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의 참 맛은 무시하는 것?
[홀로 떠난 6개월의 아프리카 탐험 23]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
▲ 사파리사파리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 박설화
사파리(safari)는 본래'여행'이라는 뜻의 스와힐리어에서 온 단어로, 우리에겐 자동차를 타고 온종일 어딘가에 있을 동물들을 탐험하러 다니는 뜻의 단어로 쓰인다. 현지에선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라는 말이 더 통용되지만 말이다.
▲ 사파리 팀5명 남짓의 관광객과 가이드와 요리사가 팀을 이룬다. ⓒ 박설화
운전사 겸 가이드 한 명, 요리사 한 명,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 4~5명. 이렇게 모인 한 팀은 며칠간 함께 밥 먹고 한 차에 타고 움직인다. 때에 따라선 케냐의 마사이마라의 밤 모닥불 옆에서 서로의 속내를 터놓으며 일 년 같은 하루를 쌓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 근처의 롯지(lodge)에 며칠간의 둥지를 튼 우리도 그러했다. 며칠을 지낼 곳이었고 그러기에 각자의 방을 구경하기 전의 심경은 참으로 두근거린다.
건물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했으니 '야외텐트쯤이겠다'라고 미루어 짐작한 것이 맞았다. 샤워시설에서 따뜻한 물이 나올리는 만무했지만(그들은 핫 샤워도 가능하다고 했으나 틀어보니 역시나). 그러나 꽤 괜찮은 침대와 이불에서 만족스러웠다. 짐만 두고 나오라는 운전기사의 말이 있었으니 어서 나가볼까?
▲ 사파리중 묵었던 숙소텐트 여러 동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잔디도 있다. ⓒ 박설화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에 들어서며 가이드는 자동차의 지붕을 들어올려준다. 들어올린다는 표현이 맞는 것이 활짝 여는 것이 아니고, 관중의 시선을 가리지 않게끔 지붕만 들어올리는 것이다.
탁 트여진 초원과 더불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임팔라들만 봐도 그림 자체가 일반인이 '꿈꾸던 아프리카'기에 모두들 흥분한다.
▲ 사파리 차량지붕을 들어올린 자동차들. ⓒ 박설화
"아, 저것 봐!"
흥분하는 사람들을 느긋하게 조절해주는 것은 운전기사겸 가이드의 몫.
"저기서 뿔 달린 놈 보이죠? 그게 수놈입니다. 권력자인 수놈 한 마리가 저 암놈들 무리와 다니는 거죠. 저쪽에 혼자 떨어져 있는 수놈들은 무리에 낄 수 없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모두들 마사이마라의 첫 동물에 심취해 있는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이 모습은 다음날이 되면 전혀 다른 리액션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 코끼리아기 코끼리. ⓒ 박설화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듯, 입구를 지나면 임팔라들을 지나, 머지 않은 곳에서 얼룩말이 우릴 맞이한다. 여기저기서 조용히 셔터를 눌러 이 얼룩말을 간직하려는 움직임. 얼룩말의 그 완벽해 보이는 패턴에 경이로운 눈길을 보내는 것도 잠시, 길 건너에서 기린이 나타나 우아한 자태로 걷는다. 거기다 세 마리 한 가족!
"우와, 저 새끼 기린 봐... 너무 귀엽다."
사람들의 우호적인 눈빛에 답하듯 저만치 가던 기린 한 마리가 팬서비스라도 하듯 돌아봐준다.
▲ 버팔로버팔로는 보기보다 힘세고 주의해야 할 동물이다. ⓒ 박설화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가듯, 여기저기 탐험하던 우리의 자동차는 바분(원숭이의 한 종류)과 이름 모를 조류(물론 조류들의 이름은 다 들었으나...), 버팔로, 코끼리, 하이에나, 하마 등을 거친다. 그리곤 끝내 치타와 사자를 발견하고선 사파리의 절정을 이룬다.
날렵하고 아름다운 치타 두 마리가 자동차 쪽으로 걸어오다 시선을 느낀 듯 머뭇거린다. 숨죽이고 보게 되는 관중! 그리고 약육강식의 끝을 보여주는 사자무리들. 장기를 드러낸 누(소 과)를 뺏길세라 집중하여 식사중인 권력자 사자. 이런 과정을 거친 관중들의 반응은 다음 날 판이하게 달라진다.
▲ 초원에서의 점심식사마사이마라 국립 보호구역에서 먹는 만큼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중요한 일. ⓒ 박설화
자동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으레 주위에 무엇이 있겠거니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그다음 날부턴 눈만 굴린다. 이미 볼 것 다 봤다는 온몸의 심플한 표현이다. 나타난 얼룩말엔 슬쩍 고개를 한 번 돌릴뿐이다. 기린쯤 나타나면 기분 좋은 미소 한 번이 끝이다. 사자쯤 나와야 한번 크게 돌아봐주고, 못 보았던 레오파드의 흔적으로 남겨진 나무 위의 동물들 시체를 봐야 크게 한 번, 고개를 올려봐 준다.
초원에 놀러온 손님들이 주인인 동물들에게 크게 실례 할 만한 변심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곳은 아프리카고 각자가 원하던 아프리카 이미지는 모두 충족시켰으니 그게 여행의 맛 아니던가.
▲ 마사이마라 평원에서의 저녁식사요리사는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평범한 재료로 요리한다. ⓒ 박설화
숙소에 도착해 요리사가 이미 저녁식사를 준비해놓은 것을 보면, 이미 예정되어진 계약이라 하더라도 감동이 들게 마련이다. 밥 차려 준 어머니의 손길 만큼은 아니지만, 누군가 내 끼니를 챙겨준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라고 할까. 각국의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끼니인지라 평범한 식재료로 만든 부담스럽지 않은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피워놓은 모닥불로 모이게 된다. 더구나 롯지엔 더 이상 초원에서 사냥을 누릴 자격을 잃은 몇 마사이 피플들이 일을 하고 있다!
깡마르지만 단단해보이는 체구에 귀에 커다랗게 구멍이 나 있는 마사이족들... 그들은 더 이상 결혼을 앞두고 맹수를 사냥해 본인의 용맹함을 알리지 않아도 되지만, 자꾸만 사회적인 삶을 강요받는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 옆에서 그들의 마사이마라 초원에서의 삶을 회상하고 있었다.
▲ 마사이족들돈을 벌기 위해 마사이마라 초원 근처의 롯지등에서 생계를 이어가기도 한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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