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광고포스터로 보는 한국 성인영화사

조희문 교수의 소장자료전, 4월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더포'에서

등록|2011.03.27 11:25 수정|2011.03.27 11:25

성인영화 자료전한국 성인영화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 김철관



"영화 광고포스터를 통해 한국 성인영화 변천사를 확인해 보세요."

지난 23일부터(4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더포(The 4)에서 조희문(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교수의 '오늘은 바람 피기 좋은 날-광고로 보는 한국 성인영화' 자료전이 열리고 있다. 성인 영화 광고포스터를 통해 성인 영화의 변천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과거 영화를 제작할 때나 상영할 때 쓰인 카메라, 조명기, 영사기, 편집기 등의 기구들도 접할 수 있다.

지난 1928년 저속하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된 <혈마>부터 <옥녀> <애마부인> <영자의 전성시대> <아침에 퇴근하는 여자> <노랑머리> <죽어도 좋아>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으로 이어지는 성인영화 광고포스터를 보면, 시대마다 다른 사회 풍경과 성의 풍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성인영화 자료전전시장에 오면 한국 성인영화 광고 포스터를 시대별로 잘 파악할 수 있다. ⓒ 김철관

영사기전시장에 오면 과거 영화 촬영 기구들을 볼 수 있다. ⓒ 김철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했던 성이지만 영화로 어디까지 드러낼 수 있는지는 시대마다 달랐다. 우리 사회의 금기 중 금기로 여겼던 성이 영화를 통해 한 발 한 발 다가서기 시작했다.
1928년 <혈마>는 한국영화 중 처음으로 음란하고 저속하다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됐다. 비록 관객과 만나지 못했지만 변화를 향한 용감한 시도였다. 일제강점기 한국영화는 억압받은 욕망과 호기심을 담았다. <옥녀> <미몽> <청춘의 십자로> 등이 그 시대 대표적인 영화다.

6·25 전쟁 등 시대적 불안과 가난 속에서도 시도된 <자유부인>의 아슬아슬한 외출은 우리사회의 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상징이었다.

포스터전시된 성인 영화 광고 포스터 ⓒ 김철관



이후 <애마부인> <빨강 앵두> 등은 욕망과 관능을 가두는 울타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성의 '자유선언'이었다. 금기와 제약을 벗어나 정치적 자유를 갈구하는 시대의 풍경과 겹친다. 성은 일방적으로 억압하고 통제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의 대상이 된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의 성은 점점 더 거칠고 난폭해지면서 자극적으로 상품화 된다.

'잘살아보세'라고 노래했던 개발과 건설의 바람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와 구로공단으로 상징된다. 이 시대 <별들의 고향> <영자의 전성시대> <나는 77번 아가씨> <아침에 퇴근하는 여자> 등의 영화는 그 시절 꿈을 찾아 도시로 모여든 이들의 '빛과 그림자'를 비춘다.

이후 금기와 제한이 사라진 성은 경계를 뛰어넘는다. <죽어도 좋아> <로드무비> 등은 동성이나 양성, 노년, 장애인 등 사회 소수 성이 존재한다는 또 다른 영역을 보여주기도 한다.

성인영화 광고 포스터조희문 인하대 교수가 소장한 한국 성인영화 광고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 김철관



조희문 교수는 "<자유부인>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 <영자의 전성시대> <애마부인> 등은 한국영화를 흥분시켰던 기념비적인 간판들"이라면서 "어두운 극장 속 관객들의 눈길을 잡고, 살 떨리는 흥분으로 온몸을 감싸게 만들었던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들은 열망과 열정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영화 속의 성은 숨 막히는 관능과 욕망의 표현이면서 시대와 사회의 풍경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면서 "'미성년자 관람 불가' 간판 속에 담긴 뜨거웠던 기억과 추억을 돌아보고자 했다"고 이번 전시회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