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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폭발이라 문제 없다니, 사실 축소 마라

[성명서] 아전인수격 해석 유포하는 원자력계와 일부 언론

등록|2011.03.14 20:28 수정|2011.03.15 14:36

▲ NHK-TV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14일 오전 11시 8분 수소폭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 NHK-TV


우려했던 일이 또 다시 일어났다.

14일 후쿠시마 제1발전소 3호기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며칠 전부터 핵연료 냉각을 위해 발전소를 포기하고 바닷물까지 투입하는 초강수를 사용했지만, 결국 1호기에 이어 3호기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3호기는 MOX(우라늄, 플루토늄 혼합연료) 연료를 사용하고 있기에 플루토늄 누출까지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3호기 폭발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3호기 폭발은 외견상 1호기에 비해 더욱 큰 규모로 일어났고, 작업 중에 일어났기 때문에 작업자들의 부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계속 문제가 되던 방사능 증기배출로 인한 주변 오염문제는 이번 폭발로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일부 언론과 원자력계의 태도이다. 원자력계와 이를 인용하고 있는 일부 언론들은 두차례에 이은 핵폭발사고를 보도함에 있어 "수소만 폭발"한 것이라며, 위험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있다. 또 일본 핵발전소의 원자로형이 비등경수로(BWR : 경수로 내부가 물과 수증기로 구성돼 있음)이라 발생한 것처럼 보도(한국원자력발전소의 대부분은 가압경수로(PWR : 경수로 내부가 모두 물로 채워져 있음) 방식을 제작됐다)하고 있다.

이번 사고, 결고 무시할 수 있는 규모 아니다

이번 2차례 폭발사고에서 수소가 폭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그 이전에 다량의 방사능 증기가 대기에 유포되었으며, 반경 20km에 있는 20만명의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상황에서 '수소 폭발'이 별 것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축소를 넘어 은폐 수준이다. 체르노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핵발전소 사고로 기록되는 미국 동북부 펜실베이니아주 드리마일 사고(1979년) 당시, 폭발로 건물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할 때 이번 사고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한편 비등경수로(BWR)와 가압형 경수로(PWR)의 구분은 단지 발전소의 발전방식을 나누는 구분일 뿐, 결코 안전성을 구분하는 개념이 아니다. 비등경수로는 직접 물을 끊이기 때문에 발전소의 효율이 좋고 원자로의 제작이 용이 한 반면, 가압경수로는 압력을 높혀 물을 끊이기 때문에 두꺼운 압력용기가 필요하다. 반면 비등경수로는 증기터빈에도 방사능 증기가 포함되기 때문에 터빈 운영이 어려운 반면, 가압경수로는 터빈에 방사능 증기가 없기 때문에 터빈 운영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나 가압경수로의 경우에도 일종의 열교환기인 증기발생기를 통해 방사능 증기를 터빈으로 넘기지 않지만, 오랜 발전소 운영 중 증기발생기 세관에 문제가 생겨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원자로형을 하나로 선택하지 않고 비등경수로(BWR)과 가압경수로(PWR) 두 가지 원자로형을 모두 건설하도록 유도했고, 우리나라와 경쟁과정에서 일본 측이 사실상 승리한 것으로 알려진 터키의 원전 건설의 경우 도시바의 ABWR(Advanced BWR, BWR의 개량형) 방식이 언급되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 핵산업계는 원자로형 선택에 있어 BWR과 PWR 두 가지 방식이 경쟁하는 양상을 갖고 있었고, 일본은 두 가지 모두를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축소, 중단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뻔히 알고 있을 원자력계가 비등경수로(BWR) 방식을 단지 사고 위험이 높은 원자로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일본의 경우, 과거에도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기본정보를 숨기면서 원자력계가 심각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1978년 11월 야간 당직자 실수로 제어봉 5개가 이탈, 무려 7시간 반동안 임계상태가 지속된 것이다. 이 사고는 2007년에 와서야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29년간 은폐된 사실은 일본 원자력계를 국민들이 불신하게 된 사건이 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 이 문제의 발전소 가 오늘 폭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발전소 3호기다.

문제를 축소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불신은 물론,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조차 만들 수 없다.

원자력계와 일부 언론이 보이고 있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축소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지만, 사실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국민 모두가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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