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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내 눈들아, 이제는 헤어지자

문화재 답사 20년 동안 망가져버린 카메라들

등록|2011.03.17 16:51 수정|2011.03.17 17:32

카메라들답사 때 사용하던 고장난 카메라들. ⓒ 하주성



이것들이 다 무엇이냐고요? 카메라입니다. 물론 고가의 카메라는 아닙니다. 이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 100만 원을 조금 넘으니까요. 그러나 이 카메라와 렌즈들은 제 분신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오래된 것은 벌써 12년째되네요.

지금 다 사용할 수 있느냐고요? 아닙니다. 하나도 사용할 수 없는 폐품들이죠. 그런데 왜 이렇게 버리지를 못하고 갖고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참 슬퍼지네요. 일 년 열두 달, 제 몸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녀석들이기 때문이죠. 버리려고 생각하면, 제 눈과 몸의 일부를 버리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렌즈빗길에 자빠지면서 망가져 버린 렌즈. ⓒ 하주성



소니 일체형참 오래 사용했다. 가벼워서 산을 오를 때 가장 편했다. 답사를 하다가 망가트렸다. ⓒ 하주성






20년 넘은 문화재 답사, 참 험했다

문화재 답사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올해 나이 62세이니, 내 인생의 3분의 1을 길에서 보낸 셈이다. 남들은 그 소중한 시간을 길에서 보냈다고 빈정대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길에서 보낸 그 20년 세월이 무엇보다 더 소중했다. 주머니에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안절부절, 좌불안석이 된다. 얼른 문화재를 만나러 나가고 싶어서다.

산으로 들로 다니다 때로는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하였다. 한겨울에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길을 헤매다가 얼어 죽을 뻔도 했다. 장마철에 산속을 뒤지다가 냇물이 불어 겨우 빠져나오기도 일쑤였다. 그렇게 힘든 문화재 답사를 왜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물음에 내 대답은 한결같다.

"나도 모르지!"

지금 생각하면 그 20년이 넘는 세월이, 참 험한 답사 길과 똑같았다는 생각이다. 미끄러지고 구르고, 자빠지고 엎어지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보니 작은 카메라일망정 성할 리가 없다. 사람과 함께 깨지고 부숴지기가 일쑤다. 아마도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기 전에 망가뜨린 아날로그 카메라까지 합친다면 이보다 몇 배는 될 것 같다.

휴대용예비용으로 항상 휴대하고 다녔던 소형 카메라들이다. ⓒ 하주성

고맙다 그리고 수고했다                 이 카메라 중에는 내가 구입한 것도 있지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미친 듯 답사를 하는 나를 보고 누가 선물해준 것도 있다. 지금은 그래도 성능 좋은 대형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렇게 소형인 카메라가 나에게는 더 없이 반갑다. 산을 오를 때도 무겁지 않아서 좋고, 모두가 동영상까지 촬영을 할 수 있어서이다.   지금이야 동영상을 찍지 못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영상을 더 많이 찍었다. 아무래도 사진으로는 문화재를 세세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부족한 듯해서이다. 동영상을 이용하면 세세한 부분까지도 촬영을 해서 보여줄 수가 있으니, 문화재 답사를 하는 나로서는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답사를 나갈 때는 사용하는 카메라와 함께, 소형 카메라 한 대를 더 지참하고는 했다.   그렇게 답사를 하면서 망가진 카메라들. 잠시 시간을 내어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가, 가방 한가득 들어 있는 고장 난 카메라들을 보면서 지난날을 생각해 본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지났나 싶어서, 새삼 이 고장 난 카메라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제는 "수고했다"고 고별사를 남기고 보내주어야겠다. 다음에 또 보게 되면 아픈 기억들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으니.  

카메라비싼 것은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정말로 소중한 카메라들이었다 ⓒ 하주성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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