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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고 가라"... 목숨으로 지킨 보물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향교, 보물 272호 장수향교 대성전

등록|2011.04.09 14:59 수정|2011.04.09 14:59

대성전보물 제272호로 지정이 된 장수향교 대성전 ⓒ 하주성



우리나라의 향교 건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장수향교. 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수리 254-1번지에 있는 장수향교는, 조선 태종 7년인 1407년에 지어졌다. 향교란 덕행이 훌륭한 사람들을 모셔 제사 지내고 지방민을 교육하기 위해 나라에서 세운 지방교육기관이다.

원래 장수향교가 처음 자리를 했던 곳은 선창리였으나, 35년 후, 세종 23년인 1441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장수향교는 처음 창건 당시의 양식 그대로 보존된 건물로, 가장 오래된 향교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향교 안에는 명륜당과 대성전이 자리하는데, 명륜당은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고 대성전은 공자 등 우리나라와 중국의 성현을 모신 곳이다.

장수향교는 조선 전기 향교의 형태를 연구하는데 있어, 더 없이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보관하고 있는 서적들은 지방 향토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기단두 단의 화강암 장초석으로 쌓은 기단과 정비를 하고 있는 건물 주변 ⓒ 하주성



초석과 가둥주초석은 화강암을 잘 다듬어 원형 이단두로 하였고, 그 위에 두리기둥을 얹었다 ⓒ 하주성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도, 장수향교는 화를 피해갈 수가 있었다. 그것은 향교를 지키고자 하는 한 사람의 충정 때문에 가능했다. 정유재란 때 왜병들이 남원성을 공략하고 파죽지세로 북상하다가 장수향교로 밀어닥쳤다. 왜병들이 향교를 불태우려고 하자, 향교를 지키던 정경손은 "이곳은 성전이니 누구도 침범할 수가 없다. 침범하려거든 나를 죽이고 가라" 하고 문 앞을 막아섰다.

죽인다고 협박을 해도 문을 막아 서서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정경손의 의기에 왜병들도 감탄하였다. 그래서 왜병들은 정경손에게 신표를 하나 써주었다. "이곳은 성전이니 침범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장수향교는 그렇게 지켜졌다.

중앙에는 두 짝의 여닫이문을 달고 좌우에는 한 짝을 달았다 ⓒ 하주성



주심포 겹처마장수향교 대성전은 주심포 겹처마로 구성하였다 ⓒ 하주성



대성전은 공자를 비롯하여 여러 성현께 제 사지내기 위한 공간이다. 장수향교는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2일 오후 장수향교를 찾았을 때는 한창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외관공사는 이미 마무리하고, 출입문인 입덕문과 대성전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단 위에 오를 수가 없어 조금은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외형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향교 건물 중 가장 오래된 장수향교의 대성전은 장초석으로 기단을 쌓고 그 위에 지어졌다. 화강암으로 조성된 잘 다듬어진 이단의 석축기단은 보는 것만으로 장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대성전 건물의 주초석은 화강암을 잘 다듬어 원형 이단두로 만들었다. 그 위에 두리기둥을 세웠으며 앞면 중앙에는 여닫이문을 달아냈다.

화반공포와 공포 사이에는 화반을 조각해 넣었다 ⓒ 하주성



연꽃과 봉두쇠서에는 연꽃을 조각하고 그 위에는 봉황의 머리를 조각하였다 ⓒ 하주성

오른쪽과 왼쪽 칸에도 같은 형식의 문짝 1개씩을 달았는데 그 옆에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창을 달았다. 쇠서에는 연꽃무늬를 새기고 그 위에는 봉황의 머리를 조각하였다. 주심포형식으로 꾸며진 공포와 공포 사이에는 화반 두 개씩을 조각하였다.
장수향교는 처마의 형태가 앞뒤로 다르게 꾸며져 있다. 정면은 겹처마로, 후면은 홑처마로 조성하였다. 지붕 처마를 받치고 있는 장식구조는 겉모양을 화려하게 꾸몄는데, 이러한 장식은 조선 중기 이후 건축의 특징적인 요소로 나타난다. 대성전의 좌우에는 양합각에 방풍판을 달아 놓았다.

휘어진 기둥기둥과 출목을 연견한 휘여진 기둥. 사방에 이런 형태로 덧대었다 ⓒ 하주성



대성전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사방의 기둥에 붙여놓은 휘어진 기둥이다. 대개 활주는 지붕의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해 처마 끝에 또 하나의 보조기둥을 세우는데, 사방 기둥과 출목을 연결하는 구부러진 나무를 덧대놓았다. 이렇게 화려하게 꾸며진 장수향교 대성전. 향교를 지키기 위해 당당히 목숨을 내놓겠다던 정경손의 의기가 서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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