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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한개 값도 안 되네... 16위가 뭡니까

최저임금연대, 협상 앞두고 인상안 제기... "최저임금 5410원 돼야"

등록|2011.03.29 18:27 수정|2011.03.29 18:28
"학교를 그만두고 가장으로 일하면서 주5일 아르바이트도 모자라 주말까지 일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자리의 임금은 몇 년째 시간당 4000원 정도인 최저임금입니다. 이걸로는 어머니를 모시고 가계를 꾸려가기 어렵습니다. 28살이 됐지만 아르바이트 경력뿐이어서 어디 이력서를 넣을 수도 없습니다."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조합원 정아무개씨의 사연이다. 그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연대 주최 기자회견에서 "군대 다녀와 보니 가계에 빚이 많았고, 어머니는 교통사고가 나서 움직이실 수 없었다"며 "학자금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고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려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 제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뿐"이라며 최저임금의 인상을 요구했다.

최근 대학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처우 수준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논쟁이 활발한 가운데 보편적 복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 수준, OECD 19개국 가운데 16위

▲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연대 기자회견. ⓒ 최지용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그리고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최저임금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2년 법정 최저임금(시간급 기준)을 5410원으로 제안했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113만 원가량으로 OECD 최저임금 권고안이기도 한 노동자 평균임금(226만 원)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011년 최저임금은 노동계가 5180원을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의 반발로 인해 전년대비 5.1% 오른 4320원으로 결정된 바 있다.

최저임금연대는 현재 최저임금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인 411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85만9000원으로 당시 전체노동자 월 총액임금 293만1200원에  29.3%에 불과하다. 월 정액임금인 226만4500원과 비교해도 37.9% 수준이다. 2011년 최저임금 432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90만2880원이다.

이러한 노동자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은 OECD 19개 회원국 가운데 16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비율이 25.4%로 가장 낮은 미국의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8100원 가량이다. 뉴질랜드와 프랑스가 50%를 넘어 가장 높고, 호주, 아일랜드, 벨기에 등이 40%를 넘고 있다.

또 최저임금연대에 따르면 이러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10만여 명으로, 노동자 8명중 1명이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업장에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한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사용자 측은 '경제성장 부담'이 높아진다며 최저임금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을 높게 정하면 임금 상승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사업자들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거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2000년 이후 제조업 분야 물적노동생산성상승률이 평균 7.0%를 기록한 데 반해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6.4%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용자 측 주장을 반박한다. 국제노동기구나 OECD도 최저임금 제도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임금격차 해소와 소득분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최저임금 받지만 노동의 질은 최저 아니다"

▲ 최저임금과 햄버거? 2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연대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 최지용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없는 복지논쟁은 무의미 하다. 최저임금 현실화가 실현되지 않는 복지는 자라날 수 없다"며 "진보정당의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사람이 동물과 구분되는 점은 사회활동을 하며 생존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현실화는 살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450만에 달하는 최저임금노동자를 두고 단순히 국민소득 2-3만 달러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아직 협상 전이지만 벌써부터 최저임금을 동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은 살 길이 없다.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양극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인숙 한국노총 부위원장 또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지만 그들의 노동의 질까지 최저 수준은 아니"라며 "최저임금 5410원은 그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최저'가 '최고'가 되어버린 이들에게 임금수준의 개선이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밖엔 답이 없다"며 "우리는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위해 2012년 적용될 최저임금 시급 5410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한편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캠페인을 5월부터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방침이다. 5월 하순 경 최저임금 현실화 국민문화제를 개최하고 청와대, 국회, 최저임금위원회 등 주요 관계기관 앞에서 1위 시위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의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사 제척권(노사단체가 공익위원 중 일정비율을 상호 배제시키는 제도)을 도입하고 정부 산하 공공기관 소속 인사들을 배제하는 방법으로 위원회 독립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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