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미인에게 후한 점수? '우라질 시추에이션'이죠!

인사고과, 업무방식 개선점 없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로

등록|2011.03.08 16:40 수정|2011.03.08 16:40
오늘은 직원들의 능력과 업무성과를 숫자로 평가하는 날. 바로 인사고과표 제출마감일이다. 지난밤에는 직원 한 명 한 명씩을 떠올리며 계속 몸을 뒤척였다. 지난해까지는 1차 고과자(부서장)가 알아서 부원들을 줄 세워 각 항목별로 A(5점), B(3점), C(1점) 등으로 나누어 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10여 개 평가항목별로 부서장이 100점 만점에 일정한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인사고과
인사고과란 종업원의 직무수행업적을 측정하는 제도로서 종업원의 실천능력, 업적, 성격, 적성, 장래성 등을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람의 능력과 업적을 평가하는 것이다. 인간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 가치판단이 비즈니스 세계에 적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매출과 높은 수익의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하던 기업 활동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는 비즈니스는 자신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고 협력하는 동반자 그룹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자각이고, 다른 하나는 추구해야 하는 목표가 나 혼자만의 일시적 성공이 아니라, 동반자 그룹 전체의 오랜 생존과 번영이어야 한다는 자각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3천여 명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강제 사직시킨 데 이어 최근 인사고과가 낮은 200여 명의 직원을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배치해 이후 영업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직원은 면직까지 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합리적인 인사고과 제도를 도입하였다고 해도 고과자가 편견과 감정에 치우쳐서 고과를 한다면?

반드시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인사고과제도'다.

'김OO 대리는 이래서 90점, 박OO 과장은 저래서 85점….' 결국 일정한 공식에 의해 산출된 것이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고과자의 잣대(?)로 입맛에 맞는 사람만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고민을 거듭했다.

'1차 고과자인 내가 항목별로 하나하나 따져 나름대로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면 직원들이 적어도 어떤 점이 모자라게 보이는지는 알 수 있겠지….'

하지만, 내 기준이나 내 잣대가 애시당초 틀렸다고 가정한다면 내 기준에 맞춰 점수를 낮게 받은 사람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단정 지을 수 있는가? 숫자 하나에 일 년 동안 열심히 일한 대가가 물거품이 된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고과자가 아무리 후하게 준들, 본인의 인사고과 점수를 받아들고 1년간의 성과에 대해 인정받았다고 만족해하는 직장인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잘못을 두둔하거나 관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부하를 아끼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평가 결과가 연봉, 승진, 교육훈련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데… 아, 이를 어쩌란 말인가.

정확한 인사고과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고과의 기준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실에 입각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 '즉흥적인 평가는 절대로 삼가야 한다'라는 기본원칙은 이젠 안중에도 없다. 결국 난 오늘 전 직원을 90점 이상 후하게 주고 말았다. 며칠 후 경영진에서 떨어질 날벼락을 각오하면서도….

대신 사내 메일을 통해 1년간 수고해준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또, 어떠어떠한 점이 약간 부족했으니 앞으로 더 노력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진심의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인사고과표만약 당신이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인사고과에 새로운 평가항목을 추가한다면 무엇을 넣고 싶은가? ⓒ 김학용




인사평가에 대한 불신과 평가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인한 공정성 결여와 측정상의 오류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인사고과의 유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고과자가 대상자에게 개인적인 감정과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 들이대는 잣대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 평소에 자신의 '라인'에 서는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직원에게 의도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지는 않았던가?
- 직원들의 순위를 미리 머릿속으로 매겨놓고 평가점수를 안배하여 작성하지는 않았는가?
-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혹시 '뒤끝'이 있지는 않은가? 언젠가 불평을 털어놓고 항의하는 그에게 낮은 등급으로 몰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 혹시 즉흥적인 평가나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음으로 모두에게 후한 평가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인사고과 하나부터 남녀는 너무 달라요. 뽀얀 피부에 눈이 예쁜 '울트라 초절정 어메이징' 그녀, 상냥하게 다가오는 깜찍한 그녀 앞에 서면 다른 단점도 다 묻어버리고 그것만으로 모든 항목을 좋게 평가하지는 마시라. '우라질 시추에이션'이 아닐 수 없다.

▲ 한 회사의 인사고과 대상 규정 ⓒ 김학용




고과를 매기는 사람과 고과대상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대개 인사고과를 받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내리는 점수가 후하다면, 정작 고과를 매기는 사람들의 평가는 낮은 경우가 많다.

기대와 전혀 다른 고과가 나왔을 때의 패배감이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고과표를 부장 앞에 내던지며 정말 회사를 당장에라도 두고 싶고, 부장을 향한 복수심이 하늘을 찌른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정말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만약 "김 부장! 어떻게 나에게 이런 점수를 매길 수 있어!"라며 대형사고(?)라도 친다면 그다음 이야기는 '안 봐도 비디오'다.

"당신의 마음속에 식지 않는 열과 성의를 가져라. 그러면 인생의 빛을 얻으리라. 정직과 성실을 벗으로 삼아라. 아무리 친한 벗이라도 당신 자신으로부터 나온 정직과 성실만큼 당신을 돕지는 못할 것이다. 백 권의 책보다 단 한 가지의 성실한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는 더 큰 힘이 된다." - B. 프랭클린

인사고과 점수를 기대한 만큼 받지 못했다고 회사생활이 끝장나거나 낙오자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조금 늦게 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반드시 보상을 받게 되어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좀 더 멀리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해야 한다.

또, 결과를 통해 업무방식에 고칠 점은 없는지 구성원과의 관계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고과자가 먼저 모범을 보일 때 피고과자가 비로소 고과 결과를 수긍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꼭 명심해야 한다. 그만큼 남을 평가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따르는 법이다.

최악의 직장상사?영화 속 최악의 직장상사는 '쏜다'(2007)에서 조덕현이 연기한 '김과장'이 아닐까. '김과장'은 '박만수(감우성)'가 가로등 교체업체 선정과정에서 본인이 뒤를 봐주고있는 업체로 교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통보하고, 송별회식자리 비용까지 그에게 부담시키는 최악의 상사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했다. ⓒ 영화 '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