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대웅전, 마치 범선이 우주를 나는 것 같네
산사에서의 하룻밤, 1박 2일의 미황사 여행
달마산이 있고 산사가 있고 그리고 매화가 있는 곳. 마음속으로만 그려왔던 사찰을 직접 거닐 수 있고 그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대단한 축복이다.
지난 3월 21일과 22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미황사(美黃寺)가 있는 해남으로 갔다. 파주로부터 멀고도 먼 길이다. 버스로 5시간을 달려서 나주를 지나니 봄기운에 점퍼가 버겁다. 차창 밖 논밭의 보리들이 이미 한 뼘의 초록으로 자라 남도의 야트막하고 아름다운 정취를 더 해 준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 이 먼 길을 걸어서 걸어서, 혹은 말 등에 앉아 여행했으리라. 차창 밖으로 보는 것보다 더 짙은 보리밭의 초록과 생명의 기운을 받으면서···.
해남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곱게 단장한 아주머니와 할머니들과 눈이 마주쳤다. 새 옷을 차려입고 소박하게 화장하신 모습이 봄볕처럼 곱다. 오늘이 해남장날이란다. 해남 장날 풍경을 살피고 싶은 욕심을 다스렸다.
해가 지기 전에 의도했던 미황사를 마음에 담는 일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중에서 하나를 놓아야 된다는 것은 항상 쉽지 않은 결정이다. 놓는 일에 무심해지려면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할까···. 단호하게 미황사행 버스에 올랐다.
미황사로 들어서자 바로 대웅보전과 그 너머의 병풍을 두른 듯한 달마산의 전경이 대웅전 기와 너머로 보인다. 웅장한 기암절벽을 휘두르고 있는 장엄한 대웅전은 너무나 위엄이 있어 보인다.
가는 봄비에 젖은 담장위의 청매화 한 그루. 봄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가랑비 속에서도 매화 향은 짙기만 하다.
한적한 산사에서 몇몇 신도들이 부처님께 인사를 올린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니 몸이 무겁다. "세상의 묵은 짐을 다 지고 올라왔구나!" 스스로 마음을 내려 놓는다. 새 울음소리만 들리는 이곳에 세상의 묵은 짐을 지고 온 내가 미안하다.
수행자들이 모두 두 손을 앞으로 다소곳이 모으고 조용한 걸음으로 내면을 응시하며 걸어가고 있다. 잠시나마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참나'를 찾아서 공부하는 도반들, '참사람의 향기'라는 특별수행프로그램에 참가하신 분들이다((미황사에서는 일반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7박 8일간 산사에서 법문, 다도, 묵언하는 참선수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산사에 어둠이 찾아오고, 달마산이 감산 미황사에 완전한 고요가 찾아왔다. 달마산은 이렇듯 매일 묵언 수행하니 산이 산이 아닌 것이다. 묵언이 웅변보다 더 강한 기운으로 나를 감싼다. 그리고 나를 깨어나게 한다.
푸른 어둠속에 대웅보전만 불을 밝힌 모습을 보니 마치 범선이 우주를 나는 모습이다. 그 범선에 올라 해탈의 세계를 유영하고 싶다. 비에 씻긴 맑은 매화향기만 가득한 산사의 밤. 이 산사에 머물다 가신 옛 선사님들의 마음이 내 마음에 투영된다.
"고독이란 타인으로부터 자기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빗장을 치는 것이다."- '산사에서 부친 편지'중에서
문제와 해답은 타인과 밖이 아니라 자신과 그 빗장을 친 자신 안에 있음이 분명하다.
달마산을 휘돌아 대나무숲을 흔들고 내게 다가온 소슬한 바람이 말했다.
"'해탈'을 향한 그 열망도 욕심이니 그것조차 내려놓으라."
지난 3월 21일과 22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미황사(美黃寺)가 있는 해남으로 갔다. 파주로부터 멀고도 먼 길이다. 버스로 5시간을 달려서 나주를 지나니 봄기운에 점퍼가 버겁다. 차창 밖 논밭의 보리들이 이미 한 뼘의 초록으로 자라 남도의 야트막하고 아름다운 정취를 더 해 준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 이 먼 길을 걸어서 걸어서, 혹은 말 등에 앉아 여행했으리라. 차창 밖으로 보는 것보다 더 짙은 보리밭의 초록과 생명의 기운을 받으면서···.
해남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곱게 단장한 아주머니와 할머니들과 눈이 마주쳤다. 새 옷을 차려입고 소박하게 화장하신 모습이 봄볕처럼 곱다. 오늘이 해남장날이란다. 해남 장날 풍경을 살피고 싶은 욕심을 다스렸다.
해가 지기 전에 의도했던 미황사를 마음에 담는 일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중에서 하나를 놓아야 된다는 것은 항상 쉽지 않은 결정이다. 놓는 일에 무심해지려면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할까···. 단호하게 미황사행 버스에 올랐다.
▲ 해남장날에 곱게 단장하고 나오신 아주머니와 할머님 ⓒ 강복자
미황사로 들어서자 바로 대웅보전과 그 너머의 병풍을 두른 듯한 달마산의 전경이 대웅전 기와 너머로 보인다. 웅장한 기암절벽을 휘두르고 있는 장엄한 대웅전은 너무나 위엄이 있어 보인다.
▲ 기암절벽으로 병풍을 두른 해남 미황사 ⓒ 강복자
가는 봄비에 젖은 담장위의 청매화 한 그루. 봄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가랑비 속에서도 매화 향은 짙기만 하다.
▲ 돌담 너머로 고개를 내민 청매화 한그루 ⓒ 강복자
▲ 봄비에 몸을 적시고도 향기를 멈추지 않았다. ⓒ 강복자
한적한 산사에서 몇몇 신도들이 부처님께 인사를 올린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니 몸이 무겁다. "세상의 묵은 짐을 다 지고 올라왔구나!" 스스로 마음을 내려 놓는다. 새 울음소리만 들리는 이곳에 세상의 묵은 짐을 지고 온 내가 미안하다.
▲ 부처님을 만나고 자신을 직시하게 되는 법당 ⓒ 강복자
수행자들이 모두 두 손을 앞으로 다소곳이 모으고 조용한 걸음으로 내면을 응시하며 걸어가고 있다. 잠시나마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참나'를 찾아서 공부하는 도반들, '참사람의 향기'라는 특별수행프로그램에 참가하신 분들이다((미황사에서는 일반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7박 8일간 산사에서 법문, 다도, 묵언하는 참선수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미황사의 대웅보전과 요사채 ⓒ 강복자
산사에 어둠이 찾아오고, 달마산이 감산 미황사에 완전한 고요가 찾아왔다. 달마산은 이렇듯 매일 묵언 수행하니 산이 산이 아닌 것이다. 묵언이 웅변보다 더 강한 기운으로 나를 감싼다. 그리고 나를 깨어나게 한다.
▲ 텅 빈 밤의 산사에 오히려 충만을 느낀다. ⓒ 강복자
푸른 어둠속에 대웅보전만 불을 밝힌 모습을 보니 마치 범선이 우주를 나는 모습이다. 그 범선에 올라 해탈의 세계를 유영하고 싶다. 비에 씻긴 맑은 매화향기만 가득한 산사의 밤. 이 산사에 머물다 가신 옛 선사님들의 마음이 내 마음에 투영된다.
"고독이란 타인으로부터 자기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빗장을 치는 것이다."- '산사에서 부친 편지'중에서
문제와 해답은 타인과 밖이 아니라 자신과 그 빗장을 친 자신 안에 있음이 분명하다.
▲ 문제와 답은 스스로 빗장을 친 그 안에 있기 마련이다. ⓒ 강복자
달마산을 휘돌아 대나무숲을 흔들고 내게 다가온 소슬한 바람이 말했다.
"'해탈'을 향한 그 열망도 욕심이니 그것조차 내려놓으라."
▲ 해탈의 열망도 욕심이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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