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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고성장 한국경제? 개인 빚은 60조원 늘었다

[분석] 2010년 국민계정 보니...개인은 빚에 허덕, 분배는 더 악화

등록|2011.03.30 17:31 수정|2011.03.30 17:31

▲ 한국은행은 30일 2010년 국민계정(잠정)을 발표했다. ⓒ 한국은행


지난해 한국 경제의 살림살이 결과가 나왔다.

경제성장률은 6.2%. 올해 예상했던 6.1%보단 0.1%포인트 올랐다. 국민들의 지갑도 전보다 두둑해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달러인 시대다. 수치만 보면, 우리 경제의 빛깔은 장밋빛이다.

하지만, 성장의 내용과 질을 좀더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금세 달라진다. 그동안 정부 차원의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렸고, 각종 세금혜택 등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게다가 '관치' 논란 속에, 사상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고환율 정책 유지 등이 고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재정확장적 정책을 거둬들이면서 출구전략을 써왔던 것과 사뭇 다르다. 이에 따라 나라 빚 뿐만 아니라 개인과 가계 빚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물가 역시 크게 오르고, 빈부 격차는 더 커지면서 분배는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6.2% 고성장'의 그늘인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그늘이 앞으로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6.2% 경제성장 성적표를 받았지만...

3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0년 국민계정(잠정)'을 보면, 작년 우리나라 실질 국민총생산(GDP)은 6.2% 성장했다. 지난 2002년에 7.2% 성장했던 것을 빼면,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수치다.

이같은 성장은 주로 수출주도형 제조업이 이끌었다. 물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다보니, 소비도 늘면서 민간소비와 서비스업도 성장에 한 몫 했다.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2009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대체로 일반기계와 전기전자 등 업종에서 2009년보다 성장세가 확대됐다. 대신 건설쪽은 -1.4%로 부진했다.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거용 건물의 건설이 크게 하락했다. 그나마 4대강 사업 등으로 하천 사방 등의 기타 토목사업이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지출쪽에서는, 민간의 소비지출이 4.1%나 늘었다.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저금리가 오래동안 유지되면서 대체로 빚 내서 소비를 하는 모습이다. 승용차나 에어컨 등의 소비가 늘었고, 오히려 교육비 지출은 2009년보다 줄었다.

정부쪽 지출은 경제위기 이후 2009년에 지출이 5.6%나 늘면서, 당시 위축된 민간소비를 메웠다. 2010년 정부 지출은 2009년에 비해 3.0% 증가하는 수준이었다.

▲ 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 ⓒ 한국은행


나라와 개인 빚 늘고, 분배는 '악화'

이처럼 경제성장률은 크게 올랐지만,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물론 수치상으로 국민들의 지갑도 전보다 두둑해졌다.

작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59달러를 기록했다. 참여정부말 2007년 2만1695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2만 달러 시대다. 2008년엔 1만9296달러였고, 2009년엔 1만7193달러까지 추락했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에서도 물가 등을 고려해서 국민소득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실질GNI의 경우 5.5%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6.2%보다 낮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라고 하지만, 2010년 경제성적표의 이면에는 위험한 수치들도 드러나 있다. 특히 소득이 늘었다고 하지만, 분배 상황은 매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소득 증가분이 노동자 등에게 적정하게 분배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작년에 59.2%를 기록했다. 2007년말 61.1%에서 2008년 61.0%, 2009년 60.9%로 떨어지더니, 작년에 50%대로 하락한 것이다.

경제성장만큼 실질적인 소득이 늘지 않다보니, 개인들의 저축도 줄어들고 있다. 대신 기업들은 자신들의 돈은 쌓고 있다. 작년 한해 총 저축률은 32%로, 2009년 30.2%보다 증가했다. 기업들의 저축만 늘었을뿐이다. 개인의 저축률은 5.0%로, 2009년 5.3%에서 0.3%포인트 줄었다. 특히 개인들의 순저축률도 2009년 4.1%에서 작년에 3.9%로 하락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체적으로 개인 부채가 늘어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저축률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작년말 주택담보와 신용카드 등을 합한 가계 빚은 모두 795조4000억 원이다. 2009년에 비해 60조 원이나 늘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다, 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연일 오르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나라 빚과 함께 가계 부채, 물가폭등에 따른 소비위축과 기업 경쟁력 악화 등으로 한국경제의 그늘이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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