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비행기소리 시끄럽다니까 찜질방 가라고?"
군산미군기지 소음피해 주민들, 군산시 대책에 분노..."미군문제라 발뺌하나"
▲ 시위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진행자와 군산시 옥서면 주민들. ⓒ 조종안
전투기 소음에 시달리는 군산미군기지 주변 마을주민 200여 명은 12일 오후 1시 30분부터 전북 군산시 조촌동 군산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11일 오후 군산 미군기지 정문 앞 집회에 이어 이틀째 집회에 나선 주민들은 '전투기 소음', '기지 확성기 소음', '기름유출로 인한 농지오염', '오·폐수 갯벌 무단방류' 등으로 정신적·육체적 건강은 물론 농작물과 가축까지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 진행자의 선창을 따라 구호를 외치는 시위 참가자들. ⓒ 조종안
"미군 확성기 소리 들어야 할 이유 없어"
집회의 진행을 맡은 이정현(54, 옥서면 주민)씨는 "우리 옥서면 주민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군기지로부터 발생하는 환경문제로 건강권을 침해받았지만 침묵하였고, 공여지로 말미암은 재산권 문제에도 침묵하면서 살아왔으나 전투기 소음으로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다"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2009년 국민건강조사에서도 전투기 소음 피해 주민들은 난청에 걸리는 비율도 2배나 높은 것으로 나왔다. 특히 우울증 위험은 2배, 불안감은 4배, 스트레스는 3.9배나 높게 나타났으나 전투기 훈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덧붙여 "송촌마을 앞산 미군기지 내에 설치된 확성기는 하루 3회씩 소리를 내고 있으며 훈련 때는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와 잠자기조차 불안하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미군의 확성기 소리를 들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남행열차’를 개사한 노래를 합창하는 할머니들. ⓒ 조종안
집회 참가자들은 군산시청을 향해 "소음 팔고 옥서면 내팽개친 죄 각성하라", "미군 문제라고 발뺌하지 말고, 기지 대책반을 신설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이 손에 들고 있는 피켓에는 "잠 좀 자자, 미군은 야간비행 중단하라!", "미 공군 야간비행 우리 주민 못살겠다. 야간비행 즉각 중단하라!", "전투기 폭음 더는 못 참겠다, 미 공군은 전투기 폭음 해결하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주민은 대부분 60~70대 노인으로, 김수희의 노래 <남행열차>를 개사한 노래를 박수 치며 합창하기도 했다.
"비행기 소리 들리는 옥서면에는 흔들리는 창틀 너머로/ 비행기 소리 들리고 확성기 소리 들리고 시끄러워 못 살겠네요./ 해결할 수 없나요. 해결할 수 없나요. 시끄러워 잠 못 자네요./ 깜빡 깜빡이는 TV 화면들을 짜증나서 못 보겠네. 흔들려서 못 보겠네. 자꾸만 고통스러워요./ 해결할 수 없나요. 해결할 수 없나요. 시장님 해결해 주세요."
▲ 전투기 소음 피해에 대해 설명하는 박용식(74세) 할아버지. ⓒ 조종안
고통 알고 있다면서... 대책 수립은 말로만
박용식(74) 할아버지는 "비행기가 굉음을 내면서 이륙할 때는 TV도 시청하지 못하고 일도 못한다"며 "비상 때문인지 요즘 더 심한 것 같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잠자던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고, 마당에서 놀다 깜짝 놀라 집으로 기어들어가는 강아지가 불쌍"하게 보일 정도라고.
박 할아버지는 "군산시장이 2010년, 2011년 옥서면 연두 순시에서 소음피해로 받는 고통을 알고 있다며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소식이 없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주민들이 나섰고, 마을 이장단 회의를 열어 집회를 결정했다"며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선거 때는 당선시켜 달라고 고개 숙이던 도의원과 국회의원들이 의회에서 미군기지 소음피해 관련 내용으로 발의 한 번 한 적이 없었다고 분노했다. 시위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 ‘군산비행장 피해대책 주민협의회’ 하운기 사무국장이 문동신 시장과의 면담 결과를 전하자 어이없어하는 할머니. ⓒ 조종안
문동신 군산시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온 군산비행장피해대책주민협의회 사무국장 하운기(50)씨는 "옥서면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무료 찜질방)을 오는 6월에 착공하겠다"는 문 시장의 약속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곳저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음을 내지 말든가, 우리를 어디로 이주를 시키든가 혀야지, 멀리다가 찜질방 하나 지어놓고 우리 보고 어떻게 허라는 거요? 놀래서 말도 못허고 우는 애기들 데리고 목욕허러 가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좀 허쇼."
"장독대의 옹기그릇과 벽에도 금이 갔는데 찜질방에 가면 (그것이 도로) 붙느냐"고 되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할머니 한 분은 "비행기 소리에 놀랜 늙은이더러, 찜질방 가라고? 찜질방 가다가 비행기 소리 나믄 또 어떻게 헌댜!"라며 어이없어 했다.
불만의 목소리는 크고 높았으나 시위는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오후 4시가 되자 참가자들은 "종합적인 대책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시위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