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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별금 20억' 논란, 누가 한국 교회 이미지 실추시켰나

[取중眞담] '최아무개 목사를 사랑하는 성도'들에게 묻습니다

등록|2011.04.06 12:02 수정|2011.04.06 12:02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5일자 <중앙일보> 21면 하단에 실린 광고 ⓒ 중앙일보 갈무리


"오마이뉴스는 언론폭력을 중지하고 오보를 공개사과하십시오."

5일자 <중앙일보> 21면 하단에 실린, 성남시 분당중앙교회 일부 신도들이 낸 광고의 제목이다. '교회의 명예회복을 위해 애통해하는 성도들' 명의로 광고를 낸 이들은 '최○○ 목사님을 사랑합니다' 카페 회원들이다. 5일 현재 이 카페에 가입된 회원 수는 480여 명이다.  

이들은 광고를 통해 지난 1월 12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김혜원 기자가 작성한 "연봉 6억 받는 목사의 치부 어찌하오리까"와 4월 1일 기자가 쓴 "불명예 사임하는 교회목사 전별금이 20억?"을 '오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우리는 <오마이뉴스>가 자신의 언론권력을 무기로, 한 인생과 한 교회를 협박하는 조직인지 언론윤리를 의식하는 언론기관인지를 공개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한 목회자가 그가 청춘을 바쳐 이룩한 교회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훼손하는 폭력행위를 당장 중지하고 언론윤리를 훼손한 것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 3일 분당중앙교회 당회가 발표한 '성도들에게 알리는 글' ⓒ 분당중앙교회 자료 갈무리

분당중앙교회 당회 역시 지난 3일 배포한 '성도들에게 알리는 글'을 통해 <오마이뉴스> 1일자 기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들은 "모든 성도들이 기도하는 가운데 교회의 화합을 위해서 힘쓰고 있지만 이 기사는 전별금을 받지 않기로 한 목사님의 순수한 의도를 왜곡시켰고,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어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저희 당회는 교회의 질서를 흔들고, 교회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왜곡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아갈 것이며, 이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도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보도가 나간 4월 1일 오후, 분당중앙교회 신도 40여명이 버스를 대절해 서울시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항의 방문을 온 것은 사실이다. 당시 이들이 항의한 내용은 크게 ▲ 최 목사가 전별금을 받지 않기로 했는데 왜 기사를 썼나 ▲ 최 목사의 연봉은 6억이 아니다 ▲ 전별금 20억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신도들도 있는데 왜 일부 신도들의 의견만 기사에 실었나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해당기사를 직접 쓴 기자로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불명예 사임' 목사를 둘러싼 거액의 전별금 논의

<오마이뉴스>는 분당중앙교회 당회원·위원장 논의 기구에서 최 목사에 대한 20억 원대의 전별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취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30일 최 목사가 사택을 제외한 전별금 13억 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는 기사에도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최 목사가 전별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기사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전별금과 관련된 논의는 3월 13일 제직회 당시 당회원·위원장 논의기구에 일임되었고 이 기구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오마이뉴스>는 이 모임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당회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김아무개 서기 장로와 통화했다.

기사 출고 하루 전인 31일 이뤄진 이 통화에서 김 장로는 "(전별금과 관련해) 아직 결정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회에서 결정 나면 알려 드리겠다"고 답했다. 기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 "최 목사가 전별금 13억을 안 받기로 했다고 하던데"라고 재차 물었지만 김 장로의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기자는 최 목사 전별금과 관련된 내용이 교회 기구에서 여전히 '논의 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당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었던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당회의 또 다른 장로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몇몇 장로들이 30일 목사님을 만난 이후 따로 당회가 열린 적은 없다"고 확인했다. 최 목사와의 만남 이후 정식으로 당회가 처음 열린 것은 2일 오후였다.

5일자 <중앙일보> 광고에서 신도들은 "최 목사님은 기사가 나가기 이틀 전 사택 이외의 전별금을 일체 받지 않겠다고 공식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기자는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논의 중인 사안을 기사화했다"고 지적했지만, 기자는 이들의 지적과는 달리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한 후 '논의 중'인 사안을 기사화했다. 기사 어디에도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별금이 20억 원으로 결정됐다"는 내용은 없다.

또한, 1일 첫 보도가 나간 뒤에 김아무개 장로로부터 '공식입장'을 들은 후, <오마이뉴스>는 공식입장을 반영한 분당중앙교회 "전별금 20억원 적절하지만 없던 일로..."라는 후속기사를 곧바로 게재했다.

물론, '여집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교회재정으로 100억 원대 펀드 가입', '과도한 목회비와 자녀 유학비 지출' 등을 이유로 사임하게 된 최 목사가 거액의 전별금을 거절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1일 <오마이뉴스>를 항의 방문했던 한 신도는 "최 목사의 결단은 우리가 신뢰했던 진정한 목회자의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기사를 쓴다면 목사님의 결단에 초점을 맞춰서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문제의식을 가진 부분은 '불명예 사임'하는 목사에게 무려 20억 원이라는 거액의 전별금을 주기로 당회가 잠정적으로 결정을 내린 적이 있고, 이와 관련해 일부 신도들이 '전별금 지급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fact)'이었다.

이 기사를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 역시 '전별금 20억' 논의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타 언론사 역시 <분당중앙교회, 前 최목사 전별금 20억?…누리꾼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분당중앙교회 불미스러운 일로 사임한 최 목사 전별금 20억?>, <분당 모 교회 목사 전별금만 20억 "나도 목사 할래" 반발>, <'부적절 비리' 퇴진목사에 예우차원 20억대 전별금 지급?>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날 '분당중앙교회', '목사 전별금'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헌금은 물론 복지재단 출연금까지 펀드에 투자한 목사

▲ 분당중앙교회 전경 ⓒ 분당중앙교회

이 교회의 일부 신도들은 '연봉 6억 목사'라는 표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1월 12일 김혜원 기자가 쓴 "연봉 6억 받는 목사의 치부, 어찌하오리까"에서 '연봉 6억'은 지난해 말 재정보고에서 확인된 ▲ 사례비 1억5300만 원 ▲ 목회비 6000만 원 ▲ 대외협력비 1억5400만 원 ▲ 세 딸 미국 유학비 2억300만 원(교육비·체류비·왕복항공료) ▲ 사모 차량구입·유지·사택관리비·의료비 등을 합산해 나온 액수다.

이후 3월 13일 제직회에서 통과된 재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1년간 담임목사와 관련해 집행된 비용은 총 4억4777만6000원. 여기에는 ▲ 사례비1억5400만 원 ▲ 목회 연구비 6000만 원 ▲ 자녀 학자금 1억5500만원 ▲ 부인 자동차 관련비용 400만 원 ▲ 미국 여행 경비 600만 원 ▲ 각종 세금 2900만 원 ▲ 대외협력비 3977만 6000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자녀학자금 1억5500만 원은 둘째 딸과 셋째 딸의 2011년 학자금을 포함한 20개월분이 한꺼번에 지출된 것을 1년 치로 끊어서 계산한 것으로, 실제로 지난해 지출된 학자금은 2억300만 원이다. 선지급된 4800만 원은 반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포함하면 목사 관련 집행 비용은 더 늘어난다. 대외협력비 역시 지난해 교회에서 대외협력비로 지출된 1억5300만 원 가운데 과연 얼마를 급여성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목사가 교회로부터 연 4억4777만 원을 받았는지 6억 원을 받았는지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재정감사에서 나타난 내용을 보면 이들이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직회 발표 내용 녹취록에 따르면, 최 목사는 당회의 의결 없이 2007년부터 2010년 말까지 총 113억 원의 교회재정을 펀드에 투자했다. 4년간 매수 금액만 256억8400만 원, 이 과정에서 지급한 수수료는 3억30000만 원이 넘는다. 매수와 매도 주문을 최 목사가 직접 했다는 증권사 담당자의 증언이 있다.

펀드에는 일반 헌금, 목적 헌금, 건축 헌금은 물론이고 신도 2100여 명이 복지재단 설립을 위해 모금한 6억3000만 원의 복지재단 출연금도 투자되었다. 가입된 펀드를 담보로 총 49억 원의 대출을 받고 이 가운데 31억 원을 다시 펀드에 투입하는 식의 투기적인 펀드 운용으로, 펀드 대출 이자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총 1억7000만 원이 지출되기도 했다. 복지재단 출연금은 이후 펀드를 담보로 대출받아 채워 넣었다. 제직회 당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펀드 투자로 인한 손실은 총 11억8500만 원에 이른다. 

현재 분당중앙교회는 재정감사 자료 원본을 신도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 제직회 당시에는 재정감사 결과 요약본이 발표되었다. 당회에 신청하면 열람할 수 있지만, 메모하는 것도 사진찍는 것도 녹음하는 것도 제한되어 있다. 감사 결과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10여 명의 감사위원 역시 감사결과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상황이다.

"교회 개척하려면 전별금 20억으로는 턱도 없다"?

<오마이뉴스> 보도 후 항의를 해온 이 교회 신도들 가운데는 전별금 20억이 적절하다거나 부족하다고 보는 신도들도 많았다.

김아무개 서기 장로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보통 큰 교회에서는 (사직하는 목사가 새로운) 교회를 개척해서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이 정도 액수로는 턱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항의방문을 온 한 신도 역시 "30억 정도가 적절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본사에 전화를 걸어온 한 신도는 전별금 20억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에게 "당신 조상 중에 무당이 있었느냐"는, 종교적 독선이 짙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수석 부목사를 통해 아래와 같은 '교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독하게 했다. 이후 안식년에 들어가기로 했던 목사는 이 사죄문을 '무효' 선언한 바 있다. 

"저는 지난 10월, 3주간의 미국 휴양 기간을 통해 일부 성도들과 미국 횡단 여행을 가며 적절치 못한 행동과 판단을 함으로써 동행한 성도님들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주었고… (중략) … 그리고 저는 지난 2007년 교회의 제반 기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는 그 의도와 결과가 어찌됐든 교회 재정 운영 방법으로는 매우 적절치 못함을 자인합니다. 또 목회비와 특히 자녀 유학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는 등 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도님들께 고귀한 땀과 눈물로 소출하여 하나님께 정성으로 바친 헌금을 과용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2010년 12월 15일 부끄러운 목사 올림)"

그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명예스럽지 못한 사임을 선택하게 된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다. 그런데도 교회가 목사에게 주겠다며 전별금 20억 원을 논의하는 것이 '상식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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