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은 소, 그래도 탑이라도 있으니...
충남 공주 갑사 '공우탑' 앞에서 고개를 숙이다
▲ 공우탑갑사 냇가 변에 서 있는 공우탑. 갑사를 위해 많은 일을 한 소를 위해 세운 탑이라고 한다 ⓒ 하주성
구제역이 이제 진정기미에 들어섰다고 한다. 정부는 부산스럽게 구제역 위기 경계경보를 '심각단계'에서 '경계경보'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살처분된 수많은 가축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애통할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등의 보도를 살펴보면 가축별로 소 15만 871마리, 돼지 331만 7864마리가 살처분되었다고 한다. 거기다가 염소 7535마리, 사슴 3243마리 등 전체 6250개 농가에서 총 347만 9513마리의 가축이 매몰됐다.
짐승들을 위한 '원혼탑'이라도 세워야
한편, 방송뉴스를 보다 보면 돼지 등을 구덩이로 몰고 가는 영상을 보여주고는 한다. 꼭 그렇게 죽음으로 몰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떤 종교에서는 수없이 죽어간 짐승들을 위해, 천도의식을 행하기도 했단다. 아마도 생명이란 인간이나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서 그랬을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만사를 인간중심으로 생각한다. 과연 인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나 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들을 위해 명을 이어가고 있다가, 이유도 모르고 수없이 죽어간 생명들이 안타깝다. 그 많은 생명들을 위한 '원혼탑'이라도 세우고, 그 앞에 생명을 구해내지 못했음을 무릎 꿇고 사죄라도 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 탑신일층 탑신에는 '공'이라고 음각하였다 ⓒ 하주성
▲ 우탑소의 공을 칭송하는 탑이라고 전하는 공우탑. 이층 몸돌에는 '우탑'이라고 음각했다. ⓒ 하주성
▲ 비문갑사의 중창 때 많은 노역을 감당해 낸 소를 칭송하며 세운 탑에 새겨진 비문이다. 일층 몸돌에 새겨져 있다 ⓒ 하주성
충남 공주 갑사 개울가에서 만난 '공우탑'
충남 공주에 있는 갑사 대웅전에서 대적전으로 가려면 개울을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면 계곡 변 기슭에 탑이 한 기 서있다. 이 탑은 갑사의 부속 암자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온 것이라고 전한다. 탑을 들여다보니 탑신에 글자가 보인다. 3층으로 이루어진 탑은 기단부와 탑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탑의 1층 몸돌에는 양편에 우주를 새기고, 가운데를 네모나게 파 그 안에 음각으로 글자를 새겨 넣었다. 4줄씩 4자를 새겨, 도합 16자를 음각해 놓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쓰러진 탑을 일으켜 세우니
인도(人道)에 우연히 합치되었네
세 번을 수고하고 수고하였으니
그 공이 으뜸이라
그리고 이층 몸돌에는 '우탑(牛塔)'이라 음각하고, 맨 위 삼층 탑신에는 '공(功)'이라고 음각을 하였다. '공우탑'이라고 하는 이 탑은 갑사를 중창할 때 공을 세운 소를 위해 세운 탑이라고 전한다. 아마도 갑사를 중창하기 위해 짐을 나르는 등, 힘든 노역을 사람들 대신하다가 지쳐 쓰러진 소를 위해 세운 탑인가보다.
▲ 공우탑갑사 대웅전에서 대적전으로 가는 길, 다리 건너에 서 있다 ⓒ 하주성
삼층으로 조성된 이 공우탑 앞에서 그때까지 죽어간 많은 생명들에게 참 죄스런 마음이 들었다.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살아있는 목숨으로 땅 속에 묻힌 것인지. 이제는 그 생명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주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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