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붓고, 어깨가 굳어도... 포기할 수 없다"
[편지] 송전탑 위에서 농성중인 강병재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 의장
"얼마 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가 보내온 '엿 같은 세상, 나도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문자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한 달 넘게 15만4000볼트 전류가 흐르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송전선 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강병재(49) 의장의 말이다. 강 의장은 고공농성을 벌이면서 쓴 편지를 한 노동자를 통해 대우조선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했다.
강 의장은 지난 3월 7일 새벽 2시부터 20m 높이 대우조선 남문 옆 송전탑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그는 당시 송전탑에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의 삶이 자본가의 이윤보다 더 소중하다"와 "해고투쟁 2년, 위장폐업·해고살인 차라리 죽여라"고 쓴 펼침막 2개를 내걸었다.
강 의장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편지에서 "눈이 붓고, 수술 받은 어깨가 굳어오고, 온몸이 가렵다"고 밝혔다. 또 비가 내린 지난 7일 그는 "눈두덩이는 여전히 부어 있고, 비옷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며 "어떻게 하든 몸 관리를 철저히 해서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고 편지에 써놓았다.
강병재 의장은 2년 동안 '원청업체 고용' 등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2년 전 그가 다녔던 하청업체가 폐업했던 것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활동을 해온 그는 원청이 개입해 그가 다녔던 하청업체가 폐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병재 의장은 편지에서 "사측에서는 '자회사에는 가능하겠다, 먹고살도록 충분히 보장해주겠다, 거제도 안에서는 안 된다, 위로금 충분히 주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절대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여기서 사측의 그런 제안을 받고 내려간다면 의미 없는 삶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강병재 의장의 편지 전문이다.
[3월 어느날] "절대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3월 어느 날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왔다. 철탑 위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물품을 밧줄로 꽁꽁 묶어 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여기도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아침에는 잠시 바람이 잦아들었다가 정오를 넘기면서 다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밤에는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처음으로 머리를 감았다. 너무나 상쾌하다. 보온통에 담긴 물을 정말 소중하게 쓰고 있다. 보온통의 물을 가지고 목을 축이고, 세수한다. 이것도 날이 풀렸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사방팔방이 뚫려 있기에 변을 보는 게 지×이다. 지나가는 차도 보고, 현장의 동지들도 보는데 꼭 변은 밤에 안 나오고 낮에만 나온다.
어제 노동조합에서 그동안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소방서 노동자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로 올라왔다. 같은 얘기의 반복이다. 회사는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자회사에는 가능하겠다. 먹고살도록 충분히 보장해주겠다. 거제도 안에서는 안 된다. 위로금 충분히 주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여기서 사측의 그런 제안을 받고 내려간다면 의미 없는 삶이 될 것이라고 노동조합에 전달하고 장기전에 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4월 3일] 하청 노동자 "엿 같은 세상, 나도 철탑에 오르고 싶다"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면 여지없이 눈물이 난다. 눈물을 훔치니 눈두덩이가 항상 부어있다. 머리가 가렵고 온몸이 간지럽다. 속살에서는 하얀 껍질이 세찬 바람에 날린다. 한번씩 내 모습이 보고 싶어 핸드폰 액정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수염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 같다. 한 달이 되어간다. 그러나 눈이 붓고, 수술 받은 어깨가 굳어오고, 온몸이 가려워도, 나의 머리 속은, 심장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진 생각과 똑같다.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자본가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삶이 더 소중하기에 나는 절대로 내려갈 수 없다. 자신의 권리를 압살당하는, 저기 내 눈에 들어오는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내주는 눈빛과 투쟁의 열망이 손을 들며 지나간다. 이것이 나를 끝까지 버티게 하는 힘이다. 얼마 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가 보내온 '엿 같은 세상, 나도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문자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4월 7일] "비바람이 야만의 자본가세상을 날려버렸으면"
비가 온다. 그동안 많은 동지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그 중에서도 치열하게 싸웠던 기륭전자 여성동지의 연설이 기억에 뚜렷하다. 연대동지들이 거제도에 와주는 것만도 소중하고 고맙다. 그런데 이후엔 이런 집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조직하는 방향의 집회였으면 좋겠다. 하청 노동자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집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집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높은 곳으로 메가폰을 메고 올라간다. 그리고 현장의 노동자들을 향해 우리 노동자의 단결을 이야기하고 대우조선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깃발을 세울 것을, 사측은 부당한 방해 책동, 직반장에 대한 집중교육, 온갖 유언비어 등 현장의 하청노동자들이 행동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시키려 한다.
그거 다 엿 같은 소리다.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조합 건설을 위한 노동자 권리 선언 운동에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와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그래서 대우조선 원청의 방해책동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대우조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일어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틀간에 걸쳐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은 오후 4시, 잠이 온다. 눈두덩은 여전히 부어있고, 비옷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든 몸 관리를 철저히 해서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
비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지×같은 비, 평소에는 비를 무척 좋아했다. 온 세상을 씻겨주니까. 그런데 이곳 철탑에서는 지× 같은 자본가와 같은 존재다. 나를 탄압하는 또 하나의 괴물같은 비다. 15만 볼트 송전선에서도 비가 오지 말라고 비에 저항하는 소리가 '차르르르 차르르르' 저항의 몸짓을 하고 있다. 나를 날려 버릴 것 같은 이 비바람이 이 야만의 자본가세상을 날려버렸으면 좋겠다. 잠이 온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중에도 하청노동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한 달 넘게 15만4000볼트 전류가 흐르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송전선 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강병재(49) 의장의 말이다. 강 의장은 고공농성을 벌이면서 쓴 편지를 한 노동자를 통해 대우조선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했다.
강 의장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편지에서 "눈이 붓고, 수술 받은 어깨가 굳어오고, 온몸이 가렵다"고 밝혔다. 또 비가 내린 지난 7일 그는 "눈두덩이는 여전히 부어 있고, 비옷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며 "어떻게 하든 몸 관리를 철저히 해서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고 편지에 써놓았다.
강병재 의장은 2년 동안 '원청업체 고용' 등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2년 전 그가 다녔던 하청업체가 폐업했던 것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활동을 해온 그는 원청이 개입해 그가 다녔던 하청업체가 폐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병재 의장은 편지에서 "사측에서는 '자회사에는 가능하겠다, 먹고살도록 충분히 보장해주겠다, 거제도 안에서는 안 된다, 위로금 충분히 주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절대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여기서 사측의 그런 제안을 받고 내려간다면 의미 없는 삶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강병재 의장이 지난 7일 새벽부터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거제 대우조선해양 송전선 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대우조선노동조합
다음은 강병재 의장의 편지 전문이다.
[3월 어느날] "절대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3월 어느 날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왔다. 철탑 위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물품을 밧줄로 꽁꽁 묶어 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여기도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아침에는 잠시 바람이 잦아들었다가 정오를 넘기면서 다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밤에는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처음으로 머리를 감았다. 너무나 상쾌하다. 보온통에 담긴 물을 정말 소중하게 쓰고 있다. 보온통의 물을 가지고 목을 축이고, 세수한다. 이것도 날이 풀렸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사방팔방이 뚫려 있기에 변을 보는 게 지×이다. 지나가는 차도 보고, 현장의 동지들도 보는데 꼭 변은 밤에 안 나오고 낮에만 나온다.
어제 노동조합에서 그동안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소방서 노동자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로 올라왔다. 같은 얘기의 반복이다. 회사는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자회사에는 가능하겠다. 먹고살도록 충분히 보장해주겠다. 거제도 안에서는 안 된다. 위로금 충분히 주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여기서 사측의 그런 제안을 받고 내려간다면 의미 없는 삶이 될 것이라고 노동조합에 전달하고 장기전에 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4월 3일] 하청 노동자 "엿 같은 세상, 나도 철탑에 오르고 싶다"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면 여지없이 눈물이 난다. 눈물을 훔치니 눈두덩이가 항상 부어있다. 머리가 가렵고 온몸이 간지럽다. 속살에서는 하얀 껍질이 세찬 바람에 날린다. 한번씩 내 모습이 보고 싶어 핸드폰 액정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수염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 같다. 한 달이 되어간다. 그러나 눈이 붓고, 수술 받은 어깨가 굳어오고, 온몸이 가려워도, 나의 머리 속은, 심장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진 생각과 똑같다.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자본가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삶이 더 소중하기에 나는 절대로 내려갈 수 없다. 자신의 권리를 압살당하는, 저기 내 눈에 들어오는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내주는 눈빛과 투쟁의 열망이 손을 들며 지나간다. 이것이 나를 끝까지 버티게 하는 힘이다. 얼마 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가 보내온 '엿 같은 세상, 나도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문자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4월 7일] "비바람이 야만의 자본가세상을 날려버렸으면"
비가 온다. 그동안 많은 동지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그 중에서도 치열하게 싸웠던 기륭전자 여성동지의 연설이 기억에 뚜렷하다. 연대동지들이 거제도에 와주는 것만도 소중하고 고맙다. 그런데 이후엔 이런 집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조직하는 방향의 집회였으면 좋겠다. 하청 노동자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집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집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높은 곳으로 메가폰을 메고 올라간다. 그리고 현장의 노동자들을 향해 우리 노동자의 단결을 이야기하고 대우조선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깃발을 세울 것을, 사측은 부당한 방해 책동, 직반장에 대한 집중교육, 온갖 유언비어 등 현장의 하청노동자들이 행동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시키려 한다.
그거 다 엿 같은 소리다.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조합 건설을 위한 노동자 권리 선언 운동에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와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그래서 대우조선 원청의 방해책동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대우조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일어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틀간에 걸쳐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은 오후 4시, 잠이 온다. 눈두덩은 여전히 부어있고, 비옷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든 몸 관리를 철저히 해서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
비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지×같은 비, 평소에는 비를 무척 좋아했다. 온 세상을 씻겨주니까. 그런데 이곳 철탑에서는 지× 같은 자본가와 같은 존재다. 나를 탄압하는 또 하나의 괴물같은 비다. 15만 볼트 송전선에서도 비가 오지 말라고 비에 저항하는 소리가 '차르르르 차르르르' 저항의 몸짓을 하고 있다. 나를 날려 버릴 것 같은 이 비바람이 이 야만의 자본가세상을 날려버렸으면 좋겠다. 잠이 온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중에도 하청노동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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