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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상된 등록금 '돌려받기', 이렇게 가능했다

[인터뷰] 6년 만에 '전체학생총회' 개최한 이윤호 경희대 총학생회장

등록|2011.03.31 09:45 수정|2011.03.31 14:09

▲ 24일 경희대 서울캠퍼스 노천극장에서 2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학생총회가 열리고 있다. ⓒ 경희대 총학생회


지난 24일 오후 3시. 경희대 서울캠퍼스 노천극장에 20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2005년 이후 무려 6년 만에 열린 '전체학생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의 주요 안건은 '등록금 책정위원회·등록금 심의위원회 협상결과의 수용여부에 관한 심의의 건'. 같은 날 용인에 있는 국제캠퍼스에서도 전체학생총회가 열렸다. 

총회 개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총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전체학생 1/10 이상이 소집요구를 하고, 1/7 이상의 학생이 총회에 참석해야 한다. 학생 수 1만3000여 명의 경희대에서는 1850명 이상이 모여야 총회가 성사될 수 있다.

이윤호 총학생회장(25·한의학과)은 28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대부분의 학교에서 총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50%를 간신히 넘기는데, 총회는 한 날, 한 시에 같은 장소에 모여야 하기 때문에 투표보다 '내 문제'라는 훨씬 더 높은 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2005년 이후 총회가 시도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강 이후에도 '등록금 투쟁' 계속... 6800명 서명으로 '철회' 이끌어내

▲ 이윤호 경희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 홍현진

하지만 지난해 말 당선된 경희대 총학생회는 '6년 만의 기적'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윤호 회장은 "기존의 학교 운영이 총학생회 등 대표자들끼리만 하는 회의에서 단독으로 결정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에 근거해 있었다면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직접참여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총회를 알려나가는 과정에서 학우들을 만나 '같이 모이면 등록금 인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2500여 경희대생의 소집요구 서명을 받아 총회가 열린 24일. 14개 단과대에서 1895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학생들은 색색의 풍선을 각 단과대별로 노천극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총회에서는 등록금 협상결과 이외에도 각 단과대별로 수집한 학생요구안 가운데 공식 학생요구안 채택의 건 그리고 등록금 문제의 사회적 해결 활동에서의 '한국대학생연합'과의 공식연대의 건 등이 논의되었다. 이 회장은 "총회 역시 단순히 모이는 게 아니라 질의응답도 받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총회가 열리기 전날인 23일,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그리고 학교 측 대표들로 구성된 등록금책정위원회는 등록금 3% 인상을 철회하는 데 협의했다. 또 환급받게 된 등록금 가운데 1%는 청소노동자·시간강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과 차상위계층 학생 장학금에 쓰기로 했다. 24일 오전,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이러한 협의내용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경희대 등록금은 3년째 동결됐다. 이는 국제캠퍼스도 마찬가지였다. 

▲ 24일 경희대 서울캠퍼스 노천극장에서 2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학생총회가 열리고 있다. ⓒ 경희대 총학생회


'등록금 인상 철회' 역시 순탄치 않았다. "학교에서 등록금 안을 짜오면 그 안을 밀어붙이려고 하고, 학생들은 '인상의 근거가 없다'며 이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게 보통"이라는 이 회장의 말처럼 경희대 역시 지난 겨울방학 때만 해도 학교 측과 학생 측의 견해차가 컸다. 

"학교 측에서는 지출이 이만큼이니까 학생들 등록금에서 3%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예·결산 자료를 분석했을 때 (학교 측이) 뻥튀기로 예산을 잡아놓고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항목들이 발견됐다. 3월부터 내년 2월까지가 회계기간이라고 치면 예산을 절반도 사용을 안 하고. 그 남은 돈이 다 적립금이 되는 거 아닌가. 지금도 1000억 원이 넘는 적립금이 있다.

게다가 전국 170개 대학교가 동결을 했다는데 왜 경희대만 인상을 하나. 학교 측에서는 경희대 등록금이 다른 학교보다 싸기 때문이라고 하고, 실제로 싼 편이기도 하지만(전년도 기준 문과대 등록금 약 320만원) 이 역시 학교 측이 착한 마음을 먹어서라기보다는 선배들이 싸워왔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학교 측은 3% 인상된 등록금 고지서를 학생들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개강 이후에도 '등록금 투쟁'은 이어졌다. '3대 권리 찾기' 선언운동이 바로 그것.

"개강 이후 3일 동안 '3대 권리 찾기' 선언운동을 펼쳤다. 첫째는 등록금을 동결하라, 둘째는 등록금은 인상됐는데 단과대별로 장학금 예산은 삭감됐다. 장학금을 원상복구하라. 셋째, 비싼 등록금 내고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수강 신청할 수 없다. 고질적인 수강 신청 문제에 대해서 학교에서 대책을 세워 달라.

학우들의 반응은 유례없이 폭발적이었다. 그동안 서명을 받으러 다녔을 때 많이 받으면 5000명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사흘 만에 68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경희대 서울캠퍼스 학생 수는 1만 3000여명). 그 결과, 두 번째 안은 등록금책정위원회에서 바로 받아들여졌고, 학교 측의 태도도 인상률을 재조정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조금씩 바뀌어갔다.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도 느낀 것 같다."

이 회장은 "학우들을 만나면서 등록금 문제는 누구나 다 공감을 하고 있구나, 어느 누구도 등록금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구나 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또 "6800명 이상의 서명이 없었다면 등록금 동결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등록금 문제는 총학생회장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학생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우리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회참여'와 '학생복지센터'...총학생회의 역할은?

▲ 경희대 게시판에 '전체학생총회'를 알리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 홍현진


경희대에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소위 '비권(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들어섰다. 당시 비권 총학들은 '학생복지센터'를 표방하며 사회참여보다는 학교 안의 문제에 힘썼다. 이후 최근 몇 년간 대학가에는 다시 '운동권' 총학생회가 들어서고 있다. 경희대도 마찬가지다. 이윤호 회장에게 총학생회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총학생회라는 조직 자체가 학우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조직이다. 예전에 학생운동이 학우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게, 학생회라면 학우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가져갈 수 있어야 하는데 바깥에 있는 의제들을 학교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학우들 사이에서 '이게 우리 목소리를 대변하는 거냐'는 반감이 있었다. 반면에 '비권'의 경우 2008년 촛불 당시 한 번도 총학의 깃발을 들고 참여를 안했다. 그런 게 오히려 학우들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경희대 총학에서 생각하는 건, 바깥에 있는 걸 끌어와서 학내에서 하는 게 아니라 등록금 문제는 다들 공감하는 문제이니 만큼 밖으로, 사회로 가져 나가서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거다. 우리 학교가 동결됐으니까 끝이 아니라 다른 대학과 연대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참여를 하고 안 하고 쟁점이 아니다. 학우들과 얼마나 잘 소통하고 학우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캐치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경희대 총학은 '등록금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해 이번 총회에서 한대련과의 공식 연대의 건을 안건으로 내놓았다. 물론 이에 반기를 드는 학생들도 있었다. 28일 경희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교 게시판에는 '총학생회에 보내는 공개질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이들은 "포털 검색만 해도 한대련이 어떤 단체인지 나온다. 적지않은 이들이 민주노동당 당원이고 한총련 해소론을 따르는 이들이 한총련에서 떨어져 나와 만든 곳이다. '전국학생행진' 같은 다른 등록금 공동 활동 조직들도 있는데 왜 하필 한총련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반환되는 등록금 3% 가운데 1%를 장학금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쓰기로 한 결정에도 충분한 홍보와 의견수렴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경희대에서 만난 한 학생(경영학과 3학년)은 "결과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충분한 여론 수렴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전체학생총회 역시 오후 3시에 개최해서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학은 대자보를 통해 "총회 안건에 대한 홍보와 사전 공지가 부족했다면 죄송하다"며 "앞으로 충분한 홍보와 공지에 신경쓰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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