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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표 무방부제 무사카린 강정

손수 만들어 보내주신 쌀 튀밥과 각정, 우리 아이 간식 걱정 뚝

등록|2011.03.27 13:43 수정|2011.03.27 13:43

쌀 튀밥을 먹는 아이들외할머니께서 보내주신 쌀 튀밥을 만41개월(왼쪽), 만21개월(오른쪽)된 아이들이 이 맛있게 먹고 있다. ⓒ 이미진


병원이나 보육시설 종사자들은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임시 방편으로 사탕을 건네는 경우가 잦다. 결국, 만 21개월 된 아들도 처음으로 들린 병원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단맛의 유혹에 넘어가 버렸다. 과자와 사탕의 유혹을 일찍이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시작이 어디였든 잘못은 엄마인 나에게 있다. 나 또한 달래지 못하고 그날 이후로부터 사탕과 과자를 쥐어 줬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일 "까까"를 찾는 아이들이다.

외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신 '쌀 튀밥과 강정'

어느 날, 친정 어머니와 통화 중에 투덜거리며 그 이야기를 잠시 꺼낸 적 있다. 그리고 일 주일이 지나 택배가 도착했다. 확인해 보니, 친정에서 보내 준 쌀 튀밥과 찐쌀과 보리로 만든 강정이었다. 바로 친정에 전화를 걸어 여쭤보니, 내가 잠시 스치듯 꺼낸 이야기를 들으신 어머니께서 쌀튀밥과 강정을 만들어 보내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예쁜 손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시면서 말이다. 무릎도 좋지 않으시면서, 또 이것을 며칠에 걸쳐 만드셨을 거란 생각을 하니 자식으로서 감사한 마음보다 죄스런 마음이 더욱 컸다.

사실, 친정 어머니께선 명절만 되면 강정을 손수 만들어오셨다. 20여 년 전 갑자기 어디서 가져오신 것인지, 고운 모래를 연탄불 위에서 달군 뒤 조금씩 쌀과 찐쌀, 보리 등을 넣어 튀기시던 어머니. 강정을 만드는 과정을 잠시 살펴보면, 튀긴 것은 체로 밭쳐 모아둔 뒤 뜨거워진 물엿에 개셨다. 다 개어진 것은 다시 넓은 판자 위에 쏟아 부어 식힌 후 칼로 일정한 너비로 잘랐고, 마지막으로 온돌방에 펴서 말리면 됐다.

당시 "왜 힘들게 이렇게 일일이 집에서 직접 만드시느냐"는 나의 질문에 어머니께서는 "시중에서 파는 것은 사카린도 많이 넣어. 이렇게 만들면 적게 들어가니 좋지 않느냐. 파는 건 믿을 만한 게 못 돼"라고 말씀하셨다. 그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그 일은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되풀이되곤 했으나, 3년 전부터 급속도로 나빠진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더는 하지 않으신다. 그런데 손자들이 과자를 많이 먹기 시작했다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도구를 꺼내 만드신 것이다. 못내 가슴 아프고 감사한 일이다.

쌀 튀밥을 먹는 아이들만21개월된 아이가 입으로 가져가는 것보다 흘리는 게 더 많아 수저를 쥐여주니 적게 흘리면서도 잘 먹는다. ⓒ 이미진

그날 저녁, 또다시 과자를 찾는 아이들에게 쌀 튀밥을 우선 꺼내 놨다. 처음엔 엄마인 내가 손으로 쥐어 먹는 흉내를 내보이자, 두 녀석 모두 손으로 쥐어 먹기 시작했다.

"엄마, 맛있다!"
 
큰 아이가 한움큼 쥐어 입으로 가져가더니 하는 말이다.

또 다시 친정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과 아들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에 가슴 언저리가 아파왔다. 엄마로서 너무 후회스러운 선택을 한 것이 못내 속상하고 미안했던 것이다. 찾아보면, 이렇듯 좋은 먹을거리도 있는 데 말이다. 난 아직도 한참 부족한 엄마다. 다음엔 직접 해봐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손으로 가져가다 투 두둑 떨어지는 쌀 튀밥을 보며, 두 녀석에게 숟가락을 쥐여줘 봤다. 적게 흘리면서도 더욱 잘 먹는다. 함께 먹는 내 입 속 쌀 튀밥도 사르르 녹아 솜사탕처럼 달디 달다.

'어머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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