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내 눈들아, 이제는 헤어지자
문화재 답사 20년 동안 망가져버린 카메라들
▲ 카메라들답사 때 사용하던 고장난 카메라들. ⓒ 하주성
이것들이 다 무엇이냐고요? 카메라입니다. 물론 고가의 카메라는 아닙니다. 이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 100만 원을 조금 넘으니까요. 그러나 이 카메라와 렌즈들은 제 분신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오래된 것은 벌써 12년째되네요.
▲ 렌즈빗길에 자빠지면서 망가져 버린 렌즈. ⓒ 하주성
▲ 소니 일체형참 오래 사용했다. 가벼워서 산을 오를 때 가장 편했다. 답사를 하다가 망가트렸다. ⓒ 하주성
20년 넘은 문화재 답사, 참 험했다
문화재 답사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올해 나이 62세이니, 내 인생의 3분의 1을 길에서 보낸 셈이다. 남들은 그 소중한 시간을 길에서 보냈다고 빈정대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길에서 보낸 그 20년 세월이 무엇보다 더 소중했다. 주머니에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안절부절, 좌불안석이 된다. 얼른 문화재를 만나러 나가고 싶어서다.
산으로 들로 다니다 때로는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하였다. 한겨울에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길을 헤매다가 얼어 죽을 뻔도 했다. 장마철에 산속을 뒤지다가 냇물이 불어 겨우 빠져나오기도 일쑤였다. 그렇게 힘든 문화재 답사를 왜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물음에 내 대답은 한결같다.
"나도 모르지!"
지금 생각하면 그 20년이 넘는 세월이, 참 험한 답사 길과 똑같았다는 생각이다. 미끄러지고 구르고, 자빠지고 엎어지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보니 작은 카메라일망정 성할 리가 없다. 사람과 함께 깨지고 부숴지기가 일쑤다. 아마도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기 전에 망가뜨린 아날로그 카메라까지 합친다면 이보다 몇 배는 될 것 같다.
▲ 휴대용예비용으로 항상 휴대하고 다녔던 소형 카메라들이다. ⓒ 하주성
▲ 카메라비싼 것은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정말로 소중한 카메라들이었다 ⓒ 하주성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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