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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 많이 짓자는 쪽... 감시 별도 구성해야"

최예용 환경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원전 사고와 시민건강' 강연

등록|2011.04.05 09:20 수정|2011.04.05 09:20

▲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주최로 "원전 사고와 시민건강"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 윤성효


'원전 사고와 시민건강'을 주제로 전국을 돌며 강연에 나선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과 '진흥'을 같이 다루고 있으며, 많이 짓자는 쪽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기에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과 같다. 감시는 원자력공학과 관계없는 사람들로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 소장은 4일 저녁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주최로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강연했다. 그는 "앞으로 50년 동안 지진이 발생할 확률 10%인 지역과 세계 원자력발전소 위치를 보면 겹치는 지역이 많고 환태평양 지역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25년 전에 발생한 체르노빌과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관료주의'와 '비밀주의', '축소·은폐', '최악의 원전사고'라는 특징이 있다는 것. 우리나라는 21개 원전이 가동 중이고 4~5개를 짓고 있는데, 원전사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새 원전은 진도 6.5~7.0도의 지진에 대비해 설계한다고 하는데, 이번 일본 지진은 9.0도였다"면서 "이번에 우리 정부가 세우고 있는 원전사고 관련 대책을 보니, 원전 반경 10km 이내 주민을 대피시키는 것으로 지도상 계획만 세워 놓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획만이라도 원전 반경 30km 내지 40km까지 세워야 한다. 정부는 대피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원전 10km 밖 지점에 가보았더니 대피시설은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요즘 각 마을마다 차량은 수십대에 이른다. 한꺼번에 대피한다고 차량이 도로로 나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정부는 버스로 이동시킨다고 하는데, 차량이 도로에 꽉 막힌 속에 버스는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나"라고 따졌다.

방독면에 대해, 그는 "모든 국민들이 방독면을 구비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그런 계획도, 예산도 없다. 원전 옆에 있는 한 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방독면을 나누어 주었는데 이번에 살펴보니, 유효기간이 지났고 그것도 군용 화생방용이었다. 방사능 방어용이어야 한다. 방독면 지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영광·월성·울진·고리원전 반경(직선) 10km 거리 안에 있는 인구는 총 372만 명 정도다. 최예용 소장은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동풍이 분다고 가정할 경우 1시간 30분 안에 부산 전역이 영향권에 들어가고, 울산권은 고리·월성·울진원전 모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 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3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 회원들이 '핵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대책 세울 때"

원전사고는 올해가 스리마일 32년, 체르노빌 25년, 후쿠시마 원년이다. 최예용 소장은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 국회 안에서 토론도 했지만, 실제 정책으로 적용되지 못했다"면서 "큰 사고가 나야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대책을 세울 때다"고 제시했다.

그는 "일본 원전 사고 뒤 기상청은 우리나라는 괜찮다고 했는데, 실제 1주일 뒤 방사능이 검출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얼마나 오염이 됐는지 모른다"면서 "정부가 주의하라고 하면 사실 늦다. 사전 예방 조치는 언제, 어떤 정보를 갖고 해야 할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3월 23일 오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앞바다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노후 원전 수명연장 반대 및 폐쇄, 원전 건설 반대 등을 요구하며 고무보트로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최 소장은 "미국은 스리마일 사고를 계기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되지 않았고, 100개 원전의 절반 이상을 수명 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르노빌에 대해, 그는 "1994년 현장에 가보았는데 석관으로 덮어 놓았더라. 그런데 엄청난 무게로 붕괴 위험이 생긴 것이다. 보강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보니 불안한 유럽이 돈을 대서 지금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 정부는 원전은 안전하다고 한다. 옛 소련도 체르노빌 사고가 나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라고 자랑했고,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우리 정부도 고리 원전 등을 비롯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우리는 다르다는 말만 한다"고 지적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뒤 나온 각종 연구논문에 근거해, 그는 "사산율이 높아졌고, 조산 가능성이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어린이들의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졌다"면서 "방사능 때문에 많은 질병이 생겨나고, 정신건강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방사능에 노출되면 특히 '갑상샘'이 이상하게 되고, 원폭 피해로 1Sv가 증가하면 IQ 30점 정도가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으며, 암 발생 등에 있어 나이가 어린 사람일수록 위험성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삼척의 원전 유치 문제를 언급했다. 이전에 삼척에서는 원전 유치 움직임이 있다가 백지화된 적이 있는데, 최근 다시 유치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최예용 소장은 "일본 원전 사고가 터진 뒤 독일에서 선거가 있었는데, 원전 반대를 내건 녹색당이 승리했고, 녹색당 출신이 주지사에 당선하기도 했다"면서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선 엄기영 후보는 원전 유치 찬성, 최문순 후보는 반대하고 나선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13개가 가동 중이고 25개를 짓고 있는 중국 원전을 걱정했다. 그는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나서 편서풍이 불면 이틀 만에 한반도에 도착하고, 낙진이 날아올 것"이라며 "우리나라 원전 대책도 중요하지만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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