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배움에는 정년이 따로 없다

6년여 동안 책 2000여 권 읽은 부산의 장 선생

등록|2011.03.16 11:05 수정|2011.03.16 11:06

▲ 한자 2급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한 낙서장. ⓒ 황복원




부산시남구 용호 동 체육공원 수영장 뒤편 허름한 집에는 책들이 몇 권 어지럽게 널려있다. 그리고 자격증 하나가 걸려 있다. 대한검정회서 받은 한자 2급이다. 그 주인공은 장아무개(66)씨로서 현재 사회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장 선생은 정년 후 책을 2천 권을 읽었다고 한다.

책 2천 권을 어떻게 계산했느냐고 물으니 도서관 도서대여대장을 확인하여 알았다고 한다. 장 선생은 밀양 산골마을,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3형재 중 둘째로 태어나서 스스로 온갖 일을 해 가면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 책 2천권을 일고 난 독후감을 쓴 노트 ⓒ 황복원




책을 많이 읽게 된 동기는 공부를 못한 것이 후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독서광이 됐다고 한다. 66세면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렇다고 책을 안 보면 머리가 우둔하다고 한다. 그래서 집과 좀 떨어진 작은집을 지어놓고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 공자평전도 남구도서관에서 대여 받은 책. ⓒ 황복원


책은 주로 서면 부전도서관, 남구도서관, 수영도서관 등에서 대여해서 보고 반납하는 형식으로 읽었다. 읽고 난 후에 독후감을 쓴 노트가 10권이 넘는다. 책은 주로 직접 골랐다고 한다. 그리고 한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한 노트 한 권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 있다.



장 선생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이 철저히 바로 잡는다고 한다. 전직 경찰관인 직업병이기도 하다. 작은 체구지만 웃음소리가 호탕해, 이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라고 느껴졌다.

그는 남구도서관으로부터 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 주는 독서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하면서 수줍은 듯 웃었다. 그리고 부산시시립예술단으로부터 클래식교실 과정을 수료하였다니 음악실력 또한 대단할 터.

많은 이들이 1년에 책 몇 권을 읽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장 선생은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책을 많이 읽어 마음의 양식을 쌓겠다고 한다. 모두가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 못한 것을 지금에야 마음껏 책을 읽고 있는 장 선생과 같은 사람이 있어, 이 사회가 밝은 것 같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