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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오늘 밤 센다이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이틀 기다렸다 드디어 출발...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등록|2011.03.15 14:59 수정|2011.03.15 14:59

시신 옮기는 중앙119구조단원들일본 동북지방에 진도 9의 강진이 발생한지 나흘이 지난 15일 오전 119중앙구조단원들이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피해지역인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미야기노구 가모지구에서 센다이 경찰과 함께 실종자 시신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솔직히 언제 돌아올지는 기약이 없네요."

15일 오전 전화를 받은 윤영수 교수(도호쿠복지대학·42)는 지금 센다이로 떠난다고 했다. 기자의 기대대로라면 그는 센다이에서 전화를 받아야 했다. 웬걸 그는 아직도 도쿄에 있었다.

도호쿠 지방 센다이에 사상 초유의 지진이 엄습한 11일 그는 다행히(?) 가족과 함께 센다이가 아닌 나가노에 있었다. 나가노는 센다이에서 500km나 떨어져 있는 곳. 몸은 무사했지만 센다이에 직장을 둔 그는 본능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짐을 꾸려 승용차를 몰고 센다이를 향했다. 평소엔 5시간이면 닿을 거리지만 비상상황이라 이틀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래도 출발했다. 센다이의 그리운 집과 학교, 연구실, 그리고 사랑스런 학생들이 너무도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아직도 도쿄에 있는 것이다.


"버스나 전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거리에 보통 차가 많아야지요. 고속도로로 나가봐야 꼼짝할 수 없을 게 뻔해서 지금까지 기다렸어요. 어제 차에 기름을 넣고 오늘 아침에야 거리로 나섰습니다."


지금 도쿄의 주유소에 가면 1인당 20리터밖에 넣어주지 않는단다. 그러나 그는 '내일 위험한 센다이까지 가야 한다'고 통사정해서 조금 더 넣을 수 있었다. 다행히 그 전에 넣어둔 기름도 있어서 이 정도면 센다이까지는 갈 수 있겠다고 한다.

그러나 센다이까지 가서가 문제다. 오는 기름은 어떻게 할 건가.

"어쩔 수 없지요. 운에 맡겨야지. 그렇다고 안 갈 수 없잖아요. 혹 빨리 못 돌아와도 가족들이 이해해주기로 했어요."

그는 원치 않게 도쿄에 이틀 이상 머물렀지만 대신 인상적인 사람들을 봤다고 했다.

"'계획정전'으로 대중교통 운행이 제한돼 불편한 데도 사람들은 전혀 불평이나 반발이 없어요. 모두 줄서서 순서를 기다릴 뿐."

▲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강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11일 오후 도쿄 JR도쿄역 개찰구 근처에서 승객들이 운행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평소에 지진 대비 훈련을 많이 해와서 그런 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도쿄에서 만난 한 일본인이 했다는 말을 전했다.

"지진-쓰나미 피해를 직접 당한 지역 사람들은 얼마나 지금 힘들겠나. 이 정도 어려움쯤 못 참고 불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는 슈퍼나 편의점에 가면 물, 쌀, 과자 같은 식료품이 거의 바닥났고, 오늘 아침에도 도쿄만을 진앙으로 하는 큰 지진이 있었다며 앞으로를 걱정했다.

출발한 지 서너 시간 지났지만 꽉 막힌 거리는 아직도 그를 고속도로에 오르지도 못하게 했다. 한참 동안 그냥 거리에 서 있다고 한다. 덕분에 기자와 편하게 휴대전화를 할 수 있는 거란다.

그러면서도 윤 교수는 "그래도 오늘 안으로는 들어가겠죠, 뭐. 꼭 전화하세요"라며 무덤덤하게 말한다. 기자국들이 통째로 쓰나미에 쓸려나간 센다이는 지금 전화통화가 하늘에 별따기이다. 오늘 밤에 그와 통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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