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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성폭행자에 대한 복수, 정당할까

[리뷰] 전규환 감독의 <애니멀 타운>

등록|2011.03.16 08:30 수정|2011.03.16 09:21

애니멀 타운스틸컷 ⓒ 트리필름


전규환 감독은 '타운' 3부작을 연출했다. 처음 만든 <모차르트 타운>(2008년)은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지 못했다. 이후 <애니멀 타운>(2009년)이 완성되었지만 역시 오랜 시간동안 개봉 못하다가 2011년 들어서야 겨우 몇 개 극장에서라도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타운' 시리즈인 <댄스 타운>은 2010년에 완성되었지만 역시 정식극장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타운' 시리즈는 감독의 장인정신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없지만 영화적인 성취 면에서 본다면 그의 작품들은 결코 쉽게 평가절하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애니멀 타운>에서 큰 축을 이루는 두 인물은 바로 오성철(이준혁)과 김형도(오성태)이다. 이 중에 오성철은 우리사회에서 쉽게 용납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비열한 범죄를 저지른 인물. 바로 유아 성폭행 전과자다. 그는 교도소에서 나온 뒤 가족과도 인연을 끊고 혼자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살아가던 오성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형도다. 그는 아파트 분양광고물을 수주하러 다니다 오성철이 출소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딸을 성폭행 한 오성철에 대한 잔인한 복수 뿐이다.

영화는 오성철과 김형도의 묘한 긴장감으로 흘러간다. 두 사람의 일상과 함께 김형도가 오성철을 따라다니면서 보여주는 현실들이 함께 중첩된 구조다. 단순히 <애니멀 타운>에서 중요한 것이 김형도의 복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성철과 김형도가 완전히 다른 대칭점에 있는 인물인 것 같지만 결국은 삭막하고 황량한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감정이 퀭하게 말라버린 사람들이란 것에 있기 때문이다.

오성철은 교도소 출소 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그가 직면해 있는 현실은 고통 그 자체다.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살아가야하는 현실이 쉽지 않다. 특히 그가 9살 소녀에게 눈길을 줄 때 많은 관객들이 흠칫 놀라게 될 것이다. 여기에다 노가다로 살아가는 그에게 임금 체불이란 현실까지 겹치게 된다. 결국 노가다를 그만두고 택시 기사로 살아가게 되는 오성철. 그의 삶은 살아 있긴 하지만 죽은 동물의 시체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도시란 삭막한 곳에서 피어나는 선과 악의 모호함

애니멀 타운스틸컷 ⓒ 트리필름


김형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성철에게 자신의 딸이 성폭행을 당한 후 가정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잠시나마 상상해보지만 그것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도시에서 그 역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분주하다. 세상살이에 정신이 없을 때 오성철이 교도소에서 나왔단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 응어리져 있는 분노를 풀 기회를 찾고 있는 인물이다.

결국 오성철, 김형도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소아에게 집착하는 정신질환자 오성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직접 피해를 준 가해자 찾아서 풀려고 하는 김형도. 두 사람 모두 세상과 단절되어 있으면서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하는 삭막한 도시란 곳이 만들어낸 풍경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오성철보다 김형도가 훨씬 동정이 가는 인물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생각을 다시 해본다면, 그 역시 오성철과 같은 가해자의 한 단면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아무리 김형도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그가 오성철에게 하려는 짓은 사적인 복수에 해당한다. 정당한 복수란 아름다운 호칭을 붙여도 결국 그가 하려는 행동은 우리가 살아가는 질서에서 어긋나 있단 것이다. 오성철이 자신의 잘못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표출하는 것과 같은 본능적인 모습을 김형도가 보여주고 있는 것. 결국 오성철과 김형도는 완전히 다른 인물 같지만 실제 그들은 대칭점에서 거울로 마주보고 있는 인물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애니멀 타운>에 나온 두 인물은 선과 악으로 쉽게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일정 부분 선과 악을 조금씩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의 삶과 인생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은 조금의 연민도 없는 우리가 만들어낸 자화상이 아닐까. 이를 관객들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면,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1년 3월10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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