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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없어도...' 남자보다 더 흥미진진하네

[프로배구]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등록|2011.04.05 13:29 수정|2011.04.05 13:29
프로야구는 봄의 시작과 함께 출발했지만, 겨울의 시작과 함께 개막한 프로배구 V리그는 이제 챔피언을 가리는 마지막 일전을 치르고 있다.

2차전이 끝난 남자부는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챔프전에 직행한 대한항공 점보스에 연승을 거두며 4년 연속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그러나 4차전까지의 일정을 소화한 여자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년 연속 챔프전에 직행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유닛' 김연경의 포스트시즌 출전 해프닝

▲ 김연경이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포스트시즌을 앞둔 배구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직전이던 지난 3월 중순, 배구계가 발칵 뒤집히는 뉴스가 들려 왔다.

일본 프로배구 JT 마블러스에 임대된 흥국생명의 김연경이 플레이오프에 출전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일본 프로배구는 일본의 대지진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고, 김연경은 한창 시즌을 치를 때의 몸상태를 유지한 채 국내로 입국한 상황이었다.

프로 데뷔 후 V리그 3년 연속 MVP에 뽑힌 '사기유닛' 김연경이 합류한다면 흥국생명의 전력은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을 훌쩍 능가할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한다.

득점 2위 미아 옐코프와 국가대표 세터 김사니가 버틴 흥국생명에 김연경이 합류한다는 것은 곧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 2명이 뛰는 것과 같은 효과다(실제로 김연경은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일본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끝내 김연경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고, 김연경은 3월 28일 다시 일본으로 출국했다(사실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포스트시즌 출전을 강행했다 해도 이중등록 문제 등으로 김연경의 출전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았다).

김연경 없어도 2승 2패로 치열한 챔피언 결정전

▲ 만약 김연경이 복귀했다면 주예나는 졸지에 '후보'로 전락했을 것이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의 불참으로 절친한 선배인 황연주와의 맞대결이 무산되긴 했지만, 흥국생명은 김연경 없이도 멋진 포스트시즌을 치러 나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제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부터 5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인 데 이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2승 2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현대건설이 1,3차전을 잡아 내며 도망가려 하면 흥국생명은 2,4차전을 승리하며 따라 가는 끈질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상반된 팀 색깔로 챔피언 결정전의 흥미를 더욱 배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왼쪽에 외국인 선수 케니, 오른쪽에 황연주라는 확실한 '쌍포'를 보유한 팀이다. 양효진과 김수지가 지키는 센터진의 높이도 흥국생명을 압도한다.

하지만 수비와 조직력, 그리고 큰 경기 경험은 흥국생명이 한 수 위다. 특히 지난 시즌 한국인삼공사를 우승시키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김사니 세터의 경기 운영은 흥국생명의 최대 강점이다.

정규리그부터 전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주예나 역시 챔피언 결정전에서 세트당 2.88개의 서브리시브와 3.88개의 디그를 잡아 내며 맹활약하고 있다. 만약 김연경이 출전했다면 주예나는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연경은 연타가 난무하는 여자 배구에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배구를 선보이는 선수다. 그러나 김연경을 출전시키기 위해 시즌 내내 고생한 선수를 벤치로 쫓아 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비록 김연경은 없지만, 4경기 중에서 두 번이나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호각세를 벌이고 있는 이번 시즌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은 더 할 나위 없이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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