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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단체 정치후원금 허용, 정치권 '환영'?

선관위 정치자금법 개정안 제출 예정... 금권선거 우려

등록|2011.03.22 16:19 수정|2011.03.22 16:24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업과 단체의 정치후원금을 허용하고, 정당 후원회도 조성할 수 있도록 한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색'하지는 못하지만 내심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선관위는 다음 달 초 기업·단체가 연간 1억5000만 원의 정치 후원금을 선관위에 지정 기탁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해 여론의 몰매를 맞아 결국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선관위가 기업의 정치후원금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또다시 들고 나와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선관위를 움직여 개정안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치권은 일단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관위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데, 선관위의 의견은 선관위의 의견이지 민주당에서 그런 안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힌 박 원내대표는 "정치자금법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면 국회에서 활발히 토론해서 국민과 합의를 통해 정치자금법 개정 노력을 할 것"이라며 "정치권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 의사에 반하는 결정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권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환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들 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 당론이 모아진 바는 없고, 차후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선관위의 취지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안에 따르면, 1억5000만 원의 기탁금 절반은 지정한 정당이 가져가고 나머지는 국고 보조금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다른 정당에게 배분된다. 1997년에 법 개정을 통해 사라진 기업·단체의 정치후원금 제도가 부활하는 셈이다.

선관위는 2004년 폐지된 정당 후원회도 부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원회에는 개인만 후원금을 내고 연간 모금 한도는 당은 50억 원, 시도당은 5억 원이다. 전국 단위의 선거가 있을 때에는 한도가 2배로 증가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선관위의 안이 국회 정치개혁특위로 넘어와도 통과는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선관위의 개정안대로라면 기업의 정당후원이 합법화되는데, 이 경우 '금권선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당에 대한 기업의 연간 후원 한도는 1억5000만 원이지만 계열사를 통한 막대한 후원금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계열사가 총 71개에 달하는데, 이 경우 106억5000만 원까지 후원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자금 양성화라는 개정 취지와는 달리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권정당에게 후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선관위는 이 같은 맹점을 담은 개정안에 대해 오는 24일~25일 토론회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다. 토론회에서는 국회의원 석패율제 도입과 국민경선 도입, 재외선거 참여 증진 등도 함께 얘기된다. 선관위는 이때 모인 의견을 바탕으로 다시 논의를 거쳐 정개특위에 최종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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