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세개에 배 한척... 8억짜리 분수대, 생뚱맞네
창원시 임항선 그린웨이 공사 답사... 20억 규모 예산에 분수대만 두 곳
통합 창원시 옛 마산지역 도심을 가로지르는 임항선 철길을 그린웨이로 탈바꿈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제가 속해 있는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들과 임항선 그린웨이 공사현장을 답사하였습니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임항선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다양한 활동(답사보고서, 활용방안 제안, 토론회, 연구용역)을 해왔기 때문에 시민의 입장에서 임항선 그린웨이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임항선 그린웨이 공사는 행정구역 통합 이전 옛 마산시가 세운 계획으로 2015년까지 2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14.5km에 달하는 임항선 철길에 도시숲, 자전거도로, 산책로, 쌈지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입니다.
지난 주말에 둘러본 곳은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후에 시범구간 공사가 진행되는 옛마산세관에서 옛마산시의회에 이르는 1km 남짓한 구간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공사 구간은 통합이전(2010년 봄) 옛마산시가 공사를 하였던 교방동 무학자이 아파트 앞 그린웨이에 비해서는 자연친화적인 조경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교방동 무학자이 앞 그린웨이처럼 철조망을 세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숲길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임항선 그린웨이 공사가 도시계획과에서 공원사업소로 넘어왔기 때문인지 그린웨이의 느낌도 많이 다르더군요.
그런데 시공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분수대' 설치입니다. 1km 남짓한 이 구간에 무려 두 개의 분수가 설치될 뿐만 아니라 이 구간의 전체 20억 공사비 중에서 8억 원이 분수대를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하더군요.
좁은 그린웨이 숲길과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분수대'
임항선 그린웨이는 광장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길은 길인데 삭막한 아스팔트 옆으로 꽃과 나무와 풀이 있는 숲길을 만들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작 1km에 불과한 이곳에 분수대를 두 곳이나 설치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분수대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넓은 광장에 설치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임항선 그린웨이 구간에 분수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입니다. 아울러 현재 만들어놓은 대부분의 분수들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가동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미 만들어놓은 분수대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전체 공사비에 절반 가까운 돈을 들여 분수대를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배보다 큰 배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백번 양보하여 8억 원을 쏟아부어 그냥 분수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현재 계획하고 있는 분수는 디자인도 문제입니다. 계획하고 있는 분수는 통합창원시의 화합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라고 합니다.
통합창원시 지도를 본뜬 수조, 옛 마산, 창원, 진해를 상징하는 세 개의 기둥(통합을 환영하는 시민을 상징), 항구를 형상화하였다고 하는 좌대, 그리고 정말 어울리지 않는 배 한 척이 그 위에 놓여 있습니다.
조감도에 있는 설명에는 배를 형상화하여 항구도시 창원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하였지만, 배를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배 한 척이 올라가 있는 모습입니다. 옛 마산-통영 간 국도변 휴게소에 있는 것과 비슷한 조형물이지요. 그러나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표현한 분수대는 차마 디자인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하였습니다.
아무리 조감도를 들여다봐도 꼭대기에 있는 배 모양은 정말 촌스럽습니다. 행정구역 통합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도시 곳곳에 설치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이렇게 촌스러운 조형물을 8억 원이나 되는 예산을 들여 통합의 상징물로 설치하겠다는 것도 기가 막히는 일이더군요.
8억짜리 조형물이 '3개 시 상징하는 기둥 세 개 위에 배 한 척'
개인 재산이라면 이런 식으로 쓸 수 있을까요? 아무리 세금으로 하는 일이지만 참 너무한다 싶더군요. 주변 경관이나 그린웨이와 숲길과 어울리지 않는 분수대 조감도를 보면서, 어떤 회원은 어쩌면 공사비 20억 원에 맞추기 위하여 짧은 구간에 분수대를 2개나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린웨이 시범구간 1km를 만들면서 분수대를 두 곳이나 설치한다면, 앞으로 8.6km 임항선 나머지 구간과 경전선 폐선 구간 9km 숲길을 조성하면 도대체 분수대를 몇 개나 더 설치하게 될지 걱정이 앞서더군요.
다행히 아직 공사가 끝나지는 않았더군요. 분수대를 설치할 돈으로 1km 숲길을 2km로 늘이든지 혹은 그냥 공사비 8억 원을 아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2015년까지 총 2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옛마산 그린웨이 사업 시범구간 ⓒ 이윤기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임항선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다양한 활동(답사보고서, 활용방안 제안, 토론회, 연구용역)을 해왔기 때문에 시민의 입장에서 임항선 그린웨이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둘러본 곳은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후에 시범구간 공사가 진행되는 옛마산세관에서 옛마산시의회에 이르는 1km 남짓한 구간입니다.
▲ YMCA 회원들이 공사계획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있다 ⓒ 이윤기
전체적으로 이번 공사 구간은 통합이전(2010년 봄) 옛마산시가 공사를 하였던 교방동 무학자이 아파트 앞 그린웨이에 비해서는 자연친화적인 조경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교방동 무학자이 앞 그린웨이처럼 철조망을 세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숲길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임항선 그린웨이 공사가 도시계획과에서 공원사업소로 넘어왔기 때문인지 그린웨이의 느낌도 많이 다르더군요.
그런데 시공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분수대' 설치입니다. 1km 남짓한 이 구간에 무려 두 개의 분수가 설치될 뿐만 아니라 이 구간의 전체 20억 공사비 중에서 8억 원이 분수대를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하더군요.
▲ 임항선 그린웨이 분수대 조감도 ⓒ 이윤기
좁은 그린웨이 숲길과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분수대'
임항선 그린웨이는 광장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길은 길인데 삭막한 아스팔트 옆으로 꽃과 나무와 풀이 있는 숲길을 만들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작 1km에 불과한 이곳에 분수대를 두 곳이나 설치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분수대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넓은 광장에 설치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임항선 그린웨이 구간에 분수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입니다. 아울러 현재 만들어놓은 대부분의 분수들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가동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미 만들어놓은 분수대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전체 공사비에 절반 가까운 돈을 들여 분수대를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배보다 큰 배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백번 양보하여 8억 원을 쏟아부어 그냥 분수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현재 계획하고 있는 분수는 디자인도 문제입니다. 계획하고 있는 분수는 통합창원시의 화합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라고 합니다.
통합창원시 지도를 본뜬 수조, 옛 마산, 창원, 진해를 상징하는 세 개의 기둥(통합을 환영하는 시민을 상징), 항구를 형상화하였다고 하는 좌대, 그리고 정말 어울리지 않는 배 한 척이 그 위에 놓여 있습니다.
조감도에 있는 설명에는 배를 형상화하여 항구도시 창원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하였지만, 배를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배 한 척이 올라가 있는 모습입니다. 옛 마산-통영 간 국도변 휴게소에 있는 것과 비슷한 조형물이지요. 그러나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표현한 분수대는 차마 디자인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하였습니다.
아무리 조감도를 들여다봐도 꼭대기에 있는 배 모양은 정말 촌스럽습니다. 행정구역 통합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도시 곳곳에 설치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이렇게 촌스러운 조형물을 8억 원이나 되는 예산을 들여 통합의 상징물로 설치하겠다는 것도 기가 막히는 일이더군요.
▲ 임항선 그린웨이 공사 현황 ⓒ 이윤기
8억짜리 조형물이 '3개 시 상징하는 기둥 세 개 위에 배 한 척'
개인 재산이라면 이런 식으로 쓸 수 있을까요? 아무리 세금으로 하는 일이지만 참 너무한다 싶더군요. 주변 경관이나 그린웨이와 숲길과 어울리지 않는 분수대 조감도를 보면서, 어떤 회원은 어쩌면 공사비 20억 원에 맞추기 위하여 짧은 구간에 분수대를 2개나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린웨이 시범구간 1km를 만들면서 분수대를 두 곳이나 설치한다면, 앞으로 8.6km 임항선 나머지 구간과 경전선 폐선 구간 9km 숲길을 조성하면 도대체 분수대를 몇 개나 더 설치하게 될지 걱정이 앞서더군요.
다행히 아직 공사가 끝나지는 않았더군요. 분수대를 설치할 돈으로 1km 숲길을 2km로 늘이든지 혹은 그냥 공사비 8억 원을 아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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