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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차는 벚꽃이 만개할 때만 정차합니다

[남도 여행]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

등록|2011.04.12 15:59 수정|2011.04.12 15:59

▲ 안민고개를 넘다 보면 중턱쯤 드림로드가 있다. 수채화물감을 흩뿌려 놓은듯 아름다운 길이다. ⓒ 조정숙



완연한 봄 날씨가 추위에 움츠렸던 온갖 꽃들을 한꺼번에 터트려 울긋불긋 화사하게 피어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고, 남도에는 여기저기서 황홀한 꽃 대궐을 만들어 봄이 오기를 기다렸던 상춘객들을 손짓하며 부르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보상이라도 하듯 늦게 터진 꽃망울들이 산천을 곱게 물들이고 삭막했던 우리네 마음도 꽃을 보며 여유를 되찾게 되는 요즈음 꽃길 따라 2박3일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 4,1~10일까지 진해 군항제가 열렸었다. ⓒ 조정숙




벚꽃이 만발하는 3월말∼4월초 진해에서는 "사랑해요! 벚꽃향연 행복해요! 명품도시"라는 슬로건으로 10여 일간에 걸쳐 군항제가 펼쳐졌다. 벚꽃축제로도 불리는 진해 군항제는 1952년 4월 13일, 우리나라 최초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북원로터리에 세우고 추모제를 거행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진해에는 가로수를 비롯해 공원, 산지를 포함해 모두 34만7천 그루의 왕벚나무가 자라고 있다.




축제 마지막 날 10일, 이곳을 찾아갔는데 올해는 벚꽃이 늦게 개화한 탓에 축제가 끝날 무렵 만개하여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사람도 많지 않아 이곳저곳을 알차게 돌아 볼 수 있어 축제가 끝난 지금이 적기인 셈이다.

▲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여좌천에는 물이 흐르는 천변을 따라 벚꽃이 만발하여 흐드러지게 피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 조정숙


▲ 여좌천에서 젊은이들이 결혼하는 친구에게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하트모양의 촛불과 커플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걸어 놓았다. ⓒ 조정숙


진해의 명소 중 하나인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여좌천에는 물이 흐르는 천변을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온통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밤에는 다양한 조명을 설치하여 벚꽃과 어우러져 찾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물이 흐르는 천변 양쪽으로는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피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여좌천에는 로망스다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연인이나 가족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관리자의 허락을 맡고 젊은이들이 결혼하는 친구에게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하트모양의 촛불과 커플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걸어 놓고 분주히 움직인다. 앞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커플들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 벚꽃이 만발한 경화역에 열차가 들어온다. ⓒ 조정숙




두 번째 찾아갈 만한 곳으로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위치한 경화역이다. 경화역은 열차수요와 관리 문제로 지난 2000년 철거됐으나 이곳 벚꽃이 유명세를 타면서 2009년부터는 진해군항제 행사 기간 동안 열차가 선다고 한다. 경화역에는 선로와 플랫폼, 행사 기간 동안만 표를 파는 임시 매표소 건물이 있다.

역 부근에 피어있는 벚꽃과 지나가는 열차가 멋진 광경을 연출하기에 사진가들에게 각광을 받는 장소기도 하다. 하지만 벚꽃이 만개한 요즈음 한꺼번에 사진가들이 몰려 서로 좋은 화각에서 사진을 담기 위해 자리다툼을 하다 보니 서로 낯을 붉히는 불미스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간이역에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벚꽃을 보며 철길을 걸어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에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여 좀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 내수면 연구소는 벚꽃이 피는 봄철과 단풍이 물드는 가을철에 주위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벚나무 등 수 만 그루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 조정숙



▲ 내수면연구소 저수지 주변 환경생태공원은 생태관찰로와 목교, 테크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 조정숙







경화역에서 추억을 만들었다면 내수면 연구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내수면 연구소는 벚꽃이 피는 봄철과 단풍이 물드는 가을철에 주위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데, 벚나무 등 수 만 그루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습지 등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저수지 주변에 조성한 환경생태공원은 생태관찰로와 목교, 테크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았고 민물고기 생태학습관에는 토속종,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보호종, 고유종 등 강이나 호수에 사는 어류, 패류, 갑각류, 양서류 등 총 50여 종을 테마별로 전시하고 있다.

벚꽃이 만개하면 저수지에 비치는 반영이 너무도 아름다워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인데 이곳을 찾은 날은 바람이 몹시 불어 환상적인 정경을 볼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바람 불어 꽃잎이 떨어지면 수면 위에 떠 있는 꽃잎 또한 감성을 자극해 한편의 시를 읊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 드림로드에서 산책하고 있는 사람, 천상의 꽃길을 걷고 있는 듯 아름답다. ⓒ 조정숙




수채화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굽이굽이 산길을 돌고 돌아 벚꽃 속에 묻혀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곳, 꽃 터널을 지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를 꼽는다면 당연 안민 고개다. 구불구불 도는 산자락에는 연분홍빛 진달래가 만발했고 듬성듬성 벚꽃 사이로 개나리도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인사를 하며 맞이한다.

중턱쯤 올라가면 드림로드가 나타났는데 수채화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벚꽃과 홍매화와 다양한 꽃들이 만개하여 꿈속 같은 꽃길을 걸을 수 있다. 이곳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천상의 꽃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10일 찾은 날은 모든 꽃들이 만개하여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 진해 안민고개를 넘어가는 곳 산길에 진달래가 활짝 피어 반긴다. ⓒ 조정숙



가는 곳마다 다양한 꽃들이 만발한 진해는 2010년 7월 1일 진해시, 창원시, 마산시와 함께 통합되어 창원시 진해구가 되었다. 안민고개에서 바라본 진해구는 거대한 꽃 대궐에 갇힌 행복한 도시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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