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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문인 이원수 기념사업 보조금 반납... 문학관은?

이원수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 7천만원 반납 밝혀... 시민단체 '문학관 폐쇄' 촉구

등록|2011.04.12 16:06 수정|2011.04.12 16:30
경남 창원시가 친일문인 이원수(1911~1981, 아동문학가)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 재정 지원해 논란을 빚고 있는 속에, '이원수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는 창원시로부터 받았던 보조금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또 창원시는 시립예술단에서 이원수 일대기를 담은 공연을 준비해오다 연기하기로 했다.

이원수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추진위원장 김일태 창원예총 회장)는 12일 창원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조금 자진 반납'한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이원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올 한 해 동안 다양한 행사를 벌여오고 있다. 창원시는 이 기념사업에 총 2억 원을 지원했다.

기념사업회는 지금까지 ▲ 기념사업 선포식과 문학관 내 흉상 건립(1월 24일, 3500만 원) ▲ 학술세미나(4월 1일, 500만 원) ▲ 전국어린이고향의봄잔치(4월 2~3일, 8000만 원) ▲ 100주년사업 종합영상 제작(1000만 원)을 하면서 이미 사업비를 집행했다.

그런데 ▲ 문학상(창작기금) 제정 시상(4000만 원), ▲ 기념문집 발간(3000만 원)은 아직 시행하지 않았는데, 기념사업회는 보조금 7000만 원과 이자를 포함해 창원시에 반납하기로 했다.

▲ 창원 '고향의봄도서관' 안에 있는 이원수문학관 입구 모습. ⓒ 윤성효


이원수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 "진심으로 유감의 뜻"

'이원수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는 "사업 진행과정에서 친일작품을 남긴 문제로 논란의 쟁점을 만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다"면서 "자진반납하는 이유는 이번 사업으로 아직 통합(창원·마산·진해) 발족 1주년도 맞지 아니한 통합 창원시민들 사이에 찬성·반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반목을 중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념사업회는 "창원시가 이번 일을 거울삼아 시민들을 위한 단단한 '문화행정'을 펼치기 바라는 뜻이며, 자진반납이 마창진 통합정신과 시민의 자존감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념사업회는 "이원수 탄생 100주년 사업은 선생을 우상화하는 사업이 결코 아니다.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문인에 대한 탄생 100주년 사업은 공과를 재조명해보는 일"이라며 "나머지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서 그 공과는 백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출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이원수를 <친일인명사전>에 올린 것에 대해, 기념사업회는 "친일을 밝히고 정리하고자 했던 사업이 아직도 현재 단죄형의 진행형이라면 모두에게 더 아픈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념사업회는 "이제 소모적이고 시민을 분열시키는 일을 중단하길 바라고, 창원시가 추진 중인 찬반여론조사는 중단하길 바란다"면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시민들이 다시 반복하는 일을, 상생의 카드를 제시해야 할 창원시가 왜 뒷북을 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창원시, 시립예술단 '칸타타 고향의봄' 공연 연기

창원시는 시립예술단이 준비 중인 "칸타타 고향의봄" 공연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 공연은 이원수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데, 당초에는 오는 19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다.

이원수 기념사업 재정 논란이 일어나자 최근 창원시는 시민여론조사 계획 등 여론수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창원시청 관계자는 "이원수 선생의 친일 작품 문제가 제기되어, 시민 여론 수렴 과정에 있어 당초 계획했던 공연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창원에 있는 '고향의봄도서관' 입구. ⓒ 윤성효


지난 1월부터 재정지원 중단 요구 목소리 높아

이원수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가 올해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지난 1월부터 지역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지난 1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정 지원 중단을 요구했던 것.

이후 2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친일작가 이원수 기념사업저지 창원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난 2월 2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다가 광복회 울산경남지부는 지난 3월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 혈세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원수선생기념사업회와 이원수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 경남아동문학인협회는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통해 이원수 기념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원수는 1942년 2월 조선금융조합연합기관지 <반도의 빛>에 '낙하산-방공비행대회에서'와 '지원병을 보내며' 등 친일시를 발표했고,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했다.

"이원수문학관 폐쇄해야" 주장도 나와

이원수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가 보조금 자진 반납을 밝힌 가운데, 창원 '고향의봄도서관' 안에 있는 '이원수문학관'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창원시민대책위 참가단체인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산창원진해모임' 이경희 대표는 "이원수문학관을 짓거나 운영하는데 경상남도와 창원시의 공공예산이 들어간다면 이번 기회에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대표는 "친일인사의 기념관을 공공예산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기념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 인물의 정신을 본받고 후세에 전하자는 것 아니냐"면서 "높은 문학성의 재능을 강제동원하고 징용하는데 썼는데 기념할 수 있나. 독립운동하다 갖은 고생하고 사망한 인사들은 제대로 기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승오 열린사회희망연대 사무국장은 "일부에서 문학관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기에 그대로 두자고 하는 주장도 있다"면서 "그런데 독립유공이 있다고 해서 훈장을 주었다가 그 뒤 친일행적이 드러났던 인물들에 대해, 최근 정부는 서훈을 치탈했다. 이같은 사례를 교훈으로 보더라도 친일문인의 문학관 폐쇄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원수는 양산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청년기를 보냈는데, 양산에서는 2003년까지 8회에 걸쳐 '이원수 추모 학생한글백일장'이 열리다가 친일행적이 드러나면서 2004년부터는 '양산사랑학생문예백일장'으로 이름이 바뀌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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