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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원전 가동 중단, 한국은 또 만들어?

일 원전 비상사태 관련 시민사회단체 긴급대책회의..."원전은 대안 아니다"

등록|2011.03.17 21:41 수정|2011.03.18 15:42

▲ 시민사회단체 긴급 대책회의 ⓒ 김보영


16일 오후 1시, 환경재단 1층 레이첼카슨 홀에서 김종남 환경연합 사무총장의 사회로 '일본대지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시민사회단체 긴급대책회의'가 열렸다. 말 그대로 '긴급 대책회의'임에도 늦게온 사람들은 따로 의자를 준비해서 앉아야 할 만큼 관심도가 높았다.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노동계, 정당 등 총 35개 단체가 참가했다. 사안의 긴급성과 지대한 관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자리였다.  

일본 원전사고를 보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핵의 위험성을 떠올리고 있다. 정현백 참여연대 대표는 우리의 '핵 감수성'에 대해 짚어보자고 했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에 원전 7호기에 대한 가동 중지를 선언한 독일은 시민들의 반핵 시위에 대해 경찰이 진압하지 않는다고 한다. 핵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핵산업계는 핵발전소에 대해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최근 MB정부는 'UAE원전'을 앞세워서 '수출산업'이라는 새로운 허울까지 덧씌워놨다.

이 와중에 한수원은 영덕, 울진, 삼척 원전 부지 실사

▲ 17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 1원전 3, 4호기에 자위대 헬기가 물을 투하하고 있다. ⓒ NHK화면

삼척 핵발전소 유치 반대위원회 이광호 기획국장은 삼척의 상황을 전했다. 삼척은 영덕, 울진과 함께 지자체에서 핵발전소 유치 신청을 한 지역이다. 이웃나라에서 시시각각 새로운 원전사고 소식이 전해오는 이 와중에도 한수원(이하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은 지난 14일에는 울진, 영덕 16일에는 삼척을 다니며 핵발전소 부지를 실사했다.

원전 사고 이후에 핵발전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기 전에 부지 선정을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삼척 시장은 주민투표와 같은 기본적인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삼척은 1998년 원전유치 백지화의 경험이 있는 곳이고, '유치반대 기념탑' 있는 곳이다. 삼척 시민들이 열심히 활동해서 또 하나의 '유치 백지화 기념탑'을 세울 수 있기를 기원한다. 영덕, 울진에도 계획되어 있는 핵발전소 계획도 취소되고, 한국의 원전확대 정책이 폐지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시민들과 함께 토론해야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센터 위원장이 시민사회의 공동대응 방안을 제안했고, 열띤 제안이 이어졌다.

우리는 이웃 나라 시민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거대한 자연의 힘에 무릎을 꿇고 인간이 만들어낸 위협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해있는 일본의 시민들과 연대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우리는 인간이 준비한 어떠한 대비도 자연 앞에서는 무력함을 알았다. 정부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홍보했던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지 알았다. 이러한 내용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토론해야 한다.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핵이 얼마나 무서운 에너지인지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국내는 방사성 물질 피해로부터 정말 안전한 것인지, 만약의 사태가 닥쳤을 때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 공동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2024년까지 국내 원전 13기 추가건설, 80기 수출을 예정하고 있다.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당장에는 수명 연장돼 운영하고 있는 고리1호기의 가동을 멈추어야 하고,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계획이 철회돼야 한다. 원전 '건설'은 더이상 대안이 아니다.

현대 과학기술 표본 핵발전소, 불안의 대상이 되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때로는 맞서기도 하며 인류의 역사는 지금껏 이어져 왔다. 인간의 이성은 현대문명의 풍요와 편리함을 만들어냈고, 한계를 모른 채 계속 나아가고 있다. 너무나 슬프고 참담한 이번 대지진은 자연이 인간에게 보낸 경고인지 모른다.

휘황찬란한 도시는 황폐해졌고 암흑으로 변했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총동원된 핵발전소는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져 버려 무슨 말을 들어도 믿을 수 없는 불안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인간은 못 하는 일이 있고, 또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정부는, 핵산업계는, 건설업계는 과도한 욕심으로 이윤을 얻겠다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시민들 또한 값싼 원자력 에너지 뒤에는 지구가, 미래세대가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다시 인류의 힘이 발휘되어야 한다. 자연에 대해 오만한 이성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깃든 지혜가 필요하다. 인류가 지금껏 남긴 역사의 족적을 이어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려있으며,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 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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