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구청장 탈환 꿈 멀어지는 울산 동구
한나라당-민노당 박빙 속 이갑용 전 구청장 무소속 출마
한나라당 구청장의 금품여론조사 사건 연루에 따른 낙마로 울산에서 동구·중구청장 4.27 재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진보 동구청장 탈환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였다.
2002년 동구청장을 지낸 이갑용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돌연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진보구청장 기대에 부풀어 있던 시민사회단체가 긴장하고 있는 것.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당선됐던 그가 10년 후 민주노동당 후보 당선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사실상의 야권연대 단일후보로 나선 김종훈 민주노동당 후보는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1999표차로 석패한 후 이번 재선거에서 설욕을 꿈꾸며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고, 한나라당에선 정몽준 의원의 직계인 임명숙 전 울산복지여성국장이 최근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후보로 나섰다. 지역에서는 이들 두 후보가 박빙의 선거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이갑용 전 구청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전의 틀이 완전히 바뀐 것. 현재까지는 김종훈 후보와 이갑용 후보간 야권단일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갑용 후보가 지난 9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던진 출마의 변이 야권연대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야권연대를 비난하면서 야권연대에 동의할 수 없다며 동참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그가 이처럼 민주당을 비토하는 것은 국민의 정부에서 정리해고법을 실현했고, 참여정부에서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키는 등 노동자들을 억압했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울산에서는 동구청장, 중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면서 현재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간 야권연대가 진행되고 있다.
갑작스런 무소속 출마에 진보진영 긴장
그동안 야권은 이번 재선거를 위해 연대과정을 거쳐왔다.
진보신당이 동구청장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지난 2일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이 울산으로 와 동구청장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그러자 화답이라도 하듯 다음날인 3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역시 울산에서 중구청장 권순정 예비후보가 사퇴한다고 밝히면서 야권의 선거 후보 단일화불을 지폈다.
이갑용 전 구청장은 이 점을 비난하고 나섰다. 자신이 출마하는 것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구청장 후보 자리를 나누는 것을 보고서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미는 민주노동당의 야권연대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연대 후보, 진보성향의 무소속 후보간 3파전이 벌어지면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진보진영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자체 여론수렴 등을 통해 승리를 자신하던 김종훈 민노당 후보측으로서는 다 잡은 고기를 놓치는 격이 됐다.
민주노동당은 이처럼 이갑용 전 구청장이 처음부터 연대불가의 선을 긋고 나오자 후보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일찌감치 야권연대 후보를 지지하면서 진보구청장 탄생을 기대하던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김종훈 민노당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출마를 선언한 이갑용 전 구청장의 친노동자적 성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그가 후보단일화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기 때문에 중재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
단지 연일 한나라당 후보의 공천 철회를 요구하며 진보구청장 탄생의 불씨를 살리고 있을 뿐이다.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이 구청장 후보를 내지 말 것을 촉구했던 울산 풀뿌리주민운동단체협의회는 16일에도 자료를 내고 이를 재차 촉구했다.
풀뿌리주민운동단체협은 "이번 울산 재선거는 언론사 금품 여론조사라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시되며, 그 당사자는 다름 아닌 한나라당"이라며 "공당으로서 울산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인데도 민의를 외면한 채 오로지 지방권력을 획득하는데 혈안이 되어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재선거 원인의 당사자로서 후보 확정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후보 확정은 민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싸워나갈 것"이라며 밝혔다.
한나라당 후보 표정 관리... 노동자 표심 어디로
한나라당으로서는 어부지리격이다. 내심 선거 결과를 불안해 하던 중 호재를 만난 셈이다. 정몽준 의원이 지난 15일 울산에서 여러 활동을 펼치면서 우회적 지원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감한 동구청장 선거전은 울산 동구의 특이한 지역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인구 18만여 명인 울산 동구는 인구 대부분이 현대와 직간접 연관이 있다. 4만 명이 넘는 현대중공업의 직원은 정규직 2만5천여 명, 사내하청노동자 2만여 명으로 구성됐다. 인근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정규직 3700여 명보다 사내하청이 5600여 명으로 오히려 더 많다. 이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동구 주민 대부분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런 인구 구성은 시대 변화에 따라 그 성향이 역전에 재연전을 거듭하고 있다. 1987년 노태우의 6·29선언 이후 노동자 대투쟁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던 동구는 여세를 몰아 1998년 1대 민선 동구청장에 김창현, 이영순 부부 구청장을 탄생시킨 데 이어 2002년에는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갑용 구청장을 당선시켰다.
하지만 이후 2004년 현대중공업노조의 민주노총 제명이 말하듯 이 지역의 노동운동 판도는 물론 정치성향마저 바뀌면서 2006년, 2010년 잇따라 한나라당 구청장이 당선되는 등 보수화 성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시나브로 하청노동자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 늘어나면서 다시 재역전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6.2지방선거의 박빙의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동구의 투표율은 울산 평균 투표율 55.1%보다 높은 57.8%로 지역내 최고 투표율을 보였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대량 해고 등으로 불안을 느낀 하청노동자와 그 가족의 심정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2002년 동구청장을 지낸 이갑용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돌연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진보구청장 기대에 부풀어 있던 시민사회단체가 긴장하고 있는 것.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당선됐던 그가 10년 후 민주노동당 후보 당선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런 가운데 이갑용 전 구청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전의 틀이 완전히 바뀐 것. 현재까지는 김종훈 후보와 이갑용 후보간 야권단일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갑용 후보가 지난 9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던진 출마의 변이 야권연대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야권연대를 비난하면서 야권연대에 동의할 수 없다며 동참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그가 이처럼 민주당을 비토하는 것은 국민의 정부에서 정리해고법을 실현했고, 참여정부에서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키는 등 노동자들을 억압했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울산에서는 동구청장, 중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면서 현재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간 야권연대가 진행되고 있다.
갑작스런 무소속 출마에 진보진영 긴장
▲ 1987년 노동자대투쟁 때 울산 동구 남목고개를 넘어 시내로 진출하는 노동자들. 이후 이들은 진보 구청장을 3명 당선시켰다. ⓒ 박석철
그동안 야권은 이번 재선거를 위해 연대과정을 거쳐왔다.
진보신당이 동구청장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지난 2일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이 울산으로 와 동구청장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그러자 화답이라도 하듯 다음날인 3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역시 울산에서 중구청장 권순정 예비후보가 사퇴한다고 밝히면서 야권의 선거 후보 단일화불을 지폈다.
이갑용 전 구청장은 이 점을 비난하고 나섰다. 자신이 출마하는 것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구청장 후보 자리를 나누는 것을 보고서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미는 민주노동당의 야권연대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연대 후보, 진보성향의 무소속 후보간 3파전이 벌어지면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진보진영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자체 여론수렴 등을 통해 승리를 자신하던 김종훈 민노당 후보측으로서는 다 잡은 고기를 놓치는 격이 됐다.
민주노동당은 이처럼 이갑용 전 구청장이 처음부터 연대불가의 선을 긋고 나오자 후보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일찌감치 야권연대 후보를 지지하면서 진보구청장 탄생을 기대하던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김종훈 민노당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출마를 선언한 이갑용 전 구청장의 친노동자적 성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그가 후보단일화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기 때문에 중재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
단지 연일 한나라당 후보의 공천 철회를 요구하며 진보구청장 탄생의 불씨를 살리고 있을 뿐이다.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이 구청장 후보를 내지 말 것을 촉구했던 울산 풀뿌리주민운동단체협의회는 16일에도 자료를 내고 이를 재차 촉구했다.
풀뿌리주민운동단체협은 "이번 울산 재선거는 언론사 금품 여론조사라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시되며, 그 당사자는 다름 아닌 한나라당"이라며 "공당으로서 울산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인데도 민의를 외면한 채 오로지 지방권력을 획득하는데 혈안이 되어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재선거 원인의 당사자로서 후보 확정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후보 확정은 민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싸워나갈 것"이라며 밝혔다.
한나라당 후보 표정 관리... 노동자 표심 어디로
한나라당으로서는 어부지리격이다. 내심 선거 결과를 불안해 하던 중 호재를 만난 셈이다. 정몽준 의원이 지난 15일 울산에서 여러 활동을 펼치면서 우회적 지원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감한 동구청장 선거전은 울산 동구의 특이한 지역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인구 18만여 명인 울산 동구는 인구 대부분이 현대와 직간접 연관이 있다. 4만 명이 넘는 현대중공업의 직원은 정규직 2만5천여 명, 사내하청노동자 2만여 명으로 구성됐다. 인근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정규직 3700여 명보다 사내하청이 5600여 명으로 오히려 더 많다. 이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동구 주민 대부분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런 인구 구성은 시대 변화에 따라 그 성향이 역전에 재연전을 거듭하고 있다. 1987년 노태우의 6·29선언 이후 노동자 대투쟁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던 동구는 여세를 몰아 1998년 1대 민선 동구청장에 김창현, 이영순 부부 구청장을 탄생시킨 데 이어 2002년에는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갑용 구청장을 당선시켰다.
하지만 이후 2004년 현대중공업노조의 민주노총 제명이 말하듯 이 지역의 노동운동 판도는 물론 정치성향마저 바뀌면서 2006년, 2010년 잇따라 한나라당 구청장이 당선되는 등 보수화 성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시나브로 하청노동자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 늘어나면서 다시 재역전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6.2지방선거의 박빙의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동구의 투표율은 울산 평균 투표율 55.1%보다 높은 57.8%로 지역내 최고 투표율을 보였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대량 해고 등으로 불안을 느낀 하청노동자와 그 가족의 심정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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