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박원순, '지역 공동체가 희망'이라고 밝힌 근거는?

5일 저녁 진주 "지역 공동체가 희망이다" 강연... "우리 시대 교정해야"

등록|2011.04.06 08:28 수정|2011.04.06 11:14
전국을 누비며 '희망열차'를 달리고 있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5일 저녁 경남 진주에서 "지역 공동체가 희망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연회는 이날 창립한 진주시의회 참여자치·지방분권 의정연구회(회장 류재수)가 마련했다.

박 상임이사는 "우리사회는 비정상적인 사회다. 탐욕과 경쟁으로 얼룩진 사회인데, 우리 시대에 교정해놓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 너무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왔던 길보다 좀 더 다르고,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같이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여러 직책보다 '원순씨'라 불러 주는 게 좋다고 한 그는 "일본 고베 청년센터에 갔더니 모두 한국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한국의 술과 음식, 사회운동 등에 대해 책을 냈더라"며 "정말 공부해야 한다. 개인도 학교 졸업하면 공부 안 하는데, 평생 학습이 그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는 5일 저녁 진주에서 "지역공동체가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윤성효


"2004년 독일 뮌헨에 갔더니 평생교육기관이 있었고, 한 학기 강좌가 1만3000개였다. 그 때 <독일 사회를 인터뷰하다>라는 책을 냈다. 외국을 다녀온 뒤 책을 쓸 때는 문익점 선생 같은 심정으로 쓴다. 뮌헨은 공부 중이었다. 시민도 공부하는데, 의원들도 공부해야 한다."

지방자치에 대해, 그는 "관선시대보다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시행착오가 너무 많다. 자치단체장 문제 심각한데, 한 지역에서 왕과 다름없는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아무런 비전이나 정책, 콘텐츠,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 21세기인데 완전히 19세기로 거꾸로 가는 단체장이 많다. 이것도 주민 책임이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를 설명하면서 동춘서커스를 사례로 들었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이 지배하는 시대다. 문화예술이 밥 먹여 주느냐고 하지만, 밥 먹여 준다. 동춘서커스는 목포에서 시작됐다. 요즘 서커스가 안된다고 하는데, 목포에 서커스 천막을 치고 365일 공연하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 옆에 국립 서커스학교를 만들어라고 한 적이 있다. 왜냐. 캐나다 토론토에 '서커스단'이 있다. 예술적 상상력으로 서커스를 만들었다. 재작년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해서 한 달에 100억 정도 벌어갔다.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은 경제는 굴뚝산업만 생각한다. 서크스단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낳고 있다."

용산 참사 현장 사진을 보여 준 박원순 상임이사는 "제가 용산에 살았어도 저항했을 것이다. 제 의지와 관계없이 쫓아내면 가만 있겠나"라고 말했다.

"뉴타운 프로젝트는 죽음의 재개발이다. 재개발 이익을 대기업 건설회사가 챙겨가는 것이다. 주민 70% 이상은 그 동네에 못 살고 쫓겨난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자본주의라고 해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며, 민주주의라고 해서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자기 집 안에 있는 나무도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한다. 도시 숲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박 상임이사는 "21세기는 '오일 피크 시대'다. 석유 사용량이 제일 많다. 석유는 앞으로 30년이면 고갈될 것이다. 다음 세대는 석유가 동이 나는데, 우리는 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영국의 경우 화석 의존 도시에서 생태적 전환 도시로 가고 있다. 그런 전환도시가 100개나 된다"고 소개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의 사진을 보여 준 그는 "우리 조상의 지혜는 대단했다. 마을 구조를 보면 기가 막히게 설계 했다. 산이 있고 계곡과 강이 흐른다. 대청마루에 누워 있으면 바람이 솔솔 불어 온다"면서 "바람길까지 배려하는 설계를 했다"고 말했다.

▲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 ⓒ 윤성효


전국 혁신도시를 마을 공동체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혁신도시를 세계 최고의 가치를 담아 지었으면 좋겠다. 건설회사에 맡기면 아파트만 짓는다. 콘크리트 건물은 20~30년 지나면 또 뜯어내야 한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보니 '교외학' '근교학'이라는 말을 해놓았더라. 도심뿐만 아니라 근교지역도 함께 변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신도시가 만들어지면 구도심은 붕괴되는데, 구도심이 붕괴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전국 어느 도시를 보면, 구도심은 전부 붕괴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마을은 우주다. 마을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여러 사연과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공동체다"면서 인천 배다리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했다.

"배다리 마을은 100년 역사를 갖고 있다. 요즘 다시 발견하기 힘든 마을인데, 한때 산업도시로 바꾼다는 말이 나왔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한테 전화했더니 '지금 너무 늦어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을 한 복판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는 도로를 외곽으로 조금 옮기려면 250억 정도 더 든다고 했다. 그래서 그 돈은 당대에서 열심히 아끼면 만들 수 있지만, 마을이 한번 사라지면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한 달 뒤에 안 전 시장이 '마을 공사를 취소했다'고 말해주더라. 마을이 살아난 것이다. 주민들은 빈터에 감자를 심어 나눠먹고, 역사와 전통, 사람의 흔적이 살아 있는 곳이 된 것이다. 배다리 지역 전체는 생태 박물관이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도시는 지금 자동차가 주인인 시대다. 일본 요코하마에 가면 횡단보도 8개가 있는 지역이 있다"면서 "도심 거리는 차도보다 인도가 넓어야 차가 도심으로 들어오지 않고 사람이 들어온다. 4차선을 도심 한 가운데 내놓으니까 차가 씽씽 달린다. 차도가 좋아지면 그 도시는 망한다. 명품도시는 보행전용 도로가 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책방은 자꾸 사라지고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우리는 살찐 돼지가 된다. 부산은 보수동 책방이 살아나고 있더라. 요즘 농촌에 폐가가 많은데, 폐가가 20동 정도 되는 마을이 있다면 모두 임대를 얻어 헌책방 마을을 꾸며 보면 어떨까. 시집만 있는 집, 소설책만 있는 집, 영어책만 있는 집을 각각 두는 것이다. 그 옆에 카페도 만들고, 민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가게 '셔터'도 공동체를 위한 한 요소라는 것. 그는 "일본에 갔더니 가게 문을 닫고 셔터를 내려놓았는데, 거기에 그  골목의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그 가게의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더라. 셔터 하나가 바뀌어도 세상이 바뀐다"고 말했다.

▲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5일 저녁 진주 현장아트홀을 찾아 고능석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그는 '시민주체의 도시발전'을 설명하면서 "참여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강조했다.

"무엇이든 누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으면 시민들은 관심이 없다. 우리는 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버리는데 말이다. 영국은 'GLASGOW 2020'을 제시하는 마을이 있더라. 주민들이 2020년에 어떤 모습일지 설계해 보고, 지금부터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 참여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도시 특성을 살려야 한다. 공단은 언젠가는 썰물이 된다. 대구는 의류도시로 유명했다. 얼마 전 '패션도시'로 한다며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왜 거기에 '밀라노'라는 이름을 붙이나. 남의 도시 이름을 따오면 대구는 2등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외부 기업을 유치하는 것으로 도시가 성장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내향적 발전이 굉장히 중요하다. 외부 기억이 오면 돈은 모두 본사가 있는 중앙으로 간다.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때 기업 유치와 관련해 280회 정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실제 성사된 것은 8번 밖에 안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공동체가 답이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도시 공동체인 '성미산 마을'에 간 적이 있다. 마을 어른과 이야기를 하다 아이 한 명이 지나가니까 그가 '저 아이가 왜 지금 저기에 있나.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라고 말하더라. 누구 집 아이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몇 해 전 안양에서 마을 총각이 초등학교 5학년을 끌고 가서 성폭행했던 사건이 터진 적이 있다. 누가 아이를 끌고 가면 보통 사람들은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불안하지 않나. 아이들을 안심하고 밖에 내놓을 수 없다. 결국에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앞·뒤 집이 서로 인사하고 다니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