토론이 이런 방식으로 전개되니 책의 내용과 더불어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어했던 이야기들을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획기적인 독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일수씨는 "저자의 답변에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논쟁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을 겪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셜북스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독자들이 함께 책을 읽고 댓글로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으며, 저자가 참여하는 방식(<너는 나다> 댓글토론)과 저자를 배제하는 방식(조정래 <허수아비춤> 댓글토론), <정치의 발견>처럼 공개질의 형태로 저자를 간접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탄생 3개월여 만에 700명의 회원을 넘어섰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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