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원전 방사능 유출, 이래도 안전하다고?
원자력 긴급사태 선포... 국내 원전 확장정책 재고해야
▲ 화재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전 9시(위)와 오후 4시반 모습. 맨 왼쪽의 1호기의 벽과 천정이 붕괴돼 모습에서 사라졌다. ⓒ NHK-TV
11일 오후 발생한 일본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로 그 피해상황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쿠시마현 7기를 포함해 미야기현 3기, 이바라키현 1기 등 총 1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지진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고, 845만 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가동중단으로 끝나지 않았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2일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서 방사능 물질이 소량 유출됐다"며 방사능 유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12일 새벽 일본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격납용기 내부압력이 설계치인 400kpa보다 두 배 이상 높은 840kpa 정도까지 상승하고 있다고 발표했었다. 지금은 1호기 압력을 줄이기 위해 증기를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방사성물질 측정농도가 제1원전 통제실은 평소 수치의 1,000배, 정문 주변은 8배를 기록했다. NHK 라디오에서는 10km 거리의 피폭 선량은 20~50mSv에 이른다는 보도까지 전해졌다. 이것은, 일반인의 연간한도인 1mSv의 20-50배에 이르는 엄청난 수치다. 후쿠시마 제2원전도 1.2.4 호기 압력 억제 수조 물의 온도가 100 ℃를 초과, 기능을 상실해 방사능 유출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피해를 막기 위해 후쿠시마 제1발전소 10km 이내의 주민들에게까지 대피령이 내려져 있다. 후쿠시마 제2원자력발전소 주변 3km 이내의 주민들에게 역시 대피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한국도 원전사고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무엇보다 지금 지경부와 한전, 한수원, 소방방재청 등 관련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한국은 지진과 쓰나미에서 비껴 갔다고 안심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이번 일본의 강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피해와 방사능 유출을 비상하게 확인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 등을 조사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지난 2007년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사고 때도 방사능 누출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기를 꺼리는 한국정부와 원자력산업계의 태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지난 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그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일본의 원전피해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서 한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확인과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일본(0.3g)보다 내진설계가 낮은 한국원전(0.2g)의 상황에서 과연 안심하고 있을 때인가. 한국 또한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계속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대부분 원전이 동해 바닷가 쪽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4기가 가동 중인 월성의 경우 인근 바다 밑에 활성단층이 존재하고 있어 언제든지 지진발생의 위험으로부터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아무리 안전하고 튼튼하게 짓는다고 해도 단 한 번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인간이 만든 이기적인 에너지를 재앙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 원자력긴급사태가 선포된 것은 지난 2000년 원자력재해특별조치법을 제정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내진설계가 잘되어 있다고 안전을 자랑하던 일본의 핵발전소 기술 역시 이번의 강진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 3.11 지진으로 인한 핵발전소 중단 현황
운전중 (3월 기준) |
지진으로 중단 | |
기수 용량(MW) |
기수 용량(MW) | |
일본 |
55 47,348 |
11 9,702 20% 가동정지,845만 가구 정전 |
한국 |
21 18,675 |
전력의 약 3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 일본은 이번 원전사고로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사고로 인해 20%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845만 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되었다. 또 정유, 자동차, 반도체 공장 등이 정전으로 가동중단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원전사고로 인한 전기공급 중단을 대체할 그 어떤 대안은 없다.
원자력발전 비중 줄여나가는 정책 필요
▲ 2009년 12월 27일 아부다비 에미리트 펠리스 호텔에서 김쌍수(왼쪽)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칼둔 무바락 UAE 원자력공사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원전사업 주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 청와대
우리는 이번 사태를 전 세계적으로 탄소저감 정책으로 잘못 택해지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확장 정책에 대한 자연의 경고로 보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원자력발전 중단만이 우리의 대안이다. 원자력발전소로 당장의 손쉽게 탄소발생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미래에 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그동안 원자력발전을 저탄소녹색성장의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으로 선전해왔다. 그리고 2030년까지 원전을 전력기준 41%까지 늘리겠다는 위험천만한 원전 과잉집중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지진으로 원자력재앙을 눈앞에서 보고도, 이명박 대통령은 의혹투성인 UAE원전 기공식 참석을 위해 UAE로 출국한 상태다.
이번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를 교훈삼아, 한국의 에너지(전력)정책과 원자력에너지확장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도 한국에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되어 있고, 의존도가 너무 높다. 이제라도 안전하지 않은 위험한 에너지인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에 정부가 현재 한수원을 앞세워 삼척, 울진, 영덕에서 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신규원자력발전소 부지 선정 절차부터 취소되어야 한다. 그리고 2030년까지 예정되어 있는 원자력발전소 11기 건설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에너지 수요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그리고 재생가능한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에 정부는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안재훈 기자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