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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천국 중국, 산수만큼은 진짜배기

[중국 정주, 낙양 패키지 여행 네번째 이야기]

등록|2011.03.10 10:21 수정|2011.03.10 10:21

▲ 운대산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매표소가 있는 건물 ⓒ 최지혜


운대산이 있는 초작으로 이동하는 2시간 동안은 거의 기절상태였다. 한참을 기절해 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안 그래도 좁은 버스 좌석이 더욱 좁게 느껴진다. 무릎은 앞좌석에 닿아서 개기고, 속은 쓰린데다가 몸이 힘드니 안 하던 멀미까지 한다. 스물 스물 위에서 역류하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맨 뒷자리로 이동했다.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시니 그나마 조금 괜찮아진다.

주차장에서 하차를 하고 가이드가 나눠주는 카드 티켓을 들고 입장을 한다. 카드를 대고 지문을 인식시켜 통과하는 시스템이 특이하다. 운대산 내 모든 관광지는 이런 시스템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협곡과 폭포가 비경을 이루는 운대산은 중국의 AAAA급 관광지이다. 호텔로 치자면 4성급. 산세가 험준하고 봉우리 사이에 항상 구름이 걸려있다고 하여 '운대산(雲台山)'이라 이름지어졌으며 중국 10대 명산 중 3위에 오른 명산이다. 그 중 우리가 가게 될 홍석협과 담폭협은 주요 관광지이며, 세계 최초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이라고 하니 그 비경이 기대가 된다.

산세가 넓어 모든 코스는 셔틀버스로 이동이 가능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관광지답게 깔끔한 버스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버스에 오르자마자 코를 찡그리게 되는 냄새는 어쩔 수가 없다.

▲ 운대산 농가 식당에서 먹은 음식들 ⓒ 최지혜


버스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마을 농가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식당 앞에서는 다양한 견과류를 팔고 있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일행들이 앞에 서서 구경을 하니 아주머니가 신이 나서 이름을 알려주신다. 그 중에는 토마토를 말린 것이 있는데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하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어르신이 안쓰러워 팔아드리고 싶었으나 짐만 될 것 같아 망설이다 그냥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마을 농가가 운영하는 식당이라 허름하고 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층 건물에 깔끔한 편이다. 식당을 오기 전 가이드가 미리 얘기를 해뒀다. 산골 농가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 직접 재배한 것들로만 이루어진 음식인 만큼 기대는 하지 말라며, 대신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식탁에는 거의 풀대기 뿐이다. 속이 쓰리니 따뜻한 국물을 기대했건만, 나의 속을 달래줄 음식은 없어보인다.

그나마 국물로 보이는 거라곤 토종닭을 삶아서 나온 육수. 마음 같아서는 그 국물이라도 후루룩 마시고 싶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위에 독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식사를 마치고 차 한 잔에 해장을 맡겼다. 그래도 따뜻한 차를 마시니 속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협곡 트레킹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화장실을 가두어야 할 것 같아 식당 1층에 있는 화장실을 갔다가 '뜨악'하고 말았다. 겉에서 보기에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더니 말로만 듣던 문 없는 화장실이라니…. 한줄로 이어진 구멍에 두개의 칸막이만 있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용기는 도저히 생기지 않아 꾹 참기로 한다. 오래 전에 말로만 들었는데 이런 화장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신기해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시골은 아직 그렇다고 한다.

▲ 홍석협의 거대한 모습은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 최지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 '홍석협' 입구에 도착했다. 보통 산이라 하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출발 전 짐을 꾸릴 때 트레킹화를 가져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하지만 홍석협은 그 반대다. 셔틀버스가 내려주는 지점이 꼭대기라 매표를 한 후 다리를 건너면 협곡을 따라 평지 또는 내리막길로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어그부츠를 신고도 충분히 걸을 수 있을 만큼 편안한 길이다. 

다리위에 올라서자마자 거대한 협곡의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제야 대륙의 거대함이 드러나는구나."

누군가가 뒤에서 소리친다. 짝퉁 천국이라는 중국이지만 산수(山水) 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진짜배기라는 것이 절로 실감난다. 입구에서 가이드에게 푸념섞인 말을 건넸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온 곳이 여긴데 안개가 껴서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안개와 상관없이 볼만 할겁니다."

가이드의 말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 고소 공포증 때문에 제대로 아래를 내려다보지는 못했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내려다보는 장관만으로도 나를 압도한다. 말이 필요 없다. "우와!"라는 감탄사면 충분하다.

▲ 어떻게 이렇게 길을 냈을까 싶을 정도로 잘 닦인 홍석협의 산책로 ⓒ 최지혜


다리를 건너 딱 중국스러운 정자 옆으로 난 계단으로 내려가면 홍석협을 유람할 수 있는 산책로와 이어진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가이드의 말을 유념하고 가장 앞장서서 걷는다. 누구보다 이 멋진 풍경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길이 잘 닦여 있다. 어쩌면 계곡 사이로 이렇게 편안하게 길을 닦아놨는지 신기할 정도다. 역시 중국은 안되는 것이 없는 건가? 꼬불꼬불한 길이 계속 이어져 간혹 멀미를 하는 사람도 생겨나기도 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나를 한껏 들뜨게 한다. 

홍석협은 붉을 홍(紅)에 돌 석(石), 붉은빛을 내는 암석들로 이루어진 협곡이라 하여 그렇게 불린다. 너무 멋진 풍경이지만 날씨가 흐린 것이 조금은 아쉽다. 눈과 안개가 덮인 협곡은 그 자태를 마음껏 뽐내지 못한다. 맑은 날이었다면 붉은 바위들도 더 반짝반짝 빛깔을 뽐낼텐데, 그 점도 아쉽다.

▲ 오색조명으로 길을 밝히는 동굴 ⓒ 최지혜


길을 걷다보니 산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안쓰러움과 부러운 마음이 동시에 든다. 매일 다른 협곡의 모습을 볼 수 있음이 부럽고, 추운데 따뜻한 휴식공간도 없어 밖에서 떨며 쉬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발걸음을 떼니 바로 동굴이 나타났다. 오색의 조명이 설치되어 그 분위기가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아 최대한 흔들리지 않으려고 몸을 최대한 낮추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안 보이던 일행이 뒤에서 나타난다. "별로 많이 안 갔네?" 천천히 가라고 당부를 했던 가이드가 안도의 한마디를 건넨다.

▲ 홍석협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폭포 ⓒ 최지혜


앞서 본 풍경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동굴을 지나고나면 진정한 홍석협의 비경을 만날 수 있다. 발 밑으로 펼쳐진 푸르다 못해 신비로운 계곡물은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가이드는 날이 흐려서 이 정도지 맑은 날에는 더 푸르다고 한다.

계곡 사이로 아찔하게 놓인 다리를 지나면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중국으로 떠나기 전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그때 보고 반해버린 바로 그 절경이다. 사진속의 모습도 멋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삼각대가 없어 난간에 팔을 걸치고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찍으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선명하게 나오지 않아 아쉽다.

자연은 스스로 멋진 그림을 만들어낸다. 폭포수 위로 난 다리는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겠지? 물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은 끊임없는 물의 접촉으로 허락된 것일 것이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숨고르기를 해야한다. 조금만 발을 잘못 디디면 그 깊이조차 알 수 없는 물 속으로 잠수하게 될지도 모르니…. 그래서인지 안전사고를 대비해 많은 관리인들이 다리 건너편에서 관광객을 주시한다. 겁 없는 일행은 다리 옆 바위 위에 올라섰다가 관리인에게 혼나기도 했다.

▲ 숨을 죽이고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용소 ⓒ 최지혜


용소 주변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렀다. 우뚝 솟은 절벽 사이에서 가늠할 수 조차 없는 깊이의 푸른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거대한 자연 앞에 스스로가 참 하찮은 미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연이 사람때문에 아파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신음하며 사람에게 그 아픔을 돌려주고 있다. 많은 여행가들이 왜 환경운동가를 겸업하는지 알 것 같다. 가까이에서 그들과 마주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인듯.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도 놓치기 싫다는 욕심에 더 부지런히 움직이게 된다. 다시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앞서가던 중국인 관광객이 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를 인솔하는 가이드는 그냥 지나갔지만,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져서 중국인들을 따라 내려갔다. 그곳에는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지금껏 여러개의 거북이 등껍질 바위를 봐왔지만 가장 선명한 모양인 듯 하다.

▲ 홍석협이 끝나는 부분에서 만난 작은 폭포 ⓒ 최지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계곡을 다녀봤지만 운대산 홍석협은 비교할 수 없는 장엄함이 있다. 한국의 마른 계곡과 대조되어 풍부한 물이 솟구치는 이 계곡이 탐이 난다. 약 1시간여의 도보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풍경마다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꼭 그랜드캐니언이 아니어도 좋다. 그곳을 다녀오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에 비견할 만한 협곡이 이곳 홍석협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홍석협'을 추천하는 바다.

아름다운 비경을 아쉬움과 함께 마음에 담은 채 운대산의 두번째 코스 담폭협으로 향한다. 그곳은 또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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