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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명문대생 39인이 말하는 17살, 나를 바꾼 한 권의 책

등록|2011.03.05 12:23 수정|2011.03.05 12:23
내 사랑하는 자녀를 잘 가르치고 싶은 건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본능이다. 또한 아무리 팔불출이라 놀린다손 치더라도 내로라하는 자식을 자랑하고픈 건 역시나 인지상정이다. 그러한 자랑을 듣자면 표면적으론 "부럽소" 라고 할 망정 뒤돌아서선 되레 흉을 보거나 깎아내리는 경우를 예상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금지옥엽 딸이 서울대 합격 소식을 알려준 건 지난 2004년 겨울이었다. 원초적인 알가난으로 말미암아 학원 한 번을 제대로 보내지도 못 하였다. 그랬기에 당시의 나는 솔직히 딸이 이곳 대전, 충청권 내지 잘 하면 'IN 서울 대학'이나 가면 다행이란 얼추 수수방관의 입장을 견지하던 터였다.

"아빠, 저 서울대에 합격했어요!"

나는 딸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자 현실이었다. 거실의 PC에 연결된 프린터에서 출력된 따끈따끈한 <서울대 합격증>은 나에게 연거푸 눈을 씻고 다시 보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나는 감격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나는 딸을 껴안고 펑펑 울었다. 내친 걸음이라 했던가.

이어 딸은 모 의대에서도 합격증을 받았다. 딸은 의대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딸의 의중을 알아챈 학교에선 당장 난리가 났다. 고교의 체면인지 뭐신지 하여간 해당 학생이 서울대를 가야만 학교의 면목도 서고 선생들의 입지 또한 그럴 듯한 것이라며 아예 읍소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아버님께서 제발 00(딸)이를 설득시켜 서울대에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딸은 작년에 꽤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대를 졸업했고 지난 3월 2일부터는 동(同) 대학 대학원의 석사과정에 돌입했다. 어제 서점에 갔다가 <명문대생 39인이 말하는 17살, 나를 바꾼 한 권의 책>(구진아 외 38인 지음 / 김영사 출간)을 보곤 주저 없이 골랐다. 이는 왠지 그렇게 사랑하는 딸의 지난 날이 그리워진 때문에 어떤 앙금이 흘린 아쉬움의 계단이 작용한 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명문대생 39명이 읽고 감동과 감명을 받았으며 때론 인생의 멘토로까지 작용했던 뜻 깊은 책에 대한 '이실직고'이자 '고해성사'가 주를 이룬다. 22살에 가스 배달원과 막노동꾼을 하면서도 삶을 바꾸고자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리곤 결국엔 서울대 수석합격과 아울러 지금은 당당한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저자 장승수를 필두로 39명 명문대 학생들이 읽고 감동과 감명을 받은 책은 과연 무엇이었나를 새삼 고찰케 해 주는 게 바로 이 책이다.

또한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이지메(집단 따돌림=왕따)를 당해 할복자살을 기도하기도 했고 폭주족과 어울리던 비행소녀이자 야쿠자의 아내이기도 했던 일본의 변호사 오히라 미쓰요의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를 읽은 뒤 삶의 나침반을 수정했다는 학생의 수기 역시 공감의 뜨거움을 일으키게 한다.

<명문대생 39인이 말하는 17살, 나를 바꾼 한 권의 책>은 비단 대입을 앞둔 학생만이 아니라 자칫 거친 세파에 지쳐 무기력해진 세인들에게도 한 줄기 밝은 햇살로 다가와 더 활달한 삶의 동인(動因)은 과연 무얼까를 새삼 천착케 하는 모티프로 다가오기에도 손색이 없다.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격한 공명(共鳴)까지를 동시에 울린다. "벌써 지쳤다고? 웃기지 마. 그러니까 당신도 해봐! 나처럼."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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