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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딸한테 관절염이?

충치에 악관절염에 종잣돈만 날린 똘망이와 밤톨이

등록|2011.03.29 15:59 수정|2011.03.29 15:59

치실치아사이를 닦아주는 고마운 치실~ ⓒ 정민숙


밤톨이와 치과에 다녀왔다. 밤톨이(초등학교 6학년)는 이번 봄에 받은 치과 정기검진에서 충치가 하나도 없다고 나왔다. 똘망이(중학교 2학년)는 충치가 있어 거금 21만 원이나 내고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충치가 없는 밤톨이만 아직도 치과를 다니고 있고 다음 주에 또 가야 한다. 왜 밤톨이는 충치가 없는데도 계속 치과에 다녀야 하는 걸까?

우리 집에서는 내가 커피를 마실 때 말고는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먹는 음식은 치아에 달라붙지 않는 음식들이다. 물과 차를 많이 마시며, 김치도 종류별로 아주 잘 먹는다(김치와 야채를 잘 먹으면 배설에 문제가 없어 변비로 고생하지 않는다). 생채소와 나물을 자주 먹고 식후에는 치실질과 잇솔질을 잘 하고 있어, 치과 치료비용이 가계부에서 차지하는 정도는 아주 작다. 특히 잠자기 전에 이를 꼭 닦고 자일리톨 사탕도 먹고 있어, 나름대로 구강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다.

중학생이 된 똘망이에게 칫솔, 치약, 컵을 세트로 챙겨서 학교에 보냈지만, 전체 학생 수에 비해 학교 식당이 너무 좁아서 아이들이 점심을 먹을 시간이 너무 짧다. 그래서 식사 후에는 부랴부랴 다음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또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녀석들 때문에 마음 편하게 이를 닦을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이를 닦는 아이들도 드물고, 학교에서 권장하지도 않고….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했던 불소용액수구사업도 중학교에서는 안 한다. 치과에 가서 불소도포를 해 달라고 했더니, 안 해도 된다고 하고…. 결국 똘망이는 초등학생 때는 충치 예방을 집과 학교와 치과의원에서 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낙동강 오리알처럼 그냥 자기혼자 알아서 해야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 불소치약이 아무리 좋아도 치아의 미세한 부분에는 칫솔이 들어가지 않고, 친구들과 학교 오며 가며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고 나서는 바로 이를 닦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집에 와서도 피곤하다고 이를 닦지 않고 그냥 자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생활 속에서 나온 결과는 참담했다. 이전에 치료한 치아에 생긴 2차 충치와 건강한 상태로 있던 영구치 어금니에서 새로 생긴 충치가 두 개나 나온 것이다. 한번 치료받은 치아는 아무리 잘 닦고 예방을 잘해도 치료받은 재료의 변화 때문에 건강한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기는 힘들다. 그러니 한번 치료받은 치아는 언젠가는 다시 새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 기간이 딱 꼬집어 언제라고 말 할 수는 없으니 6개월에 한 번씩 가서 정기검진을 통해 찾아내는 것이다.

충치를 막아서 종잣돈을 지켜라  

똘망이에게는 '종잣돈'이 있다. 똘망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것들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머니, 이모들의 탄생 축하금, 백일 축하금, 돌 축하금, 어린이날 선물, 명절 용돈 등을 모아 놓은 것들이다. 지금도 용돈을 크게 받으면, 똘망이와 밤톨이는 각자의 통장으로 집어넣고 있다. 이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이들에게 전달하기로 했고, 두 아이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똘망이는 엄마의 경고("구강관리를 그렇게 하다가는 반드시 충치가 생긴다", "열심히 해도 충치의 공격을 막아내기 어려운데 그런 식으로 하면 결과가 너무나 빤하니, 만일 충치가 생기면 치료비는 네 종잣돈에서 지불을 해야 할 것이다" 등)를 무시했다. 아이들은 둘이서만 치과에 간다. 집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치과위생사가 항상 반갑게 맞이해준다. 아이들만 보내도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갔는데, 언제나 한결같이 친절하다. 요즘은 내 돈 내고 내가 치료받으러 가면서도 그런 친절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어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고맙기까지 하다.

진단 후 비용이 나오면 치과위생사는 내게 전화를 해준다. 전체적인 상황과 치료비용까지 말해주면, 나는 인터넷뱅킹으로 입금을 한다. 친절하기만 하고 치료가 엉망이라면 또 문제가 되는데, 친절한데다, 치료까지 좋으니 아주 흡족하다. 치과에 다녀온 똘망이는 풀 죽은 얼굴로 자신의 종잣돈으로 결제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정말 열심히 이를 닦는다. 이 좀 닦으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를 닦는 모습을 보니, 새로 충치 생긴 것이 오히려 앞으로 구강 건강관리에 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구강 위생용품들의 사용방법(칫솔로 이 닦기, 치실로 치아 사이 닦기)을 다시 한 번 더 자세하게 가르쳐 달라고까지 하니, 그것 보라며 야단을 심하게 친 것이 미안하다. 

음식을 섭취한 다음에는 반드시 3분 안에 3분 이상 치아를 구석구석 닦는 것이 좋겠지만, 중학교 2학년 똘망이는 그것을 실천하기 힘든 환경에 있다. 그래서 제일 신경 써야 하는 시기가 아침 식사 후와 잠자기 전이다. 이때 치아 구석구석, 잇몸, 입천장, 볼 안쪽까지 세심하게 닦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방학 때 치과 정기검진을 가는 것이다. 오늘은 3월 28일. 똘망이의 실천은 작심삼일을 넘었다. 또 이를 잘 닦은 후에는 이 닦은 것이 아까워 간식을 먹지 않으니 식이조절까지 되고 있다.

내 무릎에만 사는 줄 알았던 관절염이...

충치가 없는 밤톨이는 얼마 전부터 턱이 아프다고 했다. 악관절치료 치과로 가야 한다기에 좀 멀리 갔다. 사진을 찍어보고 이것저것 밤톨이에게 물어본 후 내린 진단명이, '관절염'이란다. 아이고, 관절염이라니…. 내 무릎에 붙어사는 줄 알았더니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내미 턱에 나타난 것이다. 그저 악관절염이라고 할 때와 관절염이라고 할 때는 느낌부터 다르다. 턱이 아파서 밥 먹다가도 괴로워한다.

이 악관절염은 십대초반의 여자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왜 그런 질환이 나타나는지는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고 한다. 밤톨이는 물리치료를 받고 주의사항과 함께 약물을 처방받았다. 다음에도 또 오라고 한다. 밤톨이의 치과치료는 의외다. 밤톨이는 이 잘 닦고, 단 것 많이 안 먹고, 불소의 도움을 받고, 6개월 정기검진을 꼬박꼬박 실천했는데도 그런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질환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아주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기검진 덕분에 빨리 파악하고 대처를 하긴 했지만 잘 모르고 지나갔을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를 앙다물거나, 이를 갈거나, 턱을 고이는 습관이 있는 아이라면 이런 악관절염에 걸릴 수 있다고 하며 타고난 악관절이 좋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아파서 음식을 잘 씹지 못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치료를 안 하면 어찌되느냐고 다음 진료 날짜를 잡으며 물어보니 습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밤톨이는 다음 주에도 치과에 간다. 치료를 잘 받고 나아서 돌아오는 여름방학 정기검진 때에는 집에서 가까운 친구 같은 치과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서럽고 고통스런 일 중 하나가 바로 '먹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엄마의 과민반응일 수 있지만, 안과와 함께 치과는 평생 친구처럼 여기며 다녀야 할 의료기관이다. 혹시라도 아이가 턱이나 이가 아프다고 하면 얼른 치과에 데려가 문제를 해결하여 잘 씹어서 먹을 수 있도록 해주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역시 아프지 않아도 기간을 정해서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제일 좋은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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