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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연임 후 첫 업무는 최승호 PD 쫓아내는 일"

[현장] 4일 저녁 MBC 여의도 사옥 앞에서 시민들 'PD수첩 지키기' 촛불 들어

등록|2011.03.05 10:35 수정|2011.03.05 10:35

PD수첩 제작진 강제발령 인사에 반대하는 촛불 시민 PD수첩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MBC 여의도 사옥 앞에서 촛불집회를 벌이고있다. ⓒ 구태우



"김재철 나가라! 최승호 힘내라! 최승호 PD님 힘내십시오 국민은 당신을 믿습니다."

위기에 빠진 MBC PD수첩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의 촛불이 다시 켜졌다. 지난해 8월 PD수첩 4대강 방송이 결방된 이후 7 개월 만이다. 지난 4일 저녁 7시 MBC 사옥 앞에서 다시 켜진 촛불은 PD수첩 4대강 결방 사태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난 2일 김재철 MBC 사장은 현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낸 프로그램인 PD수첩에 사실상 사형 선고를 내렸다.

김 사장은 소망교회를 취재하고 있던 PD수첩의 간판인 최승호 PD를 시사교양 3부로 강제  발령냈다. 시사교양 3부는 아침교양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또한 외주프로그램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최 PD는 방송 제작업무 대신 관리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최 PD에게 취재 일선에서 떠나란 얘기와 마찬가지다.

또한 김 사장은 PD수첩 제작진 6명을 교체하고, 그 자리에 제작경험이 적은 신임 PD들로 채워 넣었다. 김 사장이 PD수첩의 탐사보도 업무를 중단시키고, 앞으로 PD수첩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이 날 집회의 사회를 맡은 한 시민은 "PD수첩 같이 좋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MBC는 얼마나 복 받은 회사인가요?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지키지는 못 할 망정 죽이고 있다"고 말하며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에 참여한 50명의 시민들은 현 정부의 언론탄압과 김재철 사장의 막가파식 인사에 대해서 규탄했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시사프로그램은 다 죽으란 말이냐" "MBC 사장도 공개 오디션을 통해서 뽑아야 한다. 김재철은 아마 1차에서 탈락할 것이다" "최승호 PD에게 필요한 자유는 기자로서 말할 자유, 보도할 자유이다" 등 김 사장을 비판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PD수첩 제작진 강제발령 인사에 반대하는 촛불 시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 날 유 의원은 MBC가 방통위 하부기구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구태우



이 날 촛불집회에 참여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MBC가 마치 방송통신위원회 하부기관처럼 행동하고 있다. 최승호 PD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배경인 소망교회를 취재하다가 이렇게 됐다. 현 정부와 김재철 사장이 그나마 정직 보도를 하고 있는 PD수첩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정권 입맛에만 맞추는 언론이 언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김재철 사장은 취임이래 끊임없이 MBC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취임 초기에는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김재철 사장 인사와 관련, 청와대 조인트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 사장은 낮은 시청률과 제작비를 이유로 시사프로그램인 '후플러스'와 국제시사교양 프로그램인 'W'를 폐지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인 4대강의 문제점을 꼬집은 PD수첩 4대강 방송을 결방시켰다.

트위터와 문자를 통해 집회 소식을 알린 박영선씨는 "김재철 사장이 연임되고 처음으로 하는 일이 최승호 PD를 쫓아내는 일이다. 현 정부에 반대했던 시사프로그램들이 없어졌다. YTN '돌발영상'이 없어졌고, KBS 시사기획 '쌈'이 없어졌다. 이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은 PD수첩 밖에 안 남았는데, 이조차 없애려고 하고 있다. MBC 내부구성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단결해서 PD수첩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PD수첩을 사랑하는 모임>의 한 시민은 "PD수첩은 어떤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치집단의 한 쪽 편을 들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PD수첩을 사랑하는 시청자로서 김재철 사장 연임 이후에 PD수첩이 존폐위기에 놓인 현 상황에 통탄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오늘 촛불집회는 트위터를 통해 급하게 모인 번개에 불과하다. 다음 주부터 MBC 새 노조와 시사교양국이 투쟁을 시작하면 함께 싸워 MBC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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