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 화폭에 담은 하정우
하정우 그림 전시회 31일까지 대구 중구 봉산동 동원화랑에서 열려
▲ 탤런트 하정우의 그림을 관람 중인 시민. ⓒ 조을영
영화 <황해(黃海)>의 주연, 배우 하정우씨의 그림 전시회가 대구에서 있었다.
3월 18일부터 31일까지 '하정우(Ha Jung Woo)展 PIERROT'라는 타이틀로 중구 봉산동 동원화랑에서 개최된 이 전시회를 찾아가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기자가 갤러리를 방문한 28일 오후 5시에는 여고생을 비롯한 20~30대 여성 팬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어 하씨의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미술학도라고 밝힌 대학생 장경호(22·남·남구 대명동)씨는 "기교 면에서는 서툴지만 팝아트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해석한 부분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여고생 강지우(17·달서구 신당동) 양은 "연기자로서의 재능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신의 선물을 받은, 말 그대로 '탤런트'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며 팬으로서의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회 관련 자료에 의하면 작가 하정우씨는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이후 한때 방황이 따르던 시기에 그림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힘들게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단역배우지만 화폭 안에서는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세 번씩이나 개인전과 그룹전 등에 작품을 발표해도 작가보다 배우라는 수식어에 가려져서 그림을 대하는 그의 진지한 자세가 대중에게 잘 전달되지 못한 점도 있었다 한다.
한편 그의 아버지인 중견 탤런트 김용건씨는 유명인의 그림을 수집하는 컬렉터로 유명하다. 그는 90년대에 남성 정장 패션모델로 이름을 날리는 등 미적인 것에 관심이 남달랐던 탤런트다. 클래식 가구 수집광인 어머니는 마음에 드는 가구가 눈에 띌 때마다 수집을 해서 집안을 아름답게 장식한다고. 이런 환경은 아들인 하씨에게 자연스런 미적 감흥과 관심을 불러일으킨 요인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 탤런트 하정우 그림전시회. ⓒ 조을영
우리가 책과 역사 속에서 만나는 예술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영혼을 예술에 던진 사람들이다. 이미 10대 시절에 천재 시인으로 등극한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 1854~1891)가 그의 일생 중 시작(詩作) 생활을 한 시간은 15~20세의 약 5~6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후로 랭보는 세계를 떠돌며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때론 채석장 인부로, 항구의 잡역부로, 커피와 무기 판매상으로 세계를 떠돌며 인생을 체득했다. 10대 때의 그가 책상에 앉아서 펜으로 시를 쓰며 인생에 대해 관조했다면 그 이후에는 직접 삶에 부딪치며 몸으로 시를 쓰는 과정을 보냈다고 평론가들은 기록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정우씨는 몸으로 연기 인생을 그리고, 그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붓을 들어 직접 그리며 내적 성숙을 더해가고 있다. 그렇기에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삶을 대하고 그 감흥을 생활 예술로 표현 했는지에 그림의 가치를 두는 것도 한 관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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