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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이들과 낯선 곳으로의 여행

중국 정주, 낙양 패키지 여행①

등록|2011.03.07 17:20 수정|2011.03.07 17:20

▲ 인천공항에서 중국 정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다. ⓒ 최지혜


공항리무진에 다시 몸을 실은 것은 딱 1년 만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공항리무진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한다.

얼마 전 하나패밀리에 가입하게 되었고, 때마침 중국 정주, 낙양의 패키지 여행 해외 파견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응모를 했다. 기대도 안 했지만 덜컥 합격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 출발일이 바로 2011년 2월 28일.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지정된 공항 내 여행사 카운터를 찾아갔다. 하지만 너무 일찍 왔더니 기다리라고 한다.

겟어바웃, 스티커, 블로거, 하나패밀리 각각의 대표로 온 일행 20명이 함께하는 여행, 그 중 하나패밀리로 온 사람은 단 2명. 나머지 한 명의 하나패밀리 니키님과는 온라인상으로 미리 인사를 해두었지만 오프라인 상으로는 처음이다.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사이 니키님으로 추정되는 이가 보였지만 역시 숫기 없는 나는 멀리서만 힐끔거릴 뿐.

넓은 공항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30여 분을 기다려 드디어 모두 모였다. 일정표를 받아들고 짐을 붙이기 위해 단체비자를 기다리는 사이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고 떠드는 일행들을 보니 혼자라는 느낌이 들어 문득 외로워진다. 대면대면한 상황을 참아내느라 핸드폰만 붙잡고 지인에게 문자를 돌리고 있으니 악동님이 말을 걸어온다.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
"저, 지혜예요."

얼마 전 같이 중국 여행을 같이 갈 거라는 것을 알고 서로이웃을 신청해줘서 낯설지 않았던 터라 금방 아는 척을 해준다. 대책없는 낙천주의자님과 함께 내미는 명함을 받아들고 다시 침묵. 이럴 때는 정말 어디에 내놔도 한결 같은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출국 수속 도중 한 명의 비자가 잘못된 것이 발견되었다. 여권을 새로 발급받은 지 한참이 되었는데 구 여권의 스펠링으로 잘못 표기가 된 것이다. 편의를 봐줘서 한국에서 출국은 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서 입국이 거부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모두 한결 같은 마음으로 걱정했지만 다행히 구 여권의 사본을 팩스로 받아 잘 처리가 되었다. 당사자인 줄리님은 그 사본이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중국 땅만 밟고 다시 돌아올 일을 걱정해야 했다.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 대한항공 전세기는 한 줄에 6개의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 ⓒ 최지혜


오후 3시 5분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하여 출발. 모든 수속을 마쳤음에도 출발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전액 지원을 받아 가는 것이라 돈을 쓸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환전을 하지 않았는데 지인의 부탁을 받은 것을 깜빡했던 거다. 중국의 마트를 들릴 일이 있으면 위샹로스를 사다 달라는 것.

환전을 얼마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니키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여행 때 남은 위엔화를 뭉치로 들고 온 니키님, 필요한만큼 사용하고 마지막 날 정산해주라고 하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개인 신용 은행을 이용하는 느낌이랄까?

출발 전 니키님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덕분에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카드를 만들어 내 생애 처음 항공 마일리지도 적립할 수 있었고, 여느 여자와 다르게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나지만 면세품 인도장도 구경했다. 촌것이 출세했어.

라운지를 이용하겠다는 니키님과 잠시 헤어져 탑승구 대기장으로 왔다. 여행객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하다. 새로운 세상과 조우할 기대감에 한껏 들뜬 표정들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중국 패키지 여행을 하는 사람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벗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권이며 일정표, 티켓 등을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나중에 나이가 들고도 함께 여행할 벗은 얼마나 될까? 머리가 희끗희끗해져도 지금처럼 세상을 유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패드를 이용해 이런저런 메모를 끼적거리는 사이 비행기 탑승시간이 되었다. 비행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한 줄에 여섯 개의 좌석이 있는 전세기를 이용하게 된다. 내 자리는 줄리님과 악동님의 사이. 가뜩이나 어색한데 가운데 끼게 되니 조금 민망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쉴 새 없이 말을 걸어주는 두 동생들 덕분에 즐거운 비행을 할 수 있었다. 여행 내내 친근하게 다가와준 동생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참 고마웠다.

▲ 국내항공사의 기내식은 먹을만하다. ⓒ 최지혜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나, 비행기를 타본 것은 내 인생 통틀어 단 3번. 지금까지 먹어본 기내식 중 가장 훌륭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래도 국내항공이다보니 입맛에 맞았나 보다.

면 위에 고기가 덮인 요리는 중국 음식으로 보여 이름이 궁금해졌다. "승무원한테 물어봐야겠다"라고 말하자 악동님이 한 마디 거든다.

"소고기 누들쯤 되지 않을까?"

그 한마디에 웃음보가 터졌다.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던 거다. 그래도 뭔가 정확한 명칭이 궁금했지만 질문은 생략하기로 했다. 그래. 인생 편하게 살자.

기내식을 먹고 나니 배도 부르겠다 잠이 솔솔 쏟아진다. 비행기 안에서 볼려고 담아왔던 영화를 재생시키고는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에 항복하고 조용한 음악에 의지한 채 잠이 들었다. 계속되는 상모돌리기에 잠이 깨다 들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대륙의 땅을 밟았다.

▲ 중국 정주에는 1년만에 눈이 왔다고 한다. ⓒ 최지혜


중국 정주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출발 전 비 소식은 들었지만 눈이라니 당황스럽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거의 1년 만에 내리는 눈이라고 한다. 1월에 화제가 되었던 기사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한 여성이 정주에 눈이 내리면 누드차림으로 거리에 나오겠다고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에 글과 사진을 올린 사건. 그 여성 분은 그 약속을 지켰을까? 어쨌든 가뭄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현지인들에게는 반가운 눈이라지만, 여행객들에게는 야속할 수밖에 없다.

▲ 깨끗한 정주공항의 내부 ⓒ 최지혜


공산주의 국가답게 깐깐한 출국 수속을 마치고서야 비로소 공항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냄새나는 나라, 짝퉁 천국, 시끄러운 사람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종의 편견을 갖고 있었다. 연일 뉴스를 통해 듣는 대륙의 소식이 그러했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본다. 하지만 정저우공항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와 정반대였다. 그 나라의 첫인상은 첫관문인 공항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저우공항은 그동안 갖고 있던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깨끗한 것은 물론 건물 자체도 세련됐다.

공항을 나와 4일 동안 우리를 책임질 버스로의 이동까지 거센 눈보라와 싸워야 했다. 작년에는 가는 곳마다 비가 오더니 올해는 눈이다. 지난달 강원도 여행 때는 폭설이 내려 눈구경을 실컷 했는데 타국에까지 눈을 몰고 왔다. 봄이 시작되어 16도까지 올랐던 날도 있었다는데, 이거 정말 나 때문인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지는 걸.

▲ 도착하자마자 석식을 먹으러 이동한 식당 외관 ⓒ 최지혜


원래 일정표대로라면 유람선을 타러 가야 하지만 날씨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어 바로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가이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향신료를 최소한으로 해달라고 식당에 부탁했다고 한다. 다행이다 싶다.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 입맛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외국에 나가면 항상 음식 때문에 고생을 하곤 한다. 그 나라의 음식도 알아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국에서조차 한국 음식에 목을 매는 스타일이랄까? 이번 여행에서는 잘 먹어보겠다고 다짐을 했기에 가이드의 배려가 새삼 더 고마워진다.

가이드의 배려 때문인지 음식을 비교적 무난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향신료도 강하지 않고 깔끔해서 일행 모두가 괜찮다고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유일한 국물 종류였던 메뉴에서 탄 맛이 나서 먹을 수 없었다는 점과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중국인의 습성 때문인지 생선에 젓가락을 대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야채 종류다. 맞출려고 노력은 했다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의 입에 딱 맞지는 않아서인지 중국 여행 내내 채식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슬픈 현실. 

말이 통하지 않아 각각의 요리 이름과 재료, 조리 방법 등을 설명할 수 없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 석식으로 먹은 중국의 다양한 음식들 ⓒ 최지혜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그릇들의 용도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중국에서는 개인용 식기로 접시, 대접, 찻잔 이렇게 세 종류를 사용한다. 보통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망설임없이 대접에 밥을 담고, 접시에 반찬을 담는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국은 대접에 밥과 반찬은 접시에 함께 담아 먹는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보니 중국 영화에서 접시를 입 가까이에 들고 젓가락으로 쓸어 넣던 것을 본 기억이 난다.

또한 중국에서는 식사을 할 때 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신다. 이런 습관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종업원을 불러 어설픈 중국말로 "氷水(빙수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알아듣지도 못하는 중국말로 샬라샬라하고 가버린다. 말이 통하지 않아 체념하고 있었더니 마침 가이드가 자리로 와서 주문을 해주었고, 일행 중 한 명이 돈을 지불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국의 음식점에서는 물이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돈을 내고 사먹어야 한다.

중국에서의 첫 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다. 나이가 꽤 어린 듯 보였다. 많아봤자 20대 초반 정도? 그들은 우리가 식사를 하는 내내 계속 신기한 듯 쳐다봤다. 심지어 다른 룸에서 일하고 있던 종업원들까지 와서 쳐다볼 정도.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며 낄낄대기도 하고,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말이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나이드신 분들만보다가 젊은 층의 여행객들을 보니 신기해서 그런 거라고 한다. 그만큼 순수하다는 증거다.

중국의 아이들은 최소한의 교육을 받고 나면 자연스럽게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한 달에 겨우 20만 원을 버는 아르바이트생들이다. 문명과 물질에 노예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낼 줄 아는 순수함을 간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http://dandyjihye.blog.me/140125267305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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