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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 탕정 2단계 무산, "모든 수단 동원해 대응"

LH공사 재무구조 개선 위한 사업 재조정... 복기왕 시장 탕정주민 긴급 대책회의

등록|2011.04.02 10:15 수정|2011.04.02 10:19

▲ 중도위 심의결과 아산신도시 탕정지구 2단계사업의 백지화가 발표되자 1일 지역주민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위해 매곡2리 마을회관에 모이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아산시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단할 때가 온 것 같다."

복기왕 아산시장이 지난 1일 아산신도시 탕정지구 매곡리 주민들과 긴급 대책회를 진행하던 도중에 한 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던 아산 탕정 2단계 택지개발예정지구 사업이 전면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 31일 목요일에 열린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에서 아직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아산 탕정지구 2단계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LH는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사업 재조정 차원에서 아산신도시의 지구지정 철회를 추진해왔다. 아산 탕정지구는 전체 1764만3000㎡(534만평) 가운데 보상이 진행 중인 1단계 516만2000㎡는 존치하고, 미보상 지역인 2단계 사업 1247만3000㎡의 지구지정이 모두 해제됐다.

이로 인해 지난 2005년 12월 지구지정 고시된 탕정지구는 전체 면적이 당초 계획의 29%로 대폭 축소됐다. 국토부와 아산시는 당초 2단계 사업 중인 마을이 포함된 75만1000㎡에 대해서는 사업 지구로 편입시켜줄 것을 제안했으나 중도위는 LH 사업 조정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며 전면 백지화를 결정했다.

▲ 지구지정 이후 각종 건축을 비롯한 행위제한을 알리는 안내문 내용처럼 이곳 주민들은 통제받아 왔다. 그러나 LH는 하루 아침에 이 모든 계획에 대해 백지화를 선언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중도위는 조건부로, 지구지정 축소에 따른 ▲탕정지구 해제지역에 대한 교통인프라 구축 검토 ▲장기간 행위제한에 따른 주민피해대책 강구 ▲도시관리계획 용역비 전액부담 등 LH가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지시했다.

3월 31일 LH는 사업 재조정 대상인 파주 운정3, 인천 검단2, 아산 탕정2, 오산 세교3 등 4개 신도시급 사업 가운데 사업 지분 축소를 진행 중인 인천 검단2지구를 포함한 총 3개 지구의 사업 재조정을 마무리했다. 아직 사업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파주 운정3지구는 이르면 4월
중에 사업 추진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아산시가 반드시 편입시켜 달라고 요구했던 75만1000㎡ 규모의 매곡1·2리 주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복기왕 아산시장도 긴급회의를 통해 예상되는 아산지역의 피해를 검토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LH는 물론 정부에도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주민대책위 분노, "정부-LH에 민형사상 책임 물을 것"

▲ 복기왕 시장, 조기행 시의장은 1일 공식일정을 취소한채 탕정지구 주민들과 마주앉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보상 나오면 갚으려는 생각에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지 않은 주민이 거의 없다. 이제 곧 금융권의 대출금 상환압력이 들어올 것이다. 이제 거리에 나앉을 일만 남았다. 이대로 가면 여기저기서 농약 먹고 자살했다는 말들이 나올 것이다."

1일 아산신도시 탕정지구 매곡리에서 만난 한 주민의 하소연이다.

탕정 2단계 지구지정이 해제되면 지구지정 이전의 용도로 전환된다. 그럴 경우 보상예정용지와 대토용지의 땅값 폭락은 불가피한 수순이 될 수밖에 없다. 보상용지와 대토용지를 담보로 주민들이 끌어다 쓴 대출금은 담보대출을 해준 금융권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여름, 탕정주민 대책위 조사에서 농협중앙회, 탕정농협, 탕정새마을금고에서 대출받은 탕정지구 주민들의 부채는 1200억 원 규모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이밖에 파악되지 않은 개인 간 채무나 또 다른 금융권을 이용한 대출금까지 더하면 지역주민들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 매곡1·2리 주민들은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완종)를 구성하고, 이번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LH를 '공권력을 등에 업고 주민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사기꾼'으로 규정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매곡2리의 한 주민은 "LH 아산신도시사업단에서도 수차례 주민들에게 '계획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LH를 믿고 이주와 생계대책마련을 위해 금융권에서 빌어 쓴 금융부채 상환기간 연기와 그로인해 발생되는 이자를 보전해야 한다. 특히 장기간 행위제한을 받으며, 재산권 침해를 받아 온 주민들에게 보상대책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기왕 시장 "모든 수단 동원해 강력히 저항할 것"

▲ 매곡리 주민들은 보상을 전제로 빌어 쓴 대출금 상환압력과 이자 때문에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탕정지구 2단계가 취소된 매곡2리 마을 너머로 아산신도시 1단계 공동주택단지가 보인다. ⓒ 충남시사 이정구


복기왕 아산시장, 조기행 아산시의회 의장, 조철기 시의원, 전남수 시의원 등은 1일, 계획된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주민들과 마주앉았다.

먼저 복기왕 시장은 "이번 중도위 결정은 아산시와 지역주민의 의견이 담긴 국토부의 안을 깡그리 무시하고, LH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지난 12년간 고통받아온 주민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조기행 의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중도위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주민들과 함께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 의회차원에서도 주민의 의견을 듣고 시와 협력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3월 31일 중도위 심의결과가 발표되자 4월 1일 오전 주민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마친 후 오후에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아산시는 중도위 결정에 대해 "그동안 아산시가 추가적으로 편입을 요구한 매곡리 지역 75만1000㎡는 주민들과 보상약속을 한 바 있고, 그동안 국토부가 아산시와 수차례 협의를 걸쳐 최종 결정한 사항이었다. 그러나 본 심의결과는 2010년 12월 29일 LH에서 발표한 '조정원칙과 기준에 따라 지역주민, 지자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조정안을 마련해 결정한다'는 내용과도 상반되기 때문에 중도위 결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산신도시 2단계 축소로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LH와 중도위에 있으며, 재심의 요구 및 아산시 지역주민들 요구사항인 도로기반시설, 주민피해대책, 도시관리계획수립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복기왕 시장은 "중도위가 아산신도시 원안에 포함된 남북축, 동서축, 순환도로 등 3개 노선 연계 교통망 구축과 LH에서 약속한 탕정해제지역의 도시관리계획 수립, 아산신도시 소각시설 협약사항 이행, 곡교천·천안천 친환경 하천정비 이행 등의 세부적인 대책을 전제로 원점에서 재심의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아산시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으면 아산시의 피해지역 주민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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