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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모 탈락하니 호들갑, 평가단은 뭐가 되나

[주장] 스스로 사망선고 내린 MBC <일밤> '나는 가수다'

등록|2011.03.21 10:43 수정|2011.03.21 10:43

▲ <MBC> 새 코너인 '나는 가수다' ⓒ 화면캡쳐


요즘 '일밤'의 한 코너, <나는 가수다>가 장안의 화제다. 인터넷에선 연일 루머를 쏟아내고 있고, 방송 이후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SNS는 지난 몇 주 동안 <나는 가수다> 이야기로 초토화 되었다. 이미 검증된 가수를 경쟁의 굴레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비판적인 시각부터, 예능과 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포맷의 하이브리드 프로그램이라는 찬사까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 <나는 가수다> 가 결국 3주 만에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드디어 탈락자를 결정하는 20일 방송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고, 구차하기까지 했다. 프로그램 론칭 때부터 '7위 탈락!'을 그렇게 광고하더니 지난주엔 가수들의 미션 곡 연습 과정을 '중간평가'라는 미명아래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다. 최고의 가수들이 제작진과 동료가수들에게 마치 숙제검사 맡는 듯한 장면도 어리둥절했지만, 탈락자 발표 장면이 있는 예고편 때문에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나는 가수다>에 완전히 낚인 한 주였다.

그런데 그것은 약과였다. 20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룰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7위 탈락'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이제 '재도전'을 운운한다.

김건모 탈락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던가? 룰까지 바꾸고, 그것도 미안하니까 이젠 대놓고 탈락없이 가겠다고 프로그램 말미에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는다. 게다가 사회자인 이소라가 결과에 승복 할 수 없다며, 녹화장을 뛰쳐나가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재도전, 이 정도면 완전히 방송사고 수준

세상에 MBC 간판 예능 '일밤'을 살리라는 특명을 받고 야심차게 만든 <나는 가수다>가 이렇게 허술하고, 자의적인 프로그램이었던가? 수많은 평가단들이 평가했고,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데 이 정도면 완전히 방송사고 수준이다.

만약 정엽이나 김범수, 박정현이 떨어졌어도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을까? 김건모 탈락을 자신의 탈락보다 더 슬퍼하는 가수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고, 가요계의 훈훈한 선후배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일 수 있다. 하지만 레전드나 선배님의 탈락은 절대로 안 된다는 유교문화의 잔재가 짙게 드리워진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나는 가수다>에서 경연이든, 평가든, 탈락자 선정이든, 다 물 건너간 얘기일 것이다. 만약 조용필이나 인순이가 나오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20일 방송으로 미루어 봐서는 그 정도 선배 가수가 탈락하면 '흑기사'라도 충분히 튀어나와 '대신탈락'이라는 '독배'를 마실 기세다. 

<나는 가수다>는 오늘 방송에서 보듯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태어난 프로그램이다. 일단 방송이 계속 될수록 소프트웨어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그 급에 맞는 가수 섭외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가수들이 이런 방식에 동의했다고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자존심 강한 가수들에게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제작진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오늘 방송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다. 만약 제작진이 이를 미리 예상다면 이는 완전히 평가단과 시청자를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라라라>는 왜 폐지했나

▲ <일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 김건모 ⓒ MBC


개인적으로 나는 MBC가 방송 초기부터 자충수를 드러낸 <나는 가수다>를 그냥 이쯤에서 접길 바란다. 이런 식이라면 지금까지 보여준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이나 높은 시청률이 지속될지 회의적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기만당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측은 앞으로 탈락여부보다는 음악적으로 멋진 무대를 만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그렇다면 MBC는 그런 멋진 음악 프로그램인 <라라라>(2008년 11월~2010년 10월)가 왜 폐지되었는지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우린 지금 모든 분야의 무한경쟁화, 배틀화가 된 대한민국을 목도하고 있다. 혹자들은 '그냥 예능 프로 하나 가지고 왜 이래?'라고 반론 할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디션 프로를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로 나뉠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이런 트렌드는 영향력이 크고,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 평가나 기준의 공정성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이미 정해진 기준이나 내려진 결정은 준수해야 한다. 그게 바로 '게임의 규칙'이고, 배틀화된 대한민국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것이다. 누군가 그토록 강조하는 '공정사회'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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