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웨이 포 드림⑩] 3개월 필리핀 어학연수가 남긴 것
꿈을 좇는 서른셋 노처녀의 좌충우돌 여행기
이제야 가능해졌다. 지난 세 달, 내 안에 체화된 변화를 설명하는 일이. 처음엔 오로지 영어를 익히는 목적 외에 어떤 기대도 없었다. 웃을 때 하얀 이가 매력적인 그러나 그 속을 알 수 없는 외국인의 마을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인연을 만나고, 10대와 20대에 익히지 못한 우정을 배워 삶과 사람을 재정의하게 될 줄 몰랐다는 뜻이다.
눈물의 졸업식 그리고 '약속'
2주 전 연수를 완료하고 졸업식을 치렀다. 같은 날 졸업하는 학생들이 차례로 수료증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한 뒤 소회를 밝히는 정기적인 행사다. 연수 초 타인들의 그것은 단지 형식적이고 조금은 유치한 의례로 비쳤다. 하지만 정작 그 자리의 주인이 되고 보니 짧지 않은 시간 동거동락한 지인들에 작별을 고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졸업식 당일, 그간 청소와 빨래를 해주던 필리피노 여인이 손수 만든 종이 목걸이와 가짜 금반지를 건넸다. 형편이 어려워 주말이고 국경일 없이 일하던 젊은 아기엄마였다. 매끼 따뜻한 밥을 해준 주방 직원들도 인사를 전했다. 규정상 졸업식에 참가할 수 없는 그들은 식당에서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신의 축복을 빈다"고 했다. 몇 번인가 고마움을 표하고 습관처럼 미소를 나눴을 뿐인데 그들이 준 따스한 마음에 가슴이 벙벙해졌다.
튜터(tutor)들은 더욱 각별했다. 필리핀 어학연수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꼽는 1:1 수업 중에 학생과 튜터들은 자연스레 온갖 주제로 숱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된 생활을 하다보면 언제고 감정의 동요를 겪게 되는데, 이때 그들과의 교감이 상당한 위로가 된다. 본인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걔중엔 실제로 자질이 부족한 이들도 있다. 연수기간 중 학생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강사가 퇴출당하기도 했고, 친분을 빌미로 가르침을 소홀히 하는 튜터들에 실망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필리핀 유학이 아닌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교사들처럼.
글 쓰는 일과 자유로운 삶에 대해 언제나 열린 맘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Lace, 사람을 잃는 고통에 힘들어하는 날 위해 묻어둔 개인사를 들려준 Kristy, 자긍심과 열정으로 늘 최선의 가르침을 준 Alyn과 Josephine, 사랑과 인생, 우주와 신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던 Gomery. 짧은 시간이나마 스승이자 친구였던 이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고마운 인연들이 있다. 그들은 8년이란 사회생활 끝에 인간관계에 대한 체념과 냉소로 물든 나를 변화시켰다. 또한 그 나이 때조차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동성 간의 우정을 선사해줬다. 나는 그들을 통해 벗이 되는 데 나이가 중요치 않음을 몸소 깨달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순수한 마음을 이어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최대 10살 터울의, 지금껏 살면서 단 한번의 교차점도 없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우리는 술 없이도 하루 온종일 방 안에 앉아 즐겁게 대화할 수 있었고, 하릴 없이 걸으면서 서로가 있어 즐거웠다. 각자 청춘의 고민과 아픔이 있었고, 제각기 작고 약한 부분이 있지만 그것이 부끄럽지 않았으며, 때때로 못난 모습을 보이고도 금세 돌아서 웃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이들이 무척이나 그립다. 우리는 지금 각기 다른 자리에서, 또다시 다른 삶의 여정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행복한 맘으로 견딜 수 있다. 비록 눈으로 보지 못하고 손으로 만지지 못하는 곳에 있어도 모두가 마음으로 함께 있음을, 우리의 우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굳건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이란 시간 안에 그들이 내게 준 최대의 선물이다.
"Cindy(지영), Haley(혜인), Jinny(지인), Rachel(선영), Julia(서현), Elly(수연), Ron(승현). 불구가 된 내 맘을 치유해주고, 삶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준 너희들에 무한한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우리 꼭 다시 만나는 거야. 변함없는 마음으로. 알았지!"
▲ 3개월간의 필리핀 어학연수를 통해 이렇게 많은 소중한 기억과 인연을 얻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이명주
눈물의 졸업식 그리고 '약속'
2주 전 연수를 완료하고 졸업식을 치렀다. 같은 날 졸업하는 학생들이 차례로 수료증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한 뒤 소회를 밝히는 정기적인 행사다. 연수 초 타인들의 그것은 단지 형식적이고 조금은 유치한 의례로 비쳤다. 하지만 정작 그 자리의 주인이 되고 보니 짧지 않은 시간 동거동락한 지인들에 작별을 고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졸업식 당일, 그간 청소와 빨래를 해주던 필리피노 여인이 손수 만든 종이 목걸이와 가짜 금반지를 건넸다. 형편이 어려워 주말이고 국경일 없이 일하던 젊은 아기엄마였다. 매끼 따뜻한 밥을 해준 주방 직원들도 인사를 전했다. 규정상 졸업식에 참가할 수 없는 그들은 식당에서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신의 축복을 빈다"고 했다. 몇 번인가 고마움을 표하고 습관처럼 미소를 나눴을 뿐인데 그들이 준 따스한 마음에 가슴이 벙벙해졌다.
튜터(tutor)들은 더욱 각별했다. 필리핀 어학연수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꼽는 1:1 수업 중에 학생과 튜터들은 자연스레 온갖 주제로 숱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된 생활을 하다보면 언제고 감정의 동요를 겪게 되는데, 이때 그들과의 교감이 상당한 위로가 된다. 본인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 그간 동거동락한 어학원 튜터들과 벗들을 앞에 두고 하는 졸업 연설. 내 차례가 되어서야 이 자리에서 흘리는 눈물과 애써 짓는 웃음의 의미를 알게 됐다. ⓒ 이명주
물론 걔중엔 실제로 자질이 부족한 이들도 있다. 연수기간 중 학생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강사가 퇴출당하기도 했고, 친분을 빌미로 가르침을 소홀히 하는 튜터들에 실망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필리핀 유학이 아닌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교사들처럼.
글 쓰는 일과 자유로운 삶에 대해 언제나 열린 맘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Lace, 사람을 잃는 고통에 힘들어하는 날 위해 묻어둔 개인사를 들려준 Kristy, 자긍심과 열정으로 늘 최선의 가르침을 준 Alyn과 Josephine, 사랑과 인생, 우주와 신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던 Gomery. 짧은 시간이나마 스승이자 친구였던 이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고마운 인연들이 있다. 그들은 8년이란 사회생활 끝에 인간관계에 대한 체념과 냉소로 물든 나를 변화시켰다. 또한 그 나이 때조차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동성 간의 우정을 선사해줬다. 나는 그들을 통해 벗이 되는 데 나이가 중요치 않음을 몸소 깨달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순수한 마음을 이어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 짧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며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중한 벗들. ⓒ 이명주
최대 10살 터울의, 지금껏 살면서 단 한번의 교차점도 없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우리는 술 없이도 하루 온종일 방 안에 앉아 즐겁게 대화할 수 있었고, 하릴 없이 걸으면서 서로가 있어 즐거웠다. 각자 청춘의 고민과 아픔이 있었고, 제각기 작고 약한 부분이 있지만 그것이 부끄럽지 않았으며, 때때로 못난 모습을 보이고도 금세 돌아서 웃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이들이 무척이나 그립다. 우리는 지금 각기 다른 자리에서, 또다시 다른 삶의 여정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행복한 맘으로 견딜 수 있다. 비록 눈으로 보지 못하고 손으로 만지지 못하는 곳에 있어도 모두가 마음으로 함께 있음을, 우리의 우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굳건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이란 시간 안에 그들이 내게 준 최대의 선물이다.
"Cindy(지영), Haley(혜인), Jinny(지인), Rachel(선영), Julia(서현), Elly(수연), Ron(승현). 불구가 된 내 맘을 치유해주고, 삶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준 너희들에 무한한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우리 꼭 다시 만나는 거야. 변함없는 마음으로. 알았지!"
덧붙이는 글
필자는 지금 필리핀 바클로드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마닐라로 거주지를 옮긴 상태입니다. 이제 '공정사회'와 '공정여행'을 모토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매력적인 벗들과 멘토들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