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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시설관리한 분들이 잘린 건..."

KAIST 학생들, KISTI 해고노동자 돕기 운동 나서

등록|2011.03.11 10:05 수정|2011.03.11 10:05
홍익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를 즈음 카이스트 총학생회가 학교 청소노동자들에게 설 명절을 맞이하여 선물을 전달했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다(홍대 총학과 카이스트 총학은 달랐다).

그 당시 총학생회와 별도로 몇몇 학생들은 "청소부 아주머니들과 소통하는 학생들의 모임"을 자발적으로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을 함께 전했다. 이후 그 모임의 활동소식을 물어본 결과, 그들은 '휴게실 방문', '청소부 아주머니들께 인사하기 캠페인' 등 청소노동자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는 이 땅의 비정규직, 특히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문제가 열악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대전 지역에서도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시설관리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집단 해고되어 지역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KAIST 학생들의 KISTI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응원 현수막‘KISTI 사태를 생각하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모임’ 학생들은 KISTI에서 해고된 시설관리 하청노동자들이 복직되기를 바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KAIST 학교 내에 게시했다. ⓒ 임재근


지난해 10월 말부터 석달 넘도록 진행된 투쟁 결과 지난 2월 초 일부 해고자복직 등에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그 비슷한 시기인 지난 1월 말, 이번엔 다른 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집단해고 사태가 발생했다. KAIST 내에 있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 직후 계약만료를 핑계로 집단해고 된 것이다. KISTI 집단해고는 롯데집단해고와 너무나 닮았다.

그런데 청소노동자 집단해고사태가 있을 즈음에는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모임을 꾸려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KAIST 학생들이, 이번에는 KISTI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KISTI 사태를 생각하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모임' 제안자인 한기종 학생(전산학과 09학번)과 인터뷰를 나눴다.

- 'KISTI 사태를 생각하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모임'은 어떤 모임인가요?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분들은 길게는 12년 동안 시설관리 일을 해오셨습니다. 시설관리에 대해서는 업무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한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해고된 것은 그분들의 업무능력이 떨어지거나 나태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목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KISTI 측에서는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지 않는 노동자들은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으므로 해고한 뒤 '간접고용'이라는 블라인드 뒤에 숨어버린 것이고요.

그런데 농성장이 유동인구가 별로 없는 조용한 학교 캠퍼스 안에 위치해 있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쉽지 않아 보였어요. 알려지기가 힘든 만큼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 학생들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힘을 합쳐서, 그 분들이 직장으로 돌아가시고, 정당한 권리를 찾는 데에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롯데 백화점, 홍대 비정규직 사태들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여 결국 좋은 방향으로 해결 됐잖아요. 이 문제도 함께하면 결국 해결 되리라는 희망 그리고 이러한 비정규직 사태들이 정말 비도덕적이고 결국 미래에는 저희 학생들이 직면하게 되는 문제이기에 꼭 잘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KISTI 해고노동자들은 어떤 대우를 받았다고 하나요?
"연차휴가나 출산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요. 한달에 야간 근무를 15시간씩 하면서도 야간수당을 받지 못하고, 정당한 휴식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대요. 그런데도 임금은 비슷한 일을 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보다 훨씬 낮았다고 합니다. 또한 계약내용이었던 '시설관리' 이외에 이삿짐 나르기, 외부 공사 시 직접 투입 등의 일들도 하도록 강요받았고, 이런 일은 계약에 없었다고 항의하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라고 무시하며, 곧바로 다음 계약서에는 그런 내용을 넣어 버렸답니다. 이와 같은 일들에 대해 항의를 하면 다음 계약 때 보자며 압력을 주었어요."

- 그럼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모였나요?
"현재까지는 KISIT 집단해고 상황을 알리고 함께 할 사람을 모으는 글을 써서,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학내 곳곳에 자보를 붙였습니다. 싸이월드에 http://club.cyworld.com/kaistkisti 라는 카페도 개설해서 인터넷 회원들도 모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10여명에 불과하지만, 더 많아지겠죠."

-향후 활동 계획은요?
"앞으로는 일단, 노동자 분들이 투쟁하시는데 생계가 어려우시다는 소리를 들어서, 모금 활동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곳곳에 홍보활동을 계속 할 거예요. 그리고 투쟁하시는데 힘이 될 수 있도록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화 공연을 준비해서 집회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끼리라도 빨리 무언가를 하자는 생각에 kaist 학생들 모임으로 만들었는데, 앞으로는 지역이나 전국 대학생들이 모두 함께하는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개개인은 힘이 없는 학생이지만 작은 온기와 용기를 모은다면 큰 힘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는 것' 그 자체와 트위터에서의 RT버튼을 누르거나, 단 한 번의 입소문만으로도 지금의 상황은 나아질 수 있습니다. 얼마 전 KISTI 앞 농성장에 노동자분들을 만나러 갔을 때, 한 노동자께서 긴 이야기 끝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건 말이에요, 이 투쟁은 우리 힘만으로는 못 이긴다는 겁니다." 그 분의 이 말씀이 너무나 가슴에 맺혀요.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실 분들이 많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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