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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땟거리가 끊기지 않는다면 계속 도울 것"

쌀 한 줌 보태는 마음... 참여연대 후원회원 10년이 되었습니다

등록|2011.03.07 11:28 수정|2011.03.07 13:20

▲ 조계사 정문에는 현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항의로 정부와 한나라당 관계자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 오창균


참여연대 정기총회에 꼭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회비를 후원한지 10년 되었다며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낙천낙선을 주도했던 참여연대에 처음으로 후원금을 냈다. 그 당시 후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것은 우리사회의 정의를 수호하는 시민단체 하나쯤은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려놨을 뿐이라는 어느 영화배우의 말처럼, 함께 밥상을 차리지는 못하더라도 쌀 한줌 보태줘야 미안함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에 살면서 남산이나 63빌딩도 못 가본 사람이 수두룩 하다더니, 종로바닥을 쓸고 다녔던 시절이 10년도 넘을텐데, 지난 5일 토요일 처음으로 조계사를 찾았다. 1호선 종각역 2번 출구에서 계속 직진으로 걸어가다가 재개발로 사라진 피맛골에서 자리를 옮긴 빈대떡으로 유명한 열차집 간판도 보았다.

빌딩숲에 가려서 좀처럼 절을 찾지는 못했지만 불교용품점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봐서 근처에 있겠거니 하고 시간도 여유가 있는지라 각종 불교용품들을 천천히 구경하다가 시간에 맞춰서 조계사로 들어서니 눈에 익은 펼침막이 정문에 걸려있었다. 며칠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대통령 내외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교회가 국민통합에 가교가 되어 달라고 했는데, 무신론자인 내가 보기에도 다른 종교와의 소통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총회가 열리는 불교역사박물관 강당으로 들어가서 방명록에 이름을 쓰자 가슴에 꽃을 달아주어 조금은 쑥스러웠다. 결혼할 때 말고는 가슴에 꽃을 달아본 적이 없는것 같은데... 악기를 연주하는 소모임 회원들의 공연으로 총회가 시작되었다. 10년을 근속한 상근활동가들에 대한 시상에 이어 10년을 맞이한 후원회원들이 무대위로 올라 가 대표활동가들이 직접 써준 감사장과 금색책갈피를 받았다. 그 때 나는 10년 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좋은 세상이 오더라도 참여연대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있겠지.

▲ 10년을 맞이한 후원회원들이 무대에 올라섰다.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본인. ⓒ 오창균


회원 발언에서는 땟거리는 없어도 후원은 10년 넘게 하고 있다는 어느 회원이 정겨운 경상도사투리로 채찍과 당근이 있는 뼈있는 발언을 하며 참여연대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지역모임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있었고, 정부로부터 후원금을 받지 않고 있는 사실을 좀 더 명확하게 알려서 오해가 없도록 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청화스님은 초기 불교경전을 인용하여 나쁜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목골라 라는 수행자는 양 한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졌다가 표범의 공격을 받았으나 민첩하게 몸을 놀려서 피하고 뿔로 표범을 들이받아 물리친 후에, 양의 무리에 합류한 사실을 부처님에게 알렸더니 이렇게 말씀을 했다고 한다.

"나쁜놈에게는 정말로 정중함이 필요 없느니라, 좋은말이나 법도 필요 없느니라, 나쁜놈은 선(善)을 증오하고 있기 때문에 그와 맞서서 터놓고 싸우는 것이 최선의 길이니라."

스님은 이 경전을 읽은 후로 독재자는 나쁜놈이라고 정의를 했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나쁜놈들, 법을 지맘대로 주물럭거리는 나쁜놈들, 좋은 말과 의미있는 충고와 합리적인 비판을 깔아뭉개는 나쁜놈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까닭에 할 일도 많고 싸울 일도 많다면서 불교경전에 나오는 양과 표범이야기에 빗대어 몸이 민첩해야 하고, 뿔이 튼튼해야 하며, 힘이 좋아야 한다며 이 세가지 조건을 갖추면 양이 표범을 물리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의 역할과 책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민주주의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도 직접적인 참여를 하지 못하더라도 사업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후원을 하는 것으로도 동참을 하는 것이나 같다.

처음으로 참여연대에 대한 후원을 시작으로 우리사회의 어둠을 밝혀 줄 등불이 될 만한 곳에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조금씩 보태고 있다. 땟거리가 끊기지 않는다면 대상을 늘려나가고 참여할 것이다.

▲ 생각하지도 못했던 아주 의미있는 뜻깊은 선물을 받은것 같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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