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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노조 간부에게 DNA 시료 채취 출석 요구

창원지검, 금속노조 대림차지회장 대상 포함... 노동계 "신종 노동탄압 아니냐"

등록|2011.04.01 17:23 수정|2011.04.01 17:43

▲ 2010년 3월 1일 밤부터 창원공장 본관 옥상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대림자동차 정리해고자 40명이 같은달 12일 경남노동자결의대회가 열리는 동안 옥상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 윤성효


검찰이 '디엔에이(DNA)신원확인정보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에 근거해 노사분규로 구속된 뒤 풀려난 노동조합 간부한테 DNA 시료 채취 출석을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창원지방검찰청은 최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림자동차지회 이경수 지회장에게 'DNA 시료 채취'를 위해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검찰은 이 지회장에게 몇 차례 전화로 통지한 후 이 지회장이 거부하자 안내문을 보내기도 했다.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은 지난해 1월 제정·공포되었고, 6개월 뒤인 7월 26일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률은 "범죄수사와 예방을 위해 국민 권익을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되었고,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흉악범과 성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법률에 보면 DNA 채취 대상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서 규정된 폭행·협박·주거침입·재물손괴·체포감금·상해 등도 포함되어 있다. 법률에는 구속되어 있거나 구속자가 아니더라도 법률 시행(2010년 7월 26일) 이후 형이 확정된 자를 DNA 채취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금속노조 대림차지회는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지난해 3월 1일부터 19일 동안 창원공장 옥상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경수 지회장은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되었고, 4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이경수 지회장은 공동주거침입·퇴거불응·업무방해 혐의를 받았고, 항소심에서 형이 확정된 때는 지난해 9월이었다. 같이 점거농성을 벌였던 금속노조 지회 다른 조합원 34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검찰은 이 지회장의 형이 확정된 날짜가 법률에서 정한 기준에 의해 DNA 시료 채취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벌금형을 받은 다른 조합원들은 그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

노동계 "신종 노동탄압 아니냐" - 검찰 "관련 규정에 따른 것"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검찰의 기준대로 할 경우 노동운동을 하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면 거의 대부분 DNA 채취 대상이 되는 셈"이라며 "이는 신종 노동탄압으로 비춰진다. 법률 시행 뒤 다른 지역에는 노동운동과 관련해 처벌을 받고 DNA 채취를 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경수 지회장은 "흉악범 취급을 받는 것이기에 인정할 수 없다, 검찰이 확대해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DNA를 채취해 놓으면 평생 따라다닐 건데, 인권 침해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법률 규정에 근거해서 DNA 시료 채취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대상에 포함되기에 통지한 것이다, 법률 규정에 따른 것이지 노동탄압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성상욱 검사는 "DNA 채취는 법률에 따라 하는 것이고, 죄명에 따라 대상을 결정한다, 대상자는 유죄 확정 판결로 법률에 따라 채취 대상"이라며 "법률에는 죄명에 따라 채취하도록 되어 있고, 범행의 성격이나 동기, 노사분규 등에 따른 구별은 하지 않고 있는 게 법률의 성격"이라고 밝혔다.

김명호 전 교수 사건 변론 맡았던 박훈 변호사, 헌법소원심판 청구

그런데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난 2월 박훈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사건을 맡았던 판사를 석궁으로 쏜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흉기상해 등 혐의)의 변론을 맡았다.

김 전 교수는 출소 나흘 전인 지난 1월 20일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교도관들에게 강제적으로 모발을 채취 당했다. 교도관들이 구강점막 채취를 요구했으나 김 전 교수가 거부했고, 교도관들은 시료 채취 영장을 받아와 채취했던 것이다.

박 변호사는 심판청구서에서 "법률은 기존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다시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헌법상 많은 문제점으로 야기하고 있다"며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때 사건마다 적법절차에 까라 증거를 수집하면 되는 것이지 수집된 증거 중 DNA 정보만을 따로 저장하여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영구히 보존하도록 하고 있는 법률은 인간존엄권과 평등권, 신체자유권, 무죄추정원칙 등을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특정 범죄의 재범률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수집 대상으로 규정된 범죄에 대한 재범률이 높다는 추측으로 법률을 규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최소침해의 원칙'에도 위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훈 변호사는 "DNA 정보 수집 저장은 일종의 보안 처분이라 할 것이고, 이는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형벌불소급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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