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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서 흘린 그대로, 사기 피해자됐다"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여권도 부글부글

입지평가위원회 "밀양-가덕도, 둘다 부적합"... 영남 민심도 흔들

등록|2011.03.30 15:27 수정|2011.03.30 18:42

▲ 박창호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이 30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토해양부 기자실에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신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 대체 : 30일 오후 6시 40분]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백지화됐다.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2곳 모두 환경 훼손, 사업비 과다, 경제성 미흡으로 인해 신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신공항 백지화에 따라, 영남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정치권이 반발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뒤집어졌다는 비판과 함께, 처음부터 백지화 방침을 정해놓고 입지 평가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신공항 백지화와 함께 세종시 수정안 추진,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 재검토 등 각종 공약 뒤집기로 정부의 신뢰가 추락하고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입지평가위원회 "밀양·가덕도 모두 환경훼손·경제성 미흡"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인 박창호 서울대 교수는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국토해양부 기자실에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사업비 과다로 인한 경제성 미흡으로,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신공항 입지여건 적합성 평가(100점 만점)에서 경남 밀양은 39.9점, 부산 가덕도는 38.3점을 얻어, 공합입지 적합 평가 기준(50점)에 미달됐다. 특히 가중치가 부여된 경제 평가(40점)에서 경남 밀양(12.2점)과 부산 가덕도(12.5점)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장애물 여부 등을 다루는 공항 운영 평가(30점)나 접근성과 환경 등을 따지는 사회환경 평가(30점)에서도 경남 밀양(14.5점, 13.2점)과 부산 가덕도(13.2점, 12.6점) 모두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박창호 교수는 "지금까지 경제성이 없더라도 다른 이점이 있다면 신공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4년 동안 신공항 문제를 끌고 왔다"며 "하지만 경남 밀양이나 부산 가덕도 모두 주변 환경이나 입지 여건이 아직은 성숙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평균 사업비가 10조 원인데 반해 편익은 7조 원 수준으로, 향후 편익이 더 올라간다면 신공항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허브 기능을 갖춘 공항 (동남권에) 생겨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회견에서 "정부는 오늘 오후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하여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를 정부의 입장으로 수용키로 했다"며 "신공항 건설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어 "정부가 약속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된 데 대해 영남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승적 견지에서 정부의 결정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납득 못할 신공항 백지화 절차와 과정... "사기 피해자된 느낌"

▲ 대구 시내에 걸려있는 신공항 유치 현수막 ⓒ 안홍기


신공항 백지화 이후 영남권 주민과 정치권이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 재검토에서 보듯, 대선 때 공약한 대형 국책사업들에 대한 입장을 갑작스레 바꿔 정부 불신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다. 이번에 이를 또 다시 재연한 셈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 2009년 9월 신공항 입지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 후폭풍에 대한 부담으로 3차례나 발표를 미뤘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며 공약을 재확인했다. 또한 정부는 2008년 9월 광역경제권 30대 프로젝트 사업을 확정·발표하면서, 동남권에 '동북아 제2의허브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환경 훼손과 경제성 미흡으로 인해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정부 발표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의 대안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이미 여러 차례 부적합 판정이 나온 터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2007년 11월과 2009년 12월 국토해양부의 의뢰로 분석한 신공항의 타당성 조사 관련 보고서에서 "김해공항 확장은 군 시설 이전 문제와 막대한 장애물 제거 비용 탓에 경제성·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백지화 방침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실사 등 입지평가가 진행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에 대한 실사가 이뤄지기 전인 27일부터 정부와 여권 고위 관계자로부터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언이 나왔다. 결국, 우려대로 백지화 결론에 이르자 "백지화 합리화를 위한 실사였다", "영남권 주민들을 우롱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발표 직후 "발표를 보고 사전에 청와대에서 흘린 내용 그대로라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허탈함을 금할 수 없었고, 사기 피해자가 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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