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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초풍의 경지, 울금주와 만난 웅어회

단골들만 즐겨찾는 곳...웅어회가 맛있는 집 '지팡이식당'

등록|2011.03.28 14:05 수정|2011.03.28 14:05

▲ 향(香)이 뛰어난 울금주는 잔에 따르면 그 빛깔이 노르스름한 호박색이 난다. ⓒ 심명남


울금주와 웅어회가 만났다. 거기에 반가운 이와 마주하면 기절초풍의 경지로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이가 있다. 얼마 전 평소 좋아하는 지인으로부터 호출이 왔다. 간단히 술한잔 할 수 있는 기막힌 대포집을 발굴해 놨다며 술 한잔 하잖다. 모처럼 만난 지인은 이곳 자랑을 늘어 놓는다. 이어 울금주와 함께 안주로 웅어회를 시켰다. 오늘은 뭔가 좀 색다른 술맛을 느껴 보자고 한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맛보는 술이기에 은근히 기대반 셀렘반으로 잔을 받는다.

"콸콸콸콸…"

사발에 채워지는 울금주의 빛깔이 참 곱다. 노르스름한 울금주는 마치 이효리가 선전하는 망고쥬스를 꼭 빼 닮았다.

"꿀꺽꿀꺽"

울금주로 채워지는 오랜만의 해후 꺄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중국의 방랑시인 이백은 울금주를 먹으며 이렇게 읊조렸다.

蘭陵美酒鬱金香(난능미주울금향) 난능의 좋은 술 울금 향내음
玉椀盛來琥柏光(옥완성래호백광) 구술잔에 따르니 호박빛깔

使主人能醉客(사주인능취객) 주인이 기꺼이 취하게만 해 준다면
不如何處是他鄕(부여하처시타향) 이곳이 타향인들 무슨 상관이랴!

▲ 간장해독 작용에 탁월한 울금주는 웅어회와 찰떡궁합이다. ⓒ 심명남


중국 산동성의 특산물 중 하나가 울금(鬱金)으로 만든 술이 유명하다. 향(香)이 뛰어나 이 술을 옥으로 만든 잔에 따르면 그 빛깔이 노르스름한 호박색이 난다. 국내에서도 울금주가 애주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진도는 울금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카레의 주성인 울금(강황)은 켜큐민으로 옛날부터 한약재로 주로 쓰였다. 울금은 3월 말에서 4월 중순에 파종해 그 해 11월부터 이듬해 1월에 수확한다. 그 효능은 심장과 간에 작용하는 약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가슴이 답답할 때 혈액순환에도 좋다. 중추신경에 흥분작용과 암세포를 죽이는데 효과가 뛰어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한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는 울금(강황)은 간장의 해독을 촉하고 담즙분비와 이혈작용이 뛰어나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승본생심지관경에는 울금은 시든 것일지라도 다른 싱싱한 꽃들보다 가치가 있고 정견을 가진 비구와도 같아서 중생보다 백천만배나 훌륭하다고 전한다.

울금주와 하모니를 이룬 웅어회도 그 맛이 으뜸이다. 웅어는 준치의 사촌이다. 낚시에서 자주 잡히는 웅어는 이곳 낚시군에게 천대받는 흔한 고기다. 이곳 남해안 연안에도 많이 잡힌다. 그런데 회로 나오는 곳이 드물다.

새콤 달콤 쌉스름한 맛에 입맛을 돋우는 웅어회에는 9가지 양념이 들어갔다. 잘 썬 웅어에다 상치, 양파, 미나리, 마늘, 생강, 과일, 고추장에 막걸리 식초를 넣었단다. 그야말로 옛날 어머니의 손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그래서 울금주와 찰떡궁합인가 보다.

▲ 준치의 사촌인 웅어(상)를 회로 먹으면 울금주와 하모니를 이뤄 그 맛이 으뜸이다 ⓒ 심명남


목포에서 노하우를 배워서 이곳에서 장사한 지 2년이 되었다는 박승엽(62)씨는 지팡이식당(화장동)으로 이름을 짖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목사님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지팡이는 모세의 지팡이를 말해요, 성경에 모세가 지팡이 하나만 들고 나가서 들어올 때 수많은 양떼들을 몰고와 부자가 되었다죠, 목사님이 부자 되라고 지어준 이름입니다."

값싸고 맛이 좋다 보니 주로 단골손님들이 애용중이다. 또한 웅어백반과 낚지볶음은 이곳의 대표메뉴다.

"우리시대 사람들은 마음이 중요해요, 요즘 젊은이들은 그걸 잘 몰라요, 지팡이식당에 오면 음식도 오지지만 우선 인간미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 냄새가 난다니까… 글고 말만 잘하면 음식도 공짜로 나온당께."

한 켠에서 음식을 먹고있는 50대 중반 박옥필 아주머니의 이곳 자랑이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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