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출수 '퇴비화' 불가능? 김제동 누구냐!"
[현장] 정운천 등 축산농장서 시연회 열어... 우희종 교수 "현실성 없어"
▲ 구제역 돼지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로 만든 퇴비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사진 오른쪽)이 7일 오전 구제역으로 돼지 1,600마리를 매몰한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암산리 한 농가에서 열린 '구제역 침출수 퇴비화 시연회'에서, 매몰지에서 빼낸 검붉은 침출수(사진 왼쪽)를 넣고 3분여 뒤 기계에서 나온 퇴비의 냄새를 맡은 뒤 "향이 난다" "구수하다"며 침출수 퇴비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 권우성
7일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에 있는 한 축산농장. 하얀색 방역복을 입은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한나라당 구제역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 그리고 기자들이 '폐사축 고온 멸균 파쇄 건조기'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구제역 침출수 퇴비화 시연회'를 위해서였다. 이날 시연회를 위해 퍼올린 침출수로 인해 농장에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악취가 진동했다. 이 농장에서는 구제역으로 인해 1600마리의 돼지가 묻혀 있었다.
'침출수 퇴비' 나오자 "구수하다. 단내가 난다" 감탄
최씨는 "침출수에 톱밥과 같은 부형제를 넣고 170도의 고온에서 멸균하면 퇴비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돼지에는 수분이 70%기 때문에 침출수의 일부는 '증류수'가 되어 바깥으로 나온다. 이 물은 고온 멸균된 물이기 때문에 마셔도 상관없다"며 "제가 한 번 마셔볼까요?" 묻기도 했다.
▲ '구제역 침출수 퇴비화 시연회'에서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과 황진하 의원 등이 시장에서 구입한 돼지머리를 '폐사축 고온멸균 파쇄 건조기'에 넣어 유기질 비료 원료로 재활용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300kg 용량의 기계에서는 침출수뿐만 아니라 '폐사축 멸균·파쇄·건조'도 가능했다. 최씨는 "구제역 행동지침상 매몰된 돼지를 꺼낼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시장에서 돼지머리를 사왔다"며 기계의 뚜껑 부분을 열었다. 이어 '고온 멸균'되고 있는 검붉은 침출수에 돼지 머리를 넣었다. 최씨는 "이렇게 돼지를 넣으면 뼈까지 파쇄되어 나중에는 가루가 되어 나온다"며 "탈진장치가 있어서 냄새도 다 없어지고 매연도 없고 돈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잠시 후, 시연 전부터 가동되고 있던 옆 기계에서 흙빛 퇴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 최고위원과 황진하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냄새가 구수하네"라며 감탄했다. 조병돈 이천시장은 "오히려 단내가 난다"고 웃어 보였다. 정 최고위원은 "내가 농사를 지어봤다, 그래서 욕을 먹었는데, 퇴비가 되잖아"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6개월 전부터 이 기계를 이용하고 있다는 농장주 이창호씨는 "돼지를 계속 묻어놓으면 2~3년이고 아무것도 못한다"며 "이렇게 처리하면 빨리 농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제역 매몰 이후 6개월 동안은 입식을 못 하고 3년 동안은 땅을 못 뒤집도록 하는 바람에 기계가 있어도 사용을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에 오늘 시연회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정성오 한국폴리텍바이오대학 교수 역시 "(이런 식으로) 농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환경적으로 처리해서 자원화할 수 있다"며 "정서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굉장히 유용한 유기비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가 침출수로 퇴비 못 만든다고 했나? 김제동이 누구야?"
▲ 황진하 의원, "퇴비 만든다니까 '웃기지 말라'고 한 사람이 누구냐"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구제역 침출수 퇴비화 시연회' 도중 "(침출수로) 퇴비화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회의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 있지 않나. 퇴비 만든다니까 '웃기지 말라'고 한 사람이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권우성
그러자 황진하 의원이 말을 이어갔다.
"(침출수로) 퇴비화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회의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 있지 않나. 퇴비 만든다니까 '웃기지 말라'고 한 사람이 누구냐."
이에 업체대표 최씨가 "퇴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하자 황 의원이 다시 "퇴비화 안 된다고 한 사람 누구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는 "김제동"이라는 답이 나왔다.
김제동씨는 정 최고위원의 '침출수 퇴비' 발언이 나온 이후 지난 2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생매장되는 순간에도 새끼에게 젖을 물리던 소와 돼지들에게 감히 퇴비가 되어라 하고 말할 수 있습니까. 과학 이전에 생명이 생명에게 가지는 본질적 예의를 묻는 것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파괴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입에 올릴 수 있을까요"라며 분노를 나타낸 바 있다.
이에 황진하 의원은 "김제동, 그 사람이 누구야?"라며 정성오 교수를 향해 "정 박사님 같은 전문가가 침출수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고 언론과 국민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침출수 퇴비화가 가능하도록) 구제역 매뉴얼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운천 최고위원은 "농사를 안 지어 봤다면 걱정과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저는 이 기술을 2~3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이러한 기술을 구제역이 발생한 다른 나라에 수출해서 구제역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출? 전혀 새롭지도 않은 기술로 사람들 속이고 있다"
하지만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기술이 현실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 교수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축산 폐기물을 퇴비화하는 기술은 예전부터 있었다"며 "전혀 새롭지도 않은 기술을 시연하면서 사람들을 속이는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우 교수는 축산 폐기물을 퇴비화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성'을 들었다. "거대한 돈을 투자해서 퇴비를 만들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용이 투자비용보다 적기 때문에 아무도 이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 교수의 설명이다. '퇴비화 기술을 해외로 수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 세계 어디에나 그런 기술은 있다"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돼지 50두, 소 7두를 처리할 수 있는 기계 한 대 가격은 3억 원에 달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맹형규 행안부 장관)는 24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이러한 폐사축 처리기를 8개도에 한 대씩 보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이 '구제역 침출수 퇴비화 시연회'에서 침출수 및 폐사한 가축을 퇴비로 만드는 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