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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수천만 원 빚 있었지만 살 만하더라"

멀티테이너 '김남훈'의 인생을 파헤치다

등록|2011.03.28 14:13 수정|2011.03.28 15:39

▲ 가장 김남훈스러운 자세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응해준 김남훈씨 ⓒ 고범중


레슬러 김남훈, 작가 김남훈, 강연자 김남훈, 해설자 김남훈, 소셜테이너 김남훈···. 김남훈을 둘러싼 수식어는 정말 다양하다. 그를 '멀티테이너'라는 새로운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

그의 수식어가 다양한 만큼 그의 활동은 다양한 사회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철거 위기에 놓인 칼국숫집 '두리반' 철거 반대 활동에서부터 프로레슬러를 거쳐 작가로까지 활동하고 있는 그다.

요즘은 '청춘매뉴얼 제작소'를 통해 이 사회 청춘들에게 '외침'을 전달하고 강연 활동으로 정신없는 김남훈. 그는 '청춘'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

그의 책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을 이 시대 대학생들의 질문들과 기자의 질문을 섞어 제시하는 새로운 방식의 인터뷰를 지난 25일 했다. 질문의 선정은 기자 주변의 대학생들과 트위터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받은 뒤 기자가 직접 선별했다.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김남훈이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또, 청춘을 먼저 보낸 인생 선배로서 청춘들에게 해주는 조언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 시대의 고민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인터뷰가 혼자서 긁지 못했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효자손' 노릇을 톡톡히 하길 바란다.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야"

-많은 대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흥미'가 아니라 성적에 맞춰서 진학을 합니다. 김남훈씨는 어떠셨어요 ? (중앙대 김승욱)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의 프레임은 학생들이 깰 수 없다.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를 위해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를 위해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를 위해서 공부했다.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대학교 때 삼성, 엘지, 현대를 가기 위한 공부를 하는 거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또 어른들은 알아서 하라고 하니 힘들 수밖에 없다. 남들과 다른 스펙을 갖기 위해서는 진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영상을 보고 이미지를 보고 심장이 뛰는 무언가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20대에는 알 수 없는 자기만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느끼기 힘들다. 이 때 타인의 고통을 알지 않으면 30, 40대도 알 수 없다. 서울소재 대학교의 청소노동자 사태가 있을 때 총학생회가 "당신들 알아서 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강한 자를 추종하는 것은 다른 노력이 필요없다. 노력이 필요없는만큼 진정한 의미도 없다. 따라서 이 사회의 약자들에 공감하고 이 사회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학생 '김남훈'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 지금처럼 겁 없고 활발한 사람이었습니까 ?
"대학교 다닐 때는 그냥 평범했다. 성격이 활발한 건 있었지만 가끔 술 먹고 놀고, 그냥 평범했다. 그러다 삶의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일본어 공부인데 휴학 중일 때 이참에 일본어 공부를 하자고 생각해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너무 좋아해서 오토바이잡지를 읽었는데 대부분 일본말로 쓰여있어 답답했고 그래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했다.

그렇게 2개월 되니까 읽게 되고 4개월 되니까 쓰게 되고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너 잠꼬대를 일어로 한다"고 하시더라. 바로 이 시기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결과를 얻은 '성취감'을 느꼈다. 그것이 내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강연이나 글 쓰는 일이 좋기 때문에 스스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부분이 내 인생의 진정한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대학 졸업 후에 바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걱정되거나 두려웠던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 혹시 '집안'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었나요 ? (고려대 김태식)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믿어주셨다는 것이다. 금전적으로 크게 혜택받은 것은 없다. 늘 두려움은 존재하지만 이것을 극복할 수는 없다.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차변에는 내가 좋아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행복을, 대변에는 좋아하면서 느끼는 박탈감, 두려움을 적어라. 이러한 표를 보면서 이득과 손실을 체크하는 것이 인생이다. 이렇게 계속 대조해 나가는 작업이 청춘이고 인생이다. 즉, 인생은 길고 긴 '자기만의 경영'인 샘이다."

-아무리 레슬링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뜬금없이 20대 후반에 레슬링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결코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이런 말들 하지 않았나요 ? 이런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았던 건지? (인하대 김태훈)
"일단 주변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타인의 행복과 자유를 침해하는 영역까지 내가 욕구를 갖고 있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고생은 했지만 너무나 좋아했던 것이어서 고생이라고 생각 안 했고 상식이다 뭐다 이런 거 따지지 않았다. 정말 좋으니까 안 하면 안 되겠으니까 한건데 만약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쳤다고 한다면 그건 서로 다른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다만 힘들기는 했다. 연습생 시절에 3번은 죽었던 것 같다. 육체적, 정신적, 인격적으로 너무 힘들긴 했는데 그 경험마저도 소중하다."

-(2005년도) 하반신 마비를 당하는 일이 생겼는데 어떠셨어요? (후회 정상적으로 회복되기는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 안 드셨나요 ? (한국외대 최욱진)
"10000 퍼센트 미안했다. 일단 내 몸 자체가 너무 힘들었고 나 때문에 주변사람들도 너무 힘들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살면서 가장 싫은 감정들 중 하나였다. 마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데 자꾸만 내가 그 늪으로 빠져들면서 나에게 진정 소중한 사람들까지 붙들고 빠져드는 것 같았다.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만든다면 그 시기에 손실은 이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컸다. 그럼에도 레슬링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좋으니까."

-링 위에서는 악당이지만 사람 김남훈은 천사죠 ?
"천사까지는 아닌데(웃음). 올드 프로레슬링에서 악당이라는 캐릭터는 밑도 끝도 없는 악당이었다. 그들에게 설득력을 부여하고 싶어서 나 스스로 생각해 낸 것이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악당'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링 위에 서 있을 때는 말이다.

이 링 위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것은 나 자신이고 나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다. 링 위에서 사람들의 욕을 들으면 감사하기도 하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거니까. 다만 현실에서는 앞서 이야기 했듯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덜한 악당이 되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원래 '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속에서 끊임없이 '공감' 훈련으로 천사가 돼 가는 거다."

청년들에게 김남훈이 고한다!

▲ 기자의 질문에 열심히 답변 중인 김남훈씨 ⓒ 길아영, 김현기


-"청년들이 방황하는 것은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하셨고 더불어 열정과 꿈을 가지고 살아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사회구조를 무시한 채 열정과 도전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세상을 바꾸는 청년들 심지흔)
"성공에 관해 사회구조라는 것과 열정과 꿈을 가지고 사는 것 이 두 개가 1:1로 직렬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사회 문제를 등한시하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은 사회 자체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본다. 구한 말 이완용은 한시, 인문학에 모두 능하고 수석입학과 수석졸업을 반복하는 최고의 스펙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나라를 팔아먹었다.

따라서 어떤 것 하나로만 성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사회를 살펴보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러분이 성공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후 확신이 들면 미친 듯이 노력하면 되겠고. 다만 주변 좀 둘러봐 달라고 그렇게 부탁하고 싶다."

-20대들이 무기력해 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기성세대에게 책임이 있지 현재 스펙쌓기에 집중하고 있는 20대들은 환경에 적응을 잘 한 결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마냥 환경에 적응하기보단 그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지 못한 20대들에게도 2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세상을 바꾸는 청년들' 김현기)
"정확한 말이다. 지금의 이 시스템을 20대가 만든 것이 아니다. '스펙쌓기'의 프레임이라는 것이 있다. 과거에도 조선시대는 중국어, 일제강점기는 일본어, 6.25 이후는 영어 잘해야 한다는 프레임이 있었다. 이런 것들은 그 시대 이전 사람들이 만든 구조이지, 살아가는 당사자가 만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구조에 순응하는 당사자들 또한 잘못은 있다. 지금 20대는 너무 힘들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생역전의 기회를 줄이고 재벌들의 경우 재벌 3세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부가 대물림이 된다는 것이다. 굉장히 복잡한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우리 20대들은 그 구조에 순응하기보다는 자신들을 위하는 새로운 흐름을 스스로 창출하는 도전을 해보길 바란다."

-지금 청년들이 해야 할 진정한 도전은 자신의 꿈을 위한 것이라고 보세요? 아니면 이 사회구조를 바꾸는 것이라 생각하세요 ? (경희대 신희윤)
"큰 차이는 없다. 자기가 선택한 영역에서 어느 정도 사회적 구조나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이 사회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려하지 않아도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고 부정을 저지르지 않으며 책임과 의무를 다 해서 살아가면 그것 자체가 사회 구조나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된다고 본다. 한마디 더 붙이면 청년들이 꼭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역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실천하지 않아도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면 그것이 바로 사회구조 변화에 기여하는 일이다."

-진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세상을 바꾸는 청년들' 길아영)
"아,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은 '로프 반동'같다고 생각한다. 프로레슬링에서 하는 것이 로프반동인데 누군가 나에게 로프반동에 대해 "참 웃기다. 그냥 나가 떨어지면 되지 왜 돌아오게 만들었나?"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그냥 나가면 경기가 안 되지!"라고 대답해줬다(웃음).

그게 인생이라고 본다. 경제 구조와 같이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있고 불황이 있으면 호황이 있다. 아침 7시 50분 즈음 지하철을 타면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 거기에는 학생, 직장인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 사람들도 지하철타고 출근하기 참 싫을 것이다. 하지만 대략 12시간 뒷면 다시 '반동'하여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에도 반복하는 일들이 참 많은 것처럼 인생을 산다는 것도 결국 반복이다. 그러니까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그 반복 속에 지치지 말고 아쉽지 않도록."

"정치할 생각 없냐는 말 자체가 시민의 정치 활동 위축시키는 것"

-김남훈씨는 정치운동 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 현 정부에 굉장히 비판적이시던데. (영남대 배기열)
"'정치를 한다'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즉, 민주주의에서 국민 모두는 이미 정치를 하는 것이다. 정치할 생각 없느냐는 질문자체가 일반 시민들의 정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투표하는 것 자체도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니까. 다만 프로정치가와 아마추어 정치가의 차이는 있다. 결국 이 질문이 의미하는 것은 프로 정치인을 할 것이냐고 묻는 것과 같다. 그냥 소소한 분야에서 나의 에너지를 나눠드리는 활동을 하는 것이 굉장히 즐겁다."

-얼마 전 국보법 위반으로 수십 명의 학생이 연행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다양성을 잃기 마련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국가보안법과 같이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고하는 것을 억누르는 것은 다 획일화시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의 꿈이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정부, 회사도 퇴화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나 기업들이 너무 단기적인 이익만을 보고 행동하는 것 같다. 단기 순이익을 위해서 모든 것을 뽑아내려 한다. 특히 현 정부는 영원해야 할 국가를 기업을 운영하듯이 이끌고 있다. 미래의 이익을 버리고 현재 치적을 위해서 움직이다가는 분명히 탈이 난다. 기업도 단기적 이익을 뽑아 외형만 키우면 결국 사라지듯이."

-4대강 사업 어떻게 바라보세요 ? 의미있다고 보시나요 ?
"의미를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그걸 왜 할까? 무엇보다 공사비가 20조가 넘어가는 데 그 돈을 전부 다 대학교에 투자하면 사립대학도 국공립 대학등록금 수준으로 낼 수 있는 재원이라고 하더라. 근데 의미 없이 땅에 쏟아 붇는다니 정말 의미 없다고 본다.

제대로 쏟아 붓는 것도 아니고 그 이유는 딱 하나라고 본다. 토건회사들에게 뿌려준다는 것. 이건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익 나누기라고 본다. 어쨌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4대강 사업은 적극 반대다."

▲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는 김남훈씨 ⓒ 길아영, 김현기

-자신의 미래와 이 사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과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가장 김남훈스럽게! ('세상을 바꾸는 청년들' 길아영)

"얼마 전 돌아가신 소설가 이윤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삶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뛰어나온 게 가장 잘한 일"이라고 하셨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떨어지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지지 않는 삶도 훌륭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멀게, 크게 꿈과 희망을 잡지 말고 작은 범위에서 하나씩하면 된다. 내가 28살에는 수천만 원의 빚이 있었고 사업 후에는 1억이 넘는 빚이 있었는데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더라. 20대 정말 힘들긴 한데 거꾸로 보면 힘든 만큼 자기 삶을 정말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

그 시기에 각자가 잡고 있는 핸들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20대들을 보면 '내비게이션'을 원하는 것 같다. 목적지를 정하면 최상의 루트를 찾아주길 원한다. 좋은 방법이긴 한데, 그 길로만 가면 다른 차를 추월할 수도 없고 다른 길을 볼 수도 없다. 약간 헤매도 목적지는 가니까, 너무 남과 같게만 살려고 하지 말아 달라. 또 연애 잘하고 싶으면 독서를 많이 해라. 물론 '외모'라는 예선이 있기는 하지만 하하하... 많은 독서를 통해 세상도 통찰하고 좋아하는 상대와 공감도 하는 훌륭한 당신들이 되기를 바란다."

약 1시간 반가량의 인터뷰가 끝났다. 인터뷰 후 느낀 점은, 그는 분명 현재 20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이야기를 해줄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라는 것.
우리 20대들도 그처럼 진정 '자신'을 위한 일을 찾아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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